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영월 옥동천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낚시꾼들이다 보니 그 자리는 수심이 얕아 사실 낚시를
하기엔 좀 마땅찮아 수심이 깊은 곳인 옥동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 지역으로 옮기기로 합의하고
자리를 옮겼다
옥동천과 한강의 합수지점에는 대아리 가재골로 들어가는 좁은 다리가 있고 다리윗쪽 옥동천 하루
산쪽으로는 7~80미터의 수직 절벽이 있고 맞은편 도로쪽으로의 강변에는 버스 2~3대가 들어 갈 정도로
둔치가 있는데 이곳에 주차를 하고 주변으로 흩어져 텐트들을 쳤다
그리고 위쪽 수십이 얕은 곳에는 애들 놀게 두고 합수머리쪽 수심깊은 곳은 어른들의 낚시터로 자리를
잡았다
그날밤이였다
한강엔 아직도 황톳물이 콸콸흐르지만 하늘엔 별이 총총 빛나는 밤낚시하기엔 더 없이 좋은날로
옥동천쪽에선 조황이 별로 좋지 못하여 항톳물이 흐르는 본류인 한강쪽에서 낚시를 하고자 자리를 옮겨
낚시대를 펼쳤다
그 다리 주변엔 큰 바위들로 축대를 쌓아 급경사를 이루지만 가재골로 들어가는 임도도로에 앉아
낚시대를 펴면 딱 좋은 곳이라 낚시대를 드리우고 초딩 4학년 아들과 (이놈은 3살때 팔당댐아래
강변에 앉아 있다 앞으로 꼬꾸라지며 빠진것을 건진 경험이 있다)
5살의 딸애가 옆에 돗자리를 깔고 밤공기를 쐬며 놀고 있었는데 밤 10시경 졸린다며 텐트로 간다기에
아들과 함께 가서 자라며 낚시의자에 앉은 자세로 허리만 돌려 가는길을 후레쉬로 비춰주고 있는데
다리 중간 쯤에 가든 딸애가 그냥 옥동천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꾸벅 꾸벅 졸며 가다가 부로크 한장 높이 정도의 난간에 걸리며 빠진것이다
나도 수영실력은 어릴적 동네 냇가에 가서 물장구치며 놀든 수준이다 물 먹어가며 하면 한 300미터는
갈 정도지만 암튼 물에 대한 공포는 많은 편이지만 물에 빠진 딸래미를 보는 순간은 겁대가리 사라진다
정말 번개같이 뛰어가 보니 어린 아들은 물놀이용 보트를 들고 어?.. 어?.. 하며 아래를 쳐다보고 있고
딸은 거꾸로 빠졌으니 다리부터 다시 붕~~~ 뜨 오르고 있었다
옷이고 신발이고 다 입고 신은채 그냥 뛰어 들어 딸을 똑바로 세워 엉덩이쪽을 안아 높이올렸다
그 순간 딸이하는 얘기 " 아빠.. 내 신발... "" 하는 것이다
죽음이나 위험에 대한 아무런 인식도 없는 어린애다운 얘기다
그 순간에 내가 할수있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늘어지는데 내가 수영못하게 움켜잡지
않도록 안심시키며 " 그래~~ 아빠가 새것으로 사 줄께 " 하며 안심을 시키며 돌아보니 이미 머리통은
다리빨 아래로 쓸려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리상판과 물줄기의 공간은 약 20센티...
애가 물속에 잡기면 어떤행동을 할지 모르니 일단 최대한 높이 안아들어 물에 잠기지 않도록하고 나니
난 어쩔수 없이 물속에 잠겨 다리 아래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리아래 본류쪽은 홍수나기 일보직전의 항톳물이 급류를 이루는 곳인데....
한손으로 수영을 해야하는 내가 본류에 휩쓸리며??.....
많은 사람들이 위험의 순간 그 짧은 1~2초에 자기가 살아 온 일평생이 번개같이 떠 오른다고 경험담을
얘기하곤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온갖 가억들이 스치는 가운데 지류와 본류가 만나면 지류는 본류의 힘에 밀려 회전한다.....
단 지류의 중심부는 본류로 깊이 빨려 들지만 지류의 하류쪽일수록 밖으로 크게 회전하며 밀린다
그리고 그 회전은 둑으로 일단은 부딪힌다
(예전 그 시절엔 춘양으로 넘어가는 각동교가 없어 철선으로 끄는 뗏목으로 건너다녔고
각동수련장에서 가재골로가는 가재골 다리도 없어 옥동천합수머리에 작은 다리하나만 있었다)
(지도에 다리 일부가 끊어진건지 반만 보이네.... 이 다리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운이 나쁘면 한 번 .... 운이 좋으면 두 세번 휘 돌아 칠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강둑 어딘가를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
그렇다 .... 이 다리아래를 빠져 나가기 전에 최대한 교각아랫쪽으로 붙어야 한다....
그 생각에 물속에 잠겨 본류로 떠밀리는 상황에서도 한손으로 수영하여 최대한 교각 아래쪽으로 붙었다
한 순간!!~~~~~~~~
잠겼든 몸이 압에 의해 붕 떠오르는 순간 다리아래쪽 끝머리부분 난간이 보여 탁!!~~~~ 한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리위를 보니 아들은 아직도 동생이 빠진 위쪽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을 불려 동생을 끌어 올리라 하니 제 힘에 부치는지 들어 올리지를 못하여 다리 아래위를 보니
본류 아래쪽 수십미터 아래쪽에 낚시꾼의 불빛( 낚시용 케미)이 보여 아들에게 아저씨 불러 오라고 하여
달려온 현지 낚기꾼이 딸애를 받아 올리고 지쳐 함이 빠진 나까지 끌어 올렸다
사실 내 취미가 낚시고 우리나라 루어낚시 초기에 이미 루어 낚시를 하며 물가를 자주 찿고 물 주변에
살다시피 한데다 특히 이 옥동천은 수십번을 와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여 물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물 흐름을 거스러지 않고 순응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은것이다
물 흐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차 하는 순간에 본류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딸을 구하고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잠자리에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그 생각이 떠 오르면
그날밤은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다시피 한다. 트라우마란 게 참 무서운거다
오늘 요점은 애들 동반한 물가에서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한 순간도 방심하면 안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가 지형이나 주변 상황을 잘 알고있는 곳으로 가면 위급시 도움이 될수 있다
또한 처음가는 지역이며 반드시 주변을 돌아보며 위험발생시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며 사전에
지형을 충분히 익혀두면 큰 도움이 될수 있다
지금도 어떤 건물이든 (빌딩, 극장,대형식당, 특히 지하에 있는 노래방등) 들어가는 곳은 필히 비상구가
어디 위치하는지 일행들 모르게 슬쩍 살펴 확인을 한다
다음은 물가에서의 인명구조 및 애들동반시 일어나 구조했든 사고사례를 올려보고자 한다
첫댓글 침착 하게 참 잘 하셨습니다
급박한 순간 그림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