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늦게 들어와 잘 준비를 하고 티비를 켜니 웬일이래?
우리나라에서도 보지 않았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지막회 라고 해서 작정하고 눈으로 화면을 쫓다보니 역시 왜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베트남 티비는 친절하게도 아시안 티비 속에서 KBS 뉴스나 드라마를 더빙 없이 한국말 방송에 자막으로 베트남어가 나오도록 하여
베트남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원어로, 자국민에게는 한국어를 공부할 기회를 주면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대한민국 땅에서 보는 것과 같은 효과요 요즘 뜨는 송중기를 위해 그가 출연한 드라마 "성균관스캔들"까지도 재방송 하고 있더라는 말씀.
말하자면 한류의 대세 파워를 온 몸으로 느끼겠으며 그또한 남의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으로서는 플러스 알파요
새삼스럽게 그 덕분에 나랏님은 관심없고 문화부도 못하는 한류의 막강 파워를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
어쨋거나 그렇게 한류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은 티비 앞에서 뿐만이 아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일은 다반사요
그들은 또 한때의 적이었을 우리를 잊고 반가운 마음으로 웃으며 사람좋게 맞아주기도 하고
본인들 스스로 자청하여 아무런 사심없이 친절한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하니 여행자로서는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날은 웬만하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보는 경험을 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그 옛날 우리네 6,70년대 처럼 버스 안내원이 있다는 딸내미 말에 홀려 버스를 타보기로 한 것인데
베트남 버스 안내원은 남자로서 버스 이동하는 동안에는 자기 편한대로-게임을 하기도 한다- 있다가
버스가 정차하면 바로 눈빛이 달라져 타는 사람들을 주시하면서 누가 새로 탄 사람인지를 귀신같이 구별해내어
버스비를 받고 종이로 된 버스표를 주는데 그 버스표는 돈을 받았다는 표시로 살짝 찢어서 줌은 물론
다음날 똑같은 버스표를 갖고 있다가 슬쩍 내밀까봐 염려하여 하루 걸러 하루씩 버스표 색깔을 달리하여 준다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겪어보니 그러하였다.
그러니까 확인사살하기 위해 다음 날도 잠깐 버스를 타보았더니만 역시나
어제 하루는 휜색 버스표였다가 다음날은 분홍색 버스표가 등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버스에 타면 앉는 좌석의 순서는 노인 우선이요 아이들 그리고 여자 이런 순서를 지켜가면서
앉고 서고를 반복하며 예의와 기본을 우선시 하는 예절바른 민족임을 드러낸다.
당연히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어도 노인이나 아이들이 타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그들의 배려 문화-대만도 그러해서 감동이었다-요,
한때 우리도 그랬건만 지금은 그런 미덕이 실종된지 오래고 또 무거운 짐을 무릎에 대신 들어주는 것 역시 우리도 잘하던 일이었지만
요즘 우리에겐 보기 드문 광경이라 그런 장면들을 마주 대하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어쨋거나 도자기마을 "밧짱"에 가기 전에 미리 시내에 들러 이른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동쑤언 시장 근처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훅 하고 열기가 올라와 코코넛과 다양한 과일을 섞어 만든 음료수 한잔 쭈욱 마셔주는 센스를 발휘하고
근처에서 유명한 "짜까"를 먹기 위해 딸내미가 자주 가던 음식점으로 고고고....가장 먼저 음료수 같은 하노이 맥주를 마셔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물치 생선요리 "짜까"는 다양한 향신 야채가 함께 나와서 더욱 좋아하는데
지난번 태항산 여행에서는 그렇게 원했건만 한국인 입맛에 맞춰진 음식만 나와서 강한 향신 채소를 맛보지 못해 아쉬웠던 차에 얼마나 좋던지.
작년에 아주 유명한 다른 집에서 먹었던 맛보다 훨씬 강력한 느억맘 소스에 찍어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이곳은 주로 내국인이 많이 찾아드는 곳이어서 그들의 입맛에 맞춘 곳이라 소스가 더욱 강렬했던 듯 하지만 무설재 쥔장에게는 굿.
어쨋거나 좌르르 윤기 흐르는 가물치 한점과 노란 기름 한 술과 땅콩을 얹어서 느억맘 소스에 쌀국수와 더불어 갖은 야채와 함께 먹는 맛.
특히 고수를 많이 넣어야 맛있음을 더더욱 알게되는 이 맛은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몰라 라는 것은 이미 알 터.
웬만해서는 저녁에 먹는다고 알았던 까닭에 낮에 먹어도 될까 싶었지만 낮에 먹는 "짜까"도 좋더라는 말이기도 하다.
점심 식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우리의 이천 도자기 마을 같은 베트남 도자기 마을 밧짱으로 달려갔다.
들어서는 초입부터 여기저기 도자기 굼터들이 눈에 뜨이고 뒷켠의 마을은 그런 장인들이 직접 가마를 굽고 그들만의 도자기 작품들을 생산해낸다.
하지만 갈길이 바쁜고로 초입은 그냥 통과한 버스가 내려 준 버스종점에서 이리저리 들러보며
전시된 작품을 구경하는 것과 구석구석 숨겨진 도자기 장인 집을 찾는 재미도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게 쏠쏠하였고
연휴라고 아이들 데리고 도자기 체험을 집적 해보는 부모들과 관광객도 많아 참으로 흥미롭기도 하였다.
게다가 정말 종류도 다양한 도자기 그릇과 물건들이 수두룩한데 그곳에서 사는 가격은 시내에서 사는 가격의 삼분의 일에서 오분의 일 정도,
혹시나 해서 시내로 돌아와 도자기 전문점에 들러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다섯배의 가격 편차를 보이더라는.
이즈음이 연휴인 까닭에 밀려다닐 지경으로 넘쳐나는 베트남 사람들과 여행객들 사이에서 하도 열심히 도자기 그릇들을 구경 하다보니
저절로 피곤이 몰려와 필요한 다관과 선물용 몇 점을 사들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와서
작년에 커피 순례를 하면서도 미처 마셔보지 못했던 계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맛으로는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다는 곳으로 찾아들었다.
그러면서도 과연 계란 커피는 무슨 맛일까 궁금하여 나오자마자 낼름 마셔보니 계란의 비릿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상상초월의 달달한 커피 맛이 입안을 장악하고 별미중에 별미 커피라는 생각이 들어 성질도 급하게,
우아와는 거리도 멀게 홀라당 마셔버리자니 에고 이런 성정 급한 줌마의 표본이라니 싶었다.
달달한 입맛의 커피향을 가득 채우고 나오니 베트남에서 그리도 유명세를 탄다던 찹쌀떡을 먹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뒤에 서서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족해 쓰윽 지나치면서 한 컷...서 있는 줄 때문에라도 언감생심이 되.겠,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는 오일 맛사지를 받기 위해 딸내미 전용 샾으로 찾아들었더니만 미리 예약되었던 덕분에
바로 입성을 하여 받는 마사지로 온 몸에 묻혀진 피곤을 털어내고 다시 저녁을 먹기 위해
인도 전문 카레집으로 향하려고 우버택시를 타려는 순간 빗물받이 도로면으로 골진 턱에서 넘어지는 실수.
아니 대자로 크게 넘어졌으므로 보기 흉한 남사스런 일이 벌어졌다는...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광경이다.
급히 일어나 민망해진 몸과 마음으로 택시에 오르니 오호 아재라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구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생황에서도 먹는 것이 남는 것이지 싶어 저녁을 먹으러 가는 와중에
휴지로 일단 닦고 볼일이지 싶었는데 웬걸, 오른쪽 발목이 겹질려져서 심상치가 않더라는.
그래도 일단은 먹어야 하는 코스에 진입하였으므로 식당을 행해 앞으로....베트남에서 먹는 인도 카레란 어떨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유명세만큼이나 맛있는 카레와 난이 시선을 끌고 발목이 아프거나 말거나 무릎에서 피가 흐르거나 말거나
거침없이 먹어주는 줌마의 대단한 식욕은 어쩌지 못하겠다 만서도 먹는 내내 속상해 할 딸내미를 생각하면 참으로 민망한지고.
그리하여 다음날 여행 일정은 자동으로 취소라 바쁘게 집으로 돌아와 소독을 하고 뜸을 뜨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뭇기더라는.
이게 무슨 총체적인 난국이란 말인가 싶어 난감하기도 하고 이런 나잇값을 못하는 처지라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했지만
제일 아쉬운 것은 남은 이틀간의 여행 일정이 아웃된 것이 아쉽기도 했다 뭐 그런 말이다.
결국 남겨진 이틀동안 저절로 하노이 시내에서 뒹굴뒹굴하게 되었다는 말씀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카메라도 웬일인지 무설재 쥔장을 거부하며 작동을 하지 않으니 사실 촬영에 대한 부담감도, 흥미유발도 줄어들었고
굳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한가롭게 지내면서 지난 번에 다 보지 못했을 하노이 구석구석을 돌아 볼 수도 있겠다 싶고
다 맛보지 못한 음식도 섭렵 할 수 있을테고 어쩌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며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도
딸에게는 많이 미안하더라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실은 늘 떨어져 사는 딸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나름 좋기도 하였다는 말인 거다.
결국엔.....
첫댓글 계란 커피맛 참으로 궁금한지고~!
좌우지간 딸 덕분에 글로벌하게 사는구만 부럽구 배 아프네 그려~! ㅋ~!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계란 커피에서는 켸란 맛은 절대 나지 않는다 는 것...신기한 일일세 였다는.
ㅎㅎㅎㅎ 그러게...딸내미 덕택에 즐겁기는 하다는 것.
내년에는 하노이 말고 다낭과 요즘은 낫짱이라 불리우는 나트랑으로 고고고 하자는 예약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