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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래도 괜찮나요?
과거에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나를 괴롭힌 사람을 용서해야 하나요?
자녀 걱정을 하지 않고 현재를 사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스님은 정말 많은 장소를 다니시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장소와 사람이 있나요?
아이를 잃은 슬픔에 어떤 위로도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미국에 이민을 온 후 완벽한 삶을 살고 있지만 항상 한국 생각을 하면 만족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위에서 소개했던 질문자 분도 웃으며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As a bigger picture, you know, you said like life is joy and suffering. You cannot separate the two. The more joy you have the more suffering you have. That's just how it is and that's so very apparent in this room. And so that I just have freedom in choosing, making a choice and not being afraid of the consequences because that's just the beauty of what life is.”
(인생을 큰 그림으로 본다면 스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즐거움도 있고, 고통도 있습니다. 그 둘을 따로 분리할 수 없습니다. 더 많은 기쁨이 있다면 더 많은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게 인생이라는 것을 오늘 이 시간에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인생의 아름다움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성폭행의 상처를 갖고 있는 분,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분 등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성폭행의 고통을 안고 있는 분도 밝아진 얼굴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I realized today that rather than, I think I was obsessing over forgiveness and betrayal but I realize that I was actually self-victimizing myself to a certain degree. I called myself a survivor but I don’t think I lived up to that title. I feel very light right now. There are some regrets. The should’ve would’ve could’ve back then. But I think I’m going to focus my energy in advocating for other sexual victims and survivors and helping prevent these issues by sharing my story and sharing some of the insights I gained today. And I feel very free and I think I truly feel like I own my body and I’m a winner. So I really appreciate today’s opportunity. Thank you.”
(그동안 저는 용서와 배신에 집착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제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존자라고 스스로를 부르면서 막상 생존자답게 살아오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 마음이 가볍습니다. 후회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때 이랬다면, 혹은 저랬다면. 하지만 이제는 제 경험과 오늘 얻은 깨달음으로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런 일을 예방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자유로워진 기분이고, 나를 다시 찾은 것 같고, 성공한 기분입니다. 오늘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질문자들의 소감을 듣고 나서 청중 모두가 큰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등산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선 계곡을 타고 먼 길을 걸어야 합니다. 강을 건너고, 울창한 숲길을 지나고,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를 걷기도 하고,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등산하러 온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산에 같이 오르자고 한 사람을 원망하기도 하죠.
자,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들어섰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중요한 것은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서 정상에 올랐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수록 등산을 다녀와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집니다.
지금 살아있다면 모두 성공한 인생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은 삶의 정상에 서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과정을 겪었지만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중간에 탈락하지 않고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 이곳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인생은 모두 성공한 인생입니다. 그런 의미로 아침마다 눈을 뜰 때 ‘오늘도 살았네!’ 이렇게 외쳐보세요. 하루를 훨씬 가볍게 보낼 수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기쁨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여러분들의 삶을 축복합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여러분들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이 끝나고 참가자 몇 분에게 오늘 강연을 들은 소감이 어떠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웃으며 가볍게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I learned today that compassion isn’t always about being nice or consoling. Compassion is not just comforting others but telling them what they needed to hear in the way that they can understand. Although the dialogue was between the questioners and Sunim, some of my questions were answered through their conversation.”
(오늘 강연에서 자비심이란 꼭 남을 위로하거나 남에게 친절한 행위만을 말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자비심은 남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말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통해 저의 질문들까지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뜻깊었습니다.)
“It was interesting to hear how all these life events boiled down to the bigger scheme of life. There is life, there is death, there is joy, there is sorrow. There is grief, there is happiness. These all seem to be happenings that come with life. It was a thoughtful time to gain insight into this Buddhist perspective on life.”
(오늘 강연에서 들은 다양한 인간사가 인생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이구나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괴로움과 행복 이 모든 것이 삶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배우고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스님의 법문이 큰 감동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중을 배웅하고 오늘 강연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을 나와 다시 숙소로 향했습니다.
김세희 님의 댁에 도착하니 시어머니가 와 계셨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함께 정토회에서 스님의 법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 분입니다. 김세희 님이 스님의 법문을 영어로 번역하면 시어머니가 현지인의 정서에 맞게 정확하게 번역이 되었는지 점검을 해주십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How are you doing? It's been 4 years.”
(잘 지내셨어요? 4년 만이네요.)
“저는 4년 동안 농사짓고 살았어요.”
“Wow, that's cool.”
(와, 멋지네요.)
대화를 나누고 잠시 휴식한 후 밤 12시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에 맞춰 생방송을 해야 하다 보니 오늘도 밤을 꼬박 새우게 되었습니다.
내일은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치고 미니애폴리스를 출발하여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로 이동합니다. 콜럼버스에서도 미국인을 위해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