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숲
폴 발레리
서로 사랑하던
우리는
나란히 길을 걸어가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것을
생각했지요.
우리는
이름도 모르는 꽃들 사이를
한 마디 말도 없이 다정히 걸어가며
시나브로, 떨리는 손을
처음으로 마주 잡았지요.
우리는 마치
사랑의 맹세를 한 연인처럼
아름다운 숲길을 끝없이 걸어갔지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워하던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우리들은
그 숲길의 어느 한 곳에
조용히 죽어 있었지요
아득히 먼
기억들 속으로 빛과 어둠이
서로 교차하며 멀어져 가는 듯
아주 은밀한 속삭임으로
아름다운 숲 그늘 아래에서
우리는 죽어 있었지요.
저 하늘 위에서
한없이 쏟아지는 빛의 찬사에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마주 잡고 누워 있었지요.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이여!
[시인의 시 이야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이며 사상사인 폴 발레리는 18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방대한 산문과 비평으로 유명하지요. 소설 《좁은 문》으로 유명한 소설가 앙드레 지드와는 절친 사이였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그가 유망시인으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발레리는 20세 때 지적 혁명을 체험하고 시 쓰기를 중단하고 추상적 탐구의 글쓰기에 몰입했지요. 그러나 그는 시적인 감성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시적 감성은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지적인 탐구와 글쓰기를 즐겨 하던 그도 사랑에 대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에 민감한 존재이기 때문이니까요. 더구나 그는 시인이 아니던가요.
폴 발레리는 노르웨이 숲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이와의 일체감을 공유하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사랑의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체감을 이루는 사랑이야말로 사랑의 참맛을 느끼게 하지요. 잎에감을 이루는 사랑은 말을 안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이와 일체감을 이루는 사랑을 하십시오. 그 사랑이 당신을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할테니까요.
“사랑은 영원하다. 그것이 지속되는 한.”
이는 영국의 시인 로제티가 한 말입니다. 사랑은 인간의 삶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는 가장 열망적인 꿈이지요. 그래서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 던져서라도 사랑을 쟁취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십시오.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