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 설 음식]
차례상 올리는 도라지 등 '삼색 나물',
가문 번창 기원하는 음식이죠
▲ 설 음식인 나물과 전. /더 라이트 제공 |
매년 음력 1월 1일로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명절로 꼽히는 날이지요. 설에는 새해 차례상과 세배 오는 손님을 위한 세찬(歲饌)을 준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이 많아요.
설 음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떡국이에요. 떡국 떡은 멥쌀가루를 쪄서 나무판 위에 놓고 떡메로 친 뒤 길게 만든 가래떡을 얇고 둥글게 썰어서 만들어요. 이를 쇠고기나 꿩고기를 넣고 끓인 국물에 넣고 달걀 지단이나 파 같은 고명을 얹어 먹지요. 만두를 빚어서 떡국에 넣는 집도 많고, 차례상에 쌀밥 대신 떡국을 놓는 경우도 많아요.
시루떡도 차례상에 많이 올리는 음식인데, 보통 고사를 지낼 때는 붉은색 팥시루떡을 쓰지만 차례 지낼 때는 붉은색이 조상의 혼을 쫓아낼 수 있다 해서 껍질을 벗긴 팥시루떡을 올려요. 이 밖에 전, 나물, 식혜, 세주(歲酒·새해를 맞이하여 먹는 술) 등을 차례상에 올린답니다.
이 중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만들어 먹는 설 음식은 전(煎)이에요. 생선이나 고기·채소 등을 밀가루와 계란물에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으로 전유어(煎油魚)라 부르기도 하고 궁중에선 전유화(煎油花)라고 불렀어요. 표고전·육원전(동그랑땡)·생선전 등 어떤 종류로 만드느냐에 따라 다양한 전이 있지요.
표고전에 쓰이는 표고버섯은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여긴 식재료예요. 피로 해소에 좋은 비타민 B와 항암(抗癌) 효능이 있는 베타글루칸이 많아요. 특히 햇볕에 말린 표고버섯은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를 건강하게 해준답니다. 육원전은 다진 쇠고기와 으깬 두부, 잘게 썬 야채를 넣어 둥글고 납작한 완자를 빚은 것이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이 적당히 균형 잡힌 음식이에요. 생선전은 주로 동태(명태를 잡아서 얼린 것)를 재료로 쓰는데, 꽁꽁 냉동한 동태를 3~4시간 실온에 둔 뒤 살을 칼로 얇게 저며 포를 뜨지요.
설 나물로는 흰색(도라지), 갈색(고사리), 청색(시금치)의 '삼색(三色) 나물'이 대표적이에요. 각각 뿌리(根), 줄기(莖), 잎(葉) 나물인데 뿌리는 조상, 줄기는 자손, 잎은 후손을 의미한다고 전해져요. 조상에게 가문의 번창을 바라는 마음으로 차례상에 올렸다는 거지요. 도라지는 사포닌 함량이 높아서 기침이나 가래를 줄여주는 기능이 있어요.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고치는 데 효과가 좋고, 시금치는 빈혈이나 소화 불량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이에요.
산적도 차례상에 꼭 올리는 제물(祭物)인데 고기와 야채·버섯 등을 꼬치에 꿰어서 구워낸 지짐누름적과 고기를 다진 후 각종 양념을 섞어 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후 석쇠에 구어 낸 섭산적 등이 있어요.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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