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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일본어교실입니다.
# 일본 최대의 명절 오본(お盆)
(일본어저널 김유리 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휴로는 설 연휴와 추석 연휴를 꼽을 수 있다.
그럼 일본의 대표적인 연휴는 언제일까?
우선은 4월 말~5월 초, 여러 공휴일이 이어지는 골든위크, 그 다음으로는 8월 15일 오본(お盆)을 전후로 일주일 정도 쉴 수 있는 오본야스미(お盆休み)가 있으며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지는 연말연시 연휴가 있다. 그중 오본야스미는 우리나라 추석 연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오본이란?
일본의 오래된 풍습인 '오본'은 음력 7월 15일 무렵, 조상들에게 공양하기 위해 열리는 여름 전통행사이다.
이제는 여름철 긴 연휴로서의 의미가 커졌지만 원래 정식 명칭은 '우라본에(盂蘭盆会うらぼんえ. 백중맞이)'로 돌아가신 분이나 조상들의 영혼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잠시 돌아오는 시기를 말한다. 주로 고인이 생전에 지내던 장소 즉, 집에서 맞이할 준비를 하며 이승에 왔다가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 행복하고 평온하게 지내기를 기원한다.
오본은 지역에 따라 시기와 기간이 조금씩 다른데 대부분 8월 15일을 기준으로 무카에비(迎え火. 마중불)를 피우는 8월 13일부터 오쿠리비(送り火. 배웅불)를 피우는 16일 까지의 4일간을 '오본' 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오본연휴는 이 3~4일간을 말하지만 주말을 포함해 약 일주일 동안 쉬기도 하는데 올해는 8월 11일(일)이 공휴일인 ' 산의 날(山の日)'이어서 대체 휴일인 월요일을 포함하면 8월 10일(토)~18일(일)까지 최대 9일간 쉴 수 있다.
한편 도쿄(東京) 등 일부 지역에서는 7월 15일을 기준으로 7월 13~16일을 오본이라고 하며 오키나와(沖縄)에서는 음력 7월 13일~15일의 3일간을 오본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렇게 오본의 시기와 기간이 다른 이유는 과거에 주로 음력을 사용하다가 1872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을 도입하면서 정착하기까지 지역마다 시간차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기와 기간은 달라도 오본과 관련된 행사는 거의 비슷하다.
* 오본의 기원과 역사
오본의 정식 명칭인 '우리본에'는 불교 경전인 '우라본쿄(盂蘭盆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라본쿄'의 '우라본'은 산스크리트어 '우라반나(거꾸로 매담)'가 기원으로 부처님의 제자 중 한 명인 모쿠렌(木蓮)과 관련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리는 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쿠렌이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할 방법을 묻자 음력 7월 15일에 어머니를 위해 공양하라고 답했고 여기서 현재 오본의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본의 풍습은 꽤 오래전에 시작되었는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 『일본서기(日本書記)』에는 606년 7월 15일에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경문을 읽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헤이안(平安) 시대에는 부모와 조상에게 공양을 드리기 위해 쌀, 보리, 다시마, 가지 등을 절에 바쳤다고 한다.
처음에는 왕과 귀족의 행사였지만 가마쿠라(鎌倉) 시대부터는 무가 사회에서도 조상들과 전쟁에서 죽은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불교 행사로 열렸고 에도(江戸) 시대 이후, 민중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 대표적인 오본의 풍습
. 오본 장식과 공양물
오본 때는 집안에 불단을 마련해 공양물과 오본 장식을 놓아둔다. 가장 대표적인 오본 장식은 오이와 가지에 나무젓가락 등을 꽂아 다리처럼 만든 것인데 오이는 조상의 영혼이 빨리 돌아오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말 '쇼로 우마(精霊馬)', 가지는 저승으로 천천히 돌아가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소'精霊牛)'를 나타낸다. 조상의 영혼이 이 말과 소를 타고 이승과 저승을 오간다고 여기는 것이다.
한편 대표적인 공양물로는 잘게 썬 오이와 가지, 쌀을 연닢 위에 쌓은 '미즈노코(水の子), 경단을 쌓아 올린 '오무카에단고(お迎え団子)' 등이 있으며 제철 과일과 채소, 평소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바치기도 한다.
. 본오도리
8월 16일 저녁이 되면 남녀노소가 모여 본오도리(盆踊り)를 추기 시작한다. 원래는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난 망자들이 기뻐하며 추는 춤에서 유래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조상들의 영혼과 후손들이 즐겁게 어울려 춤춘다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광장에 등불을 가득 매단 야구라(櫓)를 세워 반주음악 연주자, 노래하는 사람 등이 야구라에 오르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싸 자유롭게 춤을 추기도 하고 도로를 행진하며 짜여진 안무를 선보이기도 한다.
본오도리에는 지역 유대를 돈독히 하는 의미도 있어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데 아키타현(秋田県)의 '니시모나이 본오도리(西馬音内盆踊り', 기후현(岐阜県)의 '군조오도리(君上踊り), 도쿠시마현(徳島県)의 '아와오도리(阿波踊り)'를 '3대 본오도리'로 꼽은다.
그중 도쿠시마 아와오도리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본오도리로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매년 13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든다.
. 오쿠리비
오본이 끝나는 8월 16일에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오쿠리비(送り火)를 피운다. 오본 기간에 장식했던 등과 공양물을 강이나 바다에 띄우기도 하는데 이것을 도로나가시(灯籠流し) 또는 쇼료나가시(精霊流し)라고 한다(요즘은 수질 오염 때문에 강 하류나 해안가에서 회수한다고).
가장 유명한 오쿠리비 행사는 매년 8월 16일, 교토(京都)에서 열리는 '고잔오쿠리비(五山送り火)'로 다섯 개의 산에서 '큰 대(大)', ' 법 법(法)', 등 글자와 도형 모양의 불을 피운다.
제일 규모가 큰 것은 뇨이가타케(如意ケ岳)산의 '大'로 타오르고 있는 '大' 글자를 물컵, 술잔에 비춘 뒤 그 물이나 술을 마시면 병에 걸리지 않고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