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어떤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까?
(팔공산 제1편)
筆嶺/金相和
사랑과 행복을 한 아름 앉고 봄이 왔다. 필자는 많은 사람에게 봄을 배달하고 싶어 대구의 명산 팔공산(八公山)으로 등산을 간다. 대구는 아마도 서울보다 더 따듯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대구에 자리 잡고 있는 팔공산(八公山)은 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우리에게 알릴지 모른다. 팔공산(八公山)은 도립공원으로 대구 시민과 경북도민뿐 아니라 전국 등산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산이다. 몇 개월 전부터 팔공산(八公山)에 가려고 하던 차 최용수 회장의 초대로 가게 되었다. 팔공산(八公山)은 블랙야크(BLACKYAK)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하나이다. 그래서 더욱 그곳에 가서 산행을 하고 싶었고 봄소식도 전하기 겸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필자는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저녁 8시 대구행 SRT 열차로 가기로 자신과 약속했다. 일을 맞이고 집에 도착해 부지런히 배낭을 챙겨 수서역으로 달려갔다. 표를 끊으려고 매표소의 아가씨에게 몇 시 표가 있느냐고 물으니 오늘 마지막 차까지 매진되었다고 한다. 이걸 어찌하지? 하며 우울한 마음으로 한참을 서서 망설였다. 비록 표가 매진되었다 해도 가기로 마음먹으니 어떻게든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표를 끊지 못해 우울했던 기분이 풀리기 시작한다.
몇 년 전에도 표가 매진되어 무임 승차한 적이 있다. 승무원에게 말하고 할증(割增) 50%만 더 주면 친절하게 표를 끊어 준다. 조금 기다리다가 8시 SRT를 탔다. 열차는 탔지만, 서서 가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서서 가면 어떠하랴!! 이것도 추억의 한 토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큰 추억이 될 것이다. 앞칸과 뒤 칸이 이어지는 지점, 승객이 오르내리는 곳의 공간에 서서 가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아늑한 아틀리에(atelier) 같다. 아산역을 지날 무렵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한다. 표가 매진되어 구입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발급해 달라고 했다. 승무원은 친절하게 50% 할증해서 끊어 준다. 표를 끊어 주면서 대전에서 손님이 많이 하차하니 빈자리에 앉아가라고 귀띔까지 해 준다.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안내 방송에서 대전역에 도착한다고 한다. 열차가 멈추자 많은 승객이 하차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자리를 잡아 편하게 앉아 대구까지 갔다. 그래 이것도 필자의 삶에 행복한 추억이 아니든가~^^ 행복이란 별것이던가!!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다.
10시쯤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을 나가니 최용수 회장과 강신우 대표가 마중을 나왔다. 본제가 불과 엊그제인데 어찌 이리도 반가울까? 곧바로 호텔로 안내한다. 그라더니 맥주와 족발을 사 온다. 필자는 대구에 거주하는 한영택 시인과 박근태 시인께 전화했다. 두 시인은 필자와 매우 각별한 사이라서 얼굴도 보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갑게도 박근태 시인이 도착한다. 잠시 후 한영택 시인도 도착한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시인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우리는 술 한잔하면서 서로 인사를 시키니 바로 친해진다. 그래서 내일 팔공산(八公山)으로 등산 갈 이야기를 나눴다.
몇 년 전에 해인사가 자리 잡고 있는 가야산을 함께 등산한 한영택 시인이 내일 하루 일을 멈추고 함께 가기로 했다. 등산하려고 대구까지 왔지만, 위험한 산을 혼자 가려고 생각하니 외롭기도 하겠지만, 은근히 겁이 났다. 그런데 등산에 노련한 한영택 시인께서 필자 혼자 가면 위험하다고 하면서 함께 간다고 한다. 한 시인은 자기 생업을 뒤로하고 오직 필자를 위해 하루라는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다. 자기 일을 멈추고 시간을 내어 필자를 위해 봉사하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꼬~^^ 보통 사람으로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한 생각이 가슴을 파고든다. 내일 만나기로 하고 모두 헤어졌다.
최용수 회장과 잠을 청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등산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한영택 시인이 배낭을 메고 도착한다. 잠시 후 강신우 대표와 고경호 대표도 도착한다. 강 대표와 고 대표는 발에 이상이 생겨 오늘은 등산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 시인과 둘이 등산을 갈 수밖에 없었다. 고 대표차에 다섯 명이 타고 팔공산(八公山) 입구에 내렸다. 우리는 등산 하고 와서 만나기로 하고 여기서 헤어져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한영택 시인과 필자는 힘찬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팔공산(八公山)의 신선산 공기가 우리를 환영해 주듯 마음껏 즐기라고 한다. 토요일인 데도 등산객은 우리를 비롯해 몇 명 되지 않는다. 몇 발짝 걸으니 대궐 같은 문이 나타난다. 저 문이 무슨 문일까?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세히 보았다. 건물 위에 八公叢林桐華寺(팔공 총림 동화사)라고 쓰여있다.
동화사의 초대 방장이 바로 대한불교 조계종 13, 14대 종정이셨던 진제(眞際) 대선사이시다.
총림(叢林)은 참선 수행 전문 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 교육기관인 율원(律院) 등을 모두 갖추고 학덕과 수행이 높은 본분 종사인 방장(方丈)의 지도하에 스님들이 모여 수행하는 종합적인 수행도량이라 들었다.
먼저 팔공산(八公山)에 관한 내력을 간약(簡略)하게 알아보자. 팔공산의 높이는 1,192.8m이며 길이는 254km이다. 대구에서 북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지점에 솟은 대구의 진산(鎭山)이다. 태백산맥이 낙동강 금호강과 만나는 곳에 솟아 대구광역시 동구에 속하지만, 영천시 경산시 칠곡군 군위군 등 4개 시군이 맞닿는 경계를 이룬다. 주봉인 비로봉(毘盧峰)을 중심으로 동서로 20㎞에 걸쳐 능선이 이어진다. 예로부터 부악(父岳), 중악(中岳), 공산(公山), 동수산(桐藪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필자는 오늘 동봉(東峰)을 거쳐 주봉인 비로봉(毘盧峰)까지 갈 것이다
팔공산(八公山) 기슭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桐華寺)를 비롯해 파계사(把溪寺) 부인사(符仁寺) 은해사(銀海寺) 등이 있다고 한다. 시간 관계로 애석하게도 이곳을 모두 보고 오지 못할 것 같다. 통일신라의 원효대사가 삼국의 통일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웠다는 군위삼존석굴(軍威三尊石窟:국보 109)이 있는데 이는 경주 토함산 석굴암보다 제작연대가 빠르다고 한다. 그 외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보물 431) 등의 문화재가 있으며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서 820m 높이까지 케이블카가 다니고 80m 높이의 병풍바위에서는 암벽등반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신라시대 김유신(金庾信) 장군이 통일구상을 하면서 수행했던 곳이다. 고려를 세운 왕건(王建)이 견훤(甄萱)과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팔공산(八公山)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영험(靈驗)의 상징으로 불리는 갓바위가 있기 때문이라 하는데 거리가 멀어서 필자는 오늘 안타깝게도 갈 수 없다. 갓바위는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大閑里) 골짜기에 있으며 머리에 갓을 쓰고 있는 형상의 좌불상이다. 수많은 사람이 갓바위를 찾아와 소망을 기원한다고 하기에 필자는 비록 가톨릭 신자지만 그곳에 가서 300대 명산 수필이 무사히 끝날 수 있게 소원을 말하고 싶었다. 갓바위 석불은 해발 850m이며 높이는 약 6m이고 머리의 갓 지름은 1.8m이다. 신라 선덕왕 때 의현대사(義玄大師)가 어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머리에 쓴 갓의 모양이 학사모와 비슷하여 입시 철 합격을 기원하는 행렬이 해마다 북새통을 이룬다는 곳이다. 이러한 곳을 가보지 못하는 심정~^^
*영험(靈驗)=신령하고 불가사의하며 믿기 힘든 경험
우리 두 사람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동화 캠핑장을 지났다. 여기서 동봉(東峰)까지 3.4km이고 케이블카까지는 1.3km이다. 오늘 목적지인 동봉(東峰)과 비로봉(毘盧峰)을 향해 걷는다.
한참 걷다 보니 용수동사지(龍水洞寺址)를 볼 수 있었다. 용수동사지 2는 관련 문헌이 없어 연혁을 알 수 없지만 팔공산 동화지구 캠프장 상단부 일대로 추정되며, 야영장 조성으로 인해 사역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단 최상단이라고 추정되는 평탄지에 석탑재를 비롯한 유구 일부가 남아 있으며, 이 유물의 양상과 석탑재로 보았을 때 사찰의 운영 시기는 고려 전기에서 조선 전기쯤 추정된다.
동봉 2.2km까지 왔을 때다. 한영택 시인은 여기서부터 탑 골이라고 한다. 길옆에 큼직한 탑들이 보기 좋게 세워져 있다. 개울에서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 밑으로 물이 졸졸 정겹게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시인은 나무 위를 가리키며 겨우살이나무를 보라고 한다. 이곳에서도 겨우살이나무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팔공산은 지금은 대구시가 많이 확장되어 이곳까지 점령했지만, 옛날엔 첩첩산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귀한 겨우살이를 우리가 볼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팔공산(八公山) 제1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제2편에서는 동봉(東峰)까지 가는 장면을 적나라(赤裸裸)하게 적어 볼 것이다.
2023년 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