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거리의 암자
시/신달자
아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 대분의 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출렁출렁 야간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는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빗된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속풀이 국물이 짜글짜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둡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낙지가 꿈틀 상 위에서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낙지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냅니다
비워진 소주병에 놓인 플라스틱 작은 상이 휘청거립니다
마음도 다리도 휘청거리는 밤거리에서
조금씩 비워지는
잘 익은 감빛 포장마차는 한 채의 묵묵한 암자입니다
새벽이 오면
포장마차 주인은 밤새 지은 암자를 걷어냅니다
손님이나 주인 모두 하룻밤의 수행이 끝났습니다
잠을 설치며 속을 졸이던 대모산의 조바심도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거리의 암자를 가슴으로 옮기는 데
속을 쓸어내리는 하룻밤이 걸렸습니다
금강경 한 페이지가 겨우 넘어갑니다
*시(詩) 해설, 나태주 시인
조금은 경이로운 내용이다. 포장마차, 그것도 하룻저녁 길거리에
불을 밝히고 세워지는 포장마차. 그걸 하나의암자로 보았다. 거기
에 드나들며 술을 마시는 손님들을 수행자로 보았다.
아, 세상을 이런 안목으로 볼 수도 있구나! 그렇지 인생이란 누구
나의 인생도 존귀하고 누구나의 하루하루도 소중한 것, 그렇다면
포장마차에 모여 술 마시는 사람들의 인생이라 해서 다를 것은 없
는 일이다.
여기서 평등이 나오고 상생이 나오고 화평이 나온다. 시인은 특히
이 점에 주목한다. 하루하루 버겁게 사는 일상이 금강경의 한 페이
지라고 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부디 그들의 남은 인생에도 가호가
있기를!
- (해설자 약력)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1(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50년간 끊임없는 창작 활동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 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국민 시인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등 100여권
공주 문화원장, 소월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유심 작품상 등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