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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하 이야기 -
윤이와의 심각성을 알아 버린 것인지, 친구는 나와 함께 술을 마시자며, 제안을 해 왔고, 나는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 근처에 있는 술집에 둘이 마주 보고 앉아 1시간 째,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 미친놈.. ”
“ ..... 뭐가~? ”
“ 그러니까 윤이가 화가 나지~ ”
“ 내가 잘못 한거냐? ”
“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너.. ”
“ 말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새꺄~ ”
“ ..... 그 순간엔 자기를 이해해주길 바랬을거야 ”
“ 왜~? ”
“ 박 희엘이 있었으니까.. ”
“ ................ ”
“ 박 희엘이랑 윤이랑 사이 안 좋은거 알면서, 보란 듯이 박 희엘한테 잘해주고, 편들고........ 윤이가 좋아하겠냐~? “
“ ......... 그게..... 잘못 된거야? ”
“ 마음에도 없으면서.. 자꾸 그러면 당연히 두 여자한테 상처 주는 꼴 밖에 더 되냐? ”
“ 박 희엘한테 상처는 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윤이거든? ”
“ ........ 뭐?.. ”
난 내가 진심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친구의 눈치를 살피고 말았다.
“ 너........... ”
“ 뭐 인마!!..... ”
“ ....... 에잇.. 아니지?! ”
“ 뭐가~ ”
“ ... 아니겠지~ ㅋㅋㅋ 아닐꺼야 ”
“ 그러니까 뭐가!!!!! ”
“ ... 너...... 박 희엘 좋아하냐? ”
“ ................ ”
“ ..... 어?.......... 야 수하야!! ”
“ .............. ”
난 당황한 친구에게 아무 대답도 할 수없었다. 어쩌면 그 날, 희엘에게 기습키스를 한 그 날부터 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 마음을 말이다. 내가 박 희엘을 좋아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날 이후로 누군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 본 적도 없었고, 그럴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 ....... 그럼 윤이는? ”
“ ....... 윤이 뭐? ...... ”
“ 너 몇 년을 좋아했냐.. 일시적인 감정으로 윤일 버릴 수 있어? 그 세월을 버릴 수 있어? “
“ ........ 미친놈..... ”
“ 야?! 내가 하는 말장난 처럼 들리냐? ”
“ ...... 도대체 왜 이렇게 흥분하는건데? ”
“ .... 니가 병신같아서 그런다 인마... ”
“ ............. ”
“ 혼자서만 몇 년째 좋아했으니.. 지칠만도 하겠지.. 그걸 이해 못 하는건 아닌데.. 그 잠깐의 감정으로 윤이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였어... 니가 너무 심했다고 인마~ “
“ ......... ”
“ 나중에 윤이 얼굴 어덯게 보려고 그러냐? ”
도대체 왜 윤이도, 얘도 왜 내가 일시적이란 감정이라고 생각하는지 처음엔 잘 모르겠다가 지금은 그 말뜻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 힘들다는 짝사랑만 몇 년째 이고, 또 그만큼 윤일 많이 좋아 아니 사랑했고, 아직도 그 마음이 식지 않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 나 때문에 망가질 윤이의 앞날을 위한 걱정일 뿐이었다.
내 마음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였고, 아니다. 확실히 윤이에게 느낀 감정과는 조금 다랐다. 미세한 움직임에 떨리고, 조금이라도 몸이 닿을때면 찌릿찌릿한 전기가 오르고, 눈만 봐도 정신이 넋이 나가게 되는 이 증상은 윤이에게 나타나지 않았던 증상이었다.
그냥 윤이가 좋았다.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큰 눈망울도, 성격도 다 마음에 들었다. 그냥 단지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좋아했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게 윤이와 희엘 두 사람에게 느끼는 내 감정의 다른 점이었다.
“ ... 박 희엘..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고, .. 전기 충격기로 고문을 가하 듯, 찌릿찌릿 하고..... 얼굴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져.... “
“ ..... 너............. 진심이구나?..... ”
“ ..... 어...... 나..... 일시적인 감정아니야..... 그런 것일까봐... 나도 조심스러웠는데.. ”
“ ............ ”
“ 아니였어....... 진심이었어.... ”
말은 진심을 얘기 하고 있고, 머릿속은 희엘과 있었던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냈다. 앞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친구는 처음 보는 이런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 하면서도 내가 진심이란 것을 어느 정도 받아 드리는 듯 했다.
- 윤이 이야기 -
단골 술집에서 진하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머릿속에선 온갖 구성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꾸 낮에 수하가 내 앞에서 보였던 그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더욱 고통스럽고 가슴이 아파왔다. 이 쓰림을 독한 술로 씻어 내야겠다고 생각해서, 가득 딴 술을 한 잔, 두 잔 기울이며 억지로 아픔을 가시려 노력했다.
“ 오래 기다렸어? ”
웃으며 들어오는 진하를 매섭게 노려봤다.
“ .... 왜 그렇게 쳐다봐~? ㅋㅋ ”
“ 왜 이렇게 늦었어? ”
“ 여기 도착해서 전화한 사람이 누군데~ ”
“ ........ ”
“ .... 무슨 일 있었지?! ”
“ ..... 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
“ ........ 무슨 일인데~? ”
진하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내 앞에 자리에 앉아 내가 하는 얘기를 꼼꼼하게 들어 주면서 중간중간에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 ...... 도대체 그 간 큰 년이 누군지 진짜 궁금하네~ ”
“ ......... ”
“ .....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
“ .... 죽여버려.... ”
“ ............ ”
“ 내 눈 앞에서 그년 치워 달라고!!!!! ”
“ 그럼.... 재미없지~ ”
“ ..... 뭐? ”
“ 잘근잘근 니가 받은 고통, 아픔도 되 갚아 주면서..... 없애도 없애야지 않겠어? ”
“ ............. ”
“ 한 번에 죽이면.... 재미없으니까...... ”
나보다 더 독한 놈이었다. 난 단순하게 그냥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지만 진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 ..... 그럼 어떻게 해야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이 안 나...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그 년을 처절하게 짓 밟을 수 있는지... 죽일 수가 있는지.. 생각이 안 난다고..... “
“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안 되는거야 ”
“ 뭐?..... ”
진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앉더니, 한 쪽 뺨을 가리는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뒤로 넘겨 귀에 소곤거렸다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 ”
라는 말을 끝으로 진하는 내 귀를 깨물고,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갑작스럽게 들은 말에 그 뜻을 이해 못 하고 생각에 잠겨서 진하의 키스에 제대로 집중도 못 하고 눈도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머릿속에 그 말뜻이 해석이 되기 시작하면서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 할 수 있었고, 그제야 입가의 미소가 번지며, 눈을 지그시 감고, 진하의 부드러운 키스에 보답할 수 있었다.
- 희엘 이야기 -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토요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자가용을 끌고 가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힘들 것을 예상했다.
햇살이 내리 쬐는 1층 거실로 내려오니, 나영 언니와 엄마가 앉아서 TV를 보며 웃고 있었다.
“ 이제 일어났어? ”
“ 언제 왔어? ”
“ 방금~ ”
“ ....... 아후..... ”
속이 울렁거려서 고통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말을 꺼내셨다.
“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
“ ...... 죄송해요..... ”
아직은 우리 집 식구랑 아무하고도 얘기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모두들 날 돌려보낼 생각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 그 말이 안 나오는 조용한 이 시점에 또 그 말이 나올까 봐 자꾸 식구들을 피하고 있었다.
“ 엄마가 냉장고에 꿀물 타 뒀단다~ 그거 마시렴~ ”
“ ....... 네.. ”
냉장고 한 쪽에 조그마한 유리병에 담겨 있는 꿀물, 왠지 모르게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느낌이 들어서 멈칫 하고선 그 유리병을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 전기세 나가는 소리 마구마구 들린다~ ”
등 뒤에서 들리는 언니의 목소리,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유리병을 들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식탁 위에 올려 있는 컵에 꿀물을 따라, 벌컥벌컥 마셨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영 언니도 내 앞에 따라 앉아 날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고, 난 별 신경 쓰지 않고, 쓰린 속을 꿀물로 달래고 있었다.
“ 이거이거.. 완전 내숭이였어~ ”
“ ...... 무슨 소리야? ”
“ 소개팅 안 하겠다는 이유가 있었구나~? ”
“ 무슨 소리냐고!! ”
“ 기억 안나? ”
“ 뭐가? ”
“ 어제 말이야.... ”
“ ...... 어제 내가 왜? ”
“ ..... 정말 기억 안 나나 보네? ”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많이 마신 것 같지 않았는데, 왜 필름이 끊겼는지 불안하기만 했고, 언니의 이런 행동에 불안감은 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언니가 말한 들려준 말은 내 인생에 실로 가장 충격적인 일이였다.
하루 전,
“ 아리랑~ 아리랑~ 아라아리이요~~~ 아이라랑 고개오로 넘어가다아 ”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린 희엘은 결국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왔다. 나는 차비를 내고, 희엘의 팔을 내 어깨에 두른 후, 거스름돈도 마다하고, 가방을 들고, 택시 문 까지 닫고 나서야 대문 앞에 조심스럽게 앉혀 놓고는 희엘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나아라를 버리고오 가시는 니잉음은~ 십리이오도 모오까서 발뼝난다~~ ”
계속 정선 아이랑을 부르며, 술 취한 상태로 애국심을 기르고 있었다. 그리고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하며, 일단 초인종을 누르고 그냥 발걸음을 돌리려는 생각까지 하면서 초인종 앞에 섰지만, 차마 늦은 밤, 아무리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혼자 둘 수 없다고 느껴서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 누구세요?
“ 아... 전..... ”
‘ 누구세요 ’ 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 할까? 고민하다 제일 문안한 친구라고 대답 하며,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한 후, 대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딸칵 ’
대문이 열리고, 아무도 나오지 않아 안 되겠다 싶어서 술에 취에 앉아 계속 아리랑을 부르는 희엘을 업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청담동에 있는 고급 주택답게 굉장히 정원도 넓고,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누구도 꿈꿀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문 앞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분과, 그날 클럽에서 봤던 남자, 그리고 다른 한 남자와 어떤 여자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 인하야 엘이 받아서 방에 눕혀! ”
“ 같이 가~ ”
난 희엘을 보내고, 남자는 어떤 여자와 함께 2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 이번에도 고마워요 ”
“ 아닙니다.. ”
“ 아는 사이니~? ”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어머니가 말씀을 하셨고, 결국 입구에서 서 있는 나를 집 안까지 데리고 들어오셨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뻘줌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내곁에 다가온 한 사람 바로 희엘의 큰 오빠 박 인우였다.
그 동안 있었던 나와 희엘의 관한 일들을 박 인우는 어머니께 말을 했고, 고맙다며 말씀 하시는 어머니의 표정에선 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사이 2층에서 내려오는 남자와 여자, 남자는 무슨 술을 저런 식으로 마셨냐며 타박부터 시작했고, 여자는 그러지 말라고 걱정스레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와 남자도 소파에 앉고 나서야, 왠지 민망하고 부담스런 이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게 느껴졌다.
“ 우리 엘이랑.. 무슨 사이예요? ”
“ 네? ”
직접적으로 말하는 여자의 질문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 .. 친구 사이예요 ”
“ 친구요? ”
“ 네.... ”
“ ..... 그렇구나.... ”
왠지 의심하는 말투,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고, 더 이상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어머니가 주신 물을 벌컥 벌컥 다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와 희엘의 식구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 그게..... 저..정말이야? ”
“ 응~ ”
어제 있었던 일을 언니한테 다 듣고서야 난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허겁지겁 내 방으로 올라 와서,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 몸이 멈칫 했다. 왜냐하면 인이 번호를 몰랐기 때문이다.
“ 후우............... ”
이젠 어떻게 그 사람 얼굴을 볼지 난감하기만 했다. 괜히 기운 빠져서 침대에 쓰러졌는데, 짧게 울리는 진동 소리에, 문자메시지 라는 것을 감지했고,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핸드폰을 눈으로 보지도 않고 손으로 더듬거리다 손끝에 걸려들어 핸드폰을 집어 문자메시지를 확인 하는 순간, 또 한 번 놀라서 몸이 벌떡 반사적으로 일어나게 되어버렸다.
- 수하 이야기 -
따분한 주말 오후, 집에서 뒹굴뒹굴 할 때마다 엄마는 잔소리가 늘어난다. 공부 좀 해라, 나가 놀아라 라는 이런 식의 식상한 잔소리 말고, 여자친구를 만들어라, 주말 알바를 해라 이런 고급스런 잔소리가 시작이 된다.
엄마의 잔소리 때문이 아니라, 난 그냥 주말이 싫다. 예전 같으면 윤이 만나서 놀러 가거나, 같이 영화 보거나 밥을 먹거나 했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불가피 해졌고,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윤이가 아닌 희엘과 하고 싶지만, 왠지 연락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침대에 뒹굴 굴러대며,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연락을 할까 말까 말이다. 아마 희엘은 내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난 짝 후배가 정해지고 나서 물어봐도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사에 가서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한참을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큰 결심을 했다. 전화번호부에서 희엘의 번호를 찾았고, 눈 질끈 감고 통화키를 눌렀다. 신호가 갔고, 끊기던 아님 계속 울리던 빨리 이 긴장된 순간이 지나가길 바랬고, 그 순간 신호음이 끊기는 대 반전이 일어났다.
- 여보세요?
“ .... 여..여보세요? ”
- 누구세요?
“ 아.. 나.... 수한데 ”
-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 지금 그게 중요하냐? ”
- 뭐?
“ ... 너.. 그니까.. 밥... 놀러 안먹냐? ”
- 뭐?!!
긴장한 탓인지 말이 계속 헛 나오고 있었다. 성격으로 봐선 벌써 끊고 남았을테지만 그래도 끝까지 끊지는 않고, 내가 말이 다 끝날때까지 기다려 주고 있었다.
“ 저녁.. 먹자고 ”
- 지금?
“ 그래!!... ”
- 너 지금 몇 시인지 알아?
그 소리에 책상위에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정각 3시, 아직 저녁을 먹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 조금 있다가 먹으면 되지~ ”
- ............
“ 여하튼 먹을거야 말거야 ”
- ......
“ 왜.. 대..대답이 없어? ”
- ...... 몇 시?
“ 어?
- 몇 시~
“ 어.. 5시, 강남..에서 ”
- 알겠어!
전화가 끊기고 나서도, 난 핸드폰을 귀에서 떼서 내려놓지 못 하고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며 넋 놓고 있었다. 그러나 번뜩하면서 정신이 돌아왔고, 순순히 나오겠다고 하는 희엘의 대답에 믿기지 않아서 괜히 헛웃을 보이며 옅게 미소가 번지며, 결국 침대에 누워 실성한 사람처럼 크게 웃어버렸다.
30분을 씼고, 1시간 30분을 치장하는데 시간을 보낸 후에야 5시 되기 10분 전에 강남 역에 도착했다. 학교에서가 아닌 밖에서 따로 만나는 이 시간이 난 믿기지 않아 차 안에서도 계속 웃음이 났고, 빨리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떨리고 설레는 이 기분이 깨지지 않길 바랬다.
‘ 빵빵 ’
어디선가 들려오는 크락센 소리, 운전석 창문 쪽을 바라보니, 희엘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내 앞에 차를 세우고 나서 몇 초 후에 핸드폰이 울려서 액정을 바라봤더니 희엘이였다.
- 내가 차 끌고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
“ 어?.. ”
- 문자 못 봤어?
“ 문자? ”
다짜고짜 전화해서 짜증을 부리는 희엘 난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허겁지겁 꺼내, 확인해 봤고, 1시간 전에 문자가 와 있었다는 것을 난 모른 채, 준비 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늦을까 허겁지겁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각자 움직이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고, 희엘의 차는 움직이기 시작해서 나도 뒤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 전혀 예상 하지 못 한 곳이었다. 어리둥절했지만, 차에서 내리는 희엘을 보고 나도 차에서 내렸고,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앞장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희엘을 쫓아 들어갔다.
주문을 받으러 온 이모에게 마음대로 주문을 하고, 컵에 물을 따라 한 모금 마시는 희엘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 .... 왜 그렇게 쳐다 봐? ”
“ 너도... 이런데 오냐? ”
“ 오면 안 되? ”
“ 아니.. 꼭 그런건 아니지만...
“ ......... 나도 사람이거든? 나라고 이딴 곳 못 오는거 아니라고.. ”
“ ....... 누가 뭐래? ”
“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는 뜻이야 ”
“ ... 알겠어~ ”
그리고 뚝 끊긴 대화, 순식간에 해장국이 나왔고, 희엘은 나온 음식을 보고 약간 망설이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리고 잠시 뒤 괜히
헛기침을 하고 나서야 수저를 들어 국물을 한 번 휘 젖더니, 아주 간신히 국물 한 수저를 뜨고 나서 깊은 한 숨을 내 쉬고는 한 모금 먹더니, 맛을 음미 하더니 왠지 긴장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조금씩 편해지고 있었다.
괜히 많이 먹어 본 척,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근데 그런 희엘의 모습에 난 마냥 귀여웠고,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 어제 술 먹었냐? ”
“ 응 ”
“ 엄청 들이 부웠나 보네? ”
“ 응 ”
“ ... 얼마나 마셨는데?.. ”
“ 기억 안나.. ”
“ ... 누구랑? ”
“ ............... ”
“ ... 누구랑 마셨는데~? ”
“ 근데 왜 내가 너한테 취조를 당해야되? ”
“ 취조라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
“ 궁금해 하지마 ”
“ 싫어! ”
“ ................ ”
“ ... 남자랑..... 마셨냐? ”
“ ............ ”
“ 남자랑 마셨냐고! ”
“ 그래 ”
“ ............... ”
“ 그렇다면 어쩔 건데? ”
내 마음도 모르고, 시비조로 대답하는 희엘의 태도에 빈정 상했고, 남자랑 단 둘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셨다는 말에 괜히 걱정도 되고, 그 남자가 누군지 신경도 쓰였다.
“ 야!! 넌 도대체 생각이 있냐~? ”
“ 뭐? ”
“ 남자가 얼마나 응큼 한지 알아? ”
“ 무슨 소리 하는거야 ”
“ 남자랑 단 둘이, 그것도 만취 될 때까지... 그 후엔 어떻게 됐는지 안 봐도 훤하네~ ”
“ ....... 너... 돌았냐? ”
“ 계집애가.. 무서운 것도 몰라... 남자들은 만취한 여자를 보면 환장한다고 알아? ”
“ 그만 해라... ”
“ 것도 모르고... 아휴.. 너도 진짜... 감당이 안 된다 ”
“ 그만 하라고!! ”
잘 나가다가 정색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되레 긴장을 했다. 그리고 날 노려보는 그 눈빛에서 내가 말실수 했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몰려 왔다.
싸한 분위기 속에서 밥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희엘을 붙잡았다. 이대로 가면 월요일 날 학교에서 보는 것조차 불편 할 것 같고, 사과도 하고 싶고,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기도 했다.
근처 조용한 카페에 들어와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주문해 놓고, 아무 말 없이 서로 어색하게 앉아 있었고, 난 이렇게 시간을 낭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아깐.. 미안했다.. ”
“ ............ ”
“ .. 내가... 미쳐 생각을 못 했어.. ”
“ 알면 됐어 ”
“ .... 화 났냐? ”
“ 내가 그렇게 소심해 보여? ”
“ 아니? ”
“ 그럼 말 다 했네~ ”
“ ........... ㅋㅋㅋㅋ..... ”
“ ............ ”
“ ... 나... 궁금한 게 있는데 ”
“ 뭔데? ”
“ 오늘.... 여기 왜 나온 거야? ”
“ 니가 만나자고 했잖아 ”
“ 그래도 원래 니 성격이면 안 나오고도 남았으니까.. ”
“ ....... 나와도 따지냐? ”
“ 따지는게 아니잖아.. ”
“ .......... 그냥... ”
“ ........... ”
“ .... 신경 쓰이잖아.. ”
“ 뭐가? ”
“ ... 나 때문에 멀어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나 때문인 것 같으니까... ”
“ ....... 윤이.. 말 하는거야? ”
“ ... 평소 같으면 이런 날, 같이 놀거나 밥 먹고, 그러는 사이 아니였어? ”
“ ................ ”
“ .. 근데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자꾸... 아니라고 생각해도 떨쳐 낼 수가 있어야지... ”
그냥 ‘ 심심해서 나왔다 ’ 라는 정도의 대답이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결국 미안해서 죄책감 때문에 나왔다는 말이라 괜히 씁쓸했다. 그래도 겉으론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이지만, 속으론 남의 감정도 생각하는 면이 아주 조금은 보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던 그런 마음 때문에 지금 여기 나랑 마주 하고 앉아 있는 것이니까
너무 오랜만에 왔어요 ㅋㅋㅋ
요즘 날씨 기복이 너무 심하네요 ㅜㅜ
그래서 감기 걸리시는 분들이 많으시는 것 같아요 ㅜㅜ
감기 조심하세요 ㅋㅋ
업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