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호 기자
휴대폰 11초 통화해도 20초 사용한 요금 부과…
낙전수입 연(年)9000억 규모 요금제 개편 어렵지않은데
이동통신업체들은 '난색' "최소 5초 단위로 바꿔야"
이동통신 업체들이 휴대폰 요금을 '10초 단위'로 부과, 연간 수천억원씩 낙전(落錢)수입(미사용 통화시간에 대한 통화료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0일 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단체들은 SK텔레콤·KT·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휴대폰 이용자들이 11초를 통화해도 20초 요금을 받는 '10초단위 요금제'를 통해 연간 8000억~9000억원 규모의 초과 수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의 낙전수입 문제는 최근 국내 휴대폰 요금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공개한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불러올 전망이다.
낙전수입이란 통신회사가 실제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이용자로부터 거둬들인 통화료 수입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통화료 부과 시스템 때문이다.
현재 국내 휴대폰 통화료는 10초당 18원이다. 휴대폰 이용자가 11초를 통화할 경우 19.8원의 요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현재는 20초를 통화한 것과 똑같은 36원을 내야 한다. 이용자가 통화하지도 않은 9초분의 요금 16.2원을 더 내야 하는 구조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우혜경 간사는 "10초 단위 요금제로 인해 휴대폰 이용자들은 통화할 때마다 평균 5초의 요금을 더 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현행 10초 단위를 1~5초 단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현행 10초 단위 요금제를 바꾸면 요금제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서로 상대방 통신망을 이용한 후 이용료(접속료)를 정산할 때에는 통화시간을 만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의 통화료는 10초 단위로 산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솔직히 현행 10초 단위인 휴대폰 요금제를 1초 단위나 5초 단위로 바꾸는 데에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면서 "다만 한꺼번에 요금단위를 바꾸면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낙전수입은 유선전화에서도 발생한다. 다만 유선전화의 경우 요금자체가 3분당 39원(10초에 2.17원꼴)으로 적은 편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통신사의 낙전수입은 기업이 앉아서 벌어들이는 돈이란 점에서 문제가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경쟁이 제한된 독과점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에서 쉽게 나타난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올 2분기 영업이익률 18.0%를 기록했다. 2위인 KT는 이동통신과 유선전화를 합쳐 영업이익률이 10.2%였다. 반면 대표적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올 2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 영업이익률은 각각 7.8%와 8.1%로 SK텔레콤·KT에 비해 낮았다.
교보증권 송상훈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 업계의 수익성이 일반 제조업종에 비해 높은 것은 낙전수입과 같은 공짜수입이 발생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요금인하 압력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영업이익률은 크지만 통신품질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산업이라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이동통신 3사는 설비투자보다는 경쟁사의 가입자를 끌어오는 마케팅 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2분기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총 1조9762억원에 이른다.
이동통신사의 낙전수입 문제는 과거 감사원도 지적했던 사항이다. 감사원은 작년 6월 이동통신사들이 10초 단위 휴대폰 요금제로 2006년 한 해에만 8700억원의 낙전수입을 거뒀다고 지적, 방송통신위원회에 시정을 권고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방통위 이동통신 요금담당 과장은 "당시 10초 단위 요금제의 개선을 검토했으나 요금제 전체를 바꿔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고, 요금을 부과하는 단위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어 중장기 개선과제로 전환해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YMCA의 신종원 시민중계실장은 "방통위가 이동통신사의 입장만 고려하지 말고 낙전수입과 같은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신요금 조사자료를 기초로 이동통신 요금인하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OECD 사무국이 발표시기를 9월로 연기함에 따라 휴대폰 요금인하 검토는 지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