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한주간의 피로가 순간적으로 몰려 와 늘 그렇듯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아들녀석의 웃음소리와 남편의 대꾸 소리가 가물 가물 들려오는 상태에서 깊은 잠에 들었나 보다.
우리 식구들은 서로 잠든 사람을 깨우질 않는다.
깨우지 않는다는 말 보다는 잘 못 깨운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면 도저히 흔들어 깨울 용기가 나질 않는다.
또한 일에 지쳐 잠이 든 남편의 주름진 얼굴을 보면 나는 도저히 일어나라는 말이 나오질 않으니
시계만 쳐다보며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머지 식구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들은 아들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잠든 나를 깨우지 못하기에 때로는 일찍
깨우지 않았다는 불평을 하는 날도 더러 있다.
어젯밤엔 예외처럼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손길이 있었다.
도저히 혼자서 보기에 아까운 티비를 같이 보자며 남편이 나를 깨웠던 것이다.
비몽사몽 눈을 뜨니 티비 화면 속에는 배철수와 노사연이 있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나니 나를 감동케 하는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리들의 젊은 날을 함께 했던 김세환, 송창식, 양희은......
콧날이 시큰해진다. don't forget to remember를 부르는 김세환을 보면서
세월을 비켜 간 그의 얼굴이 부럽기만 했다.
가슴이 뭉클하고 콧날이 시큰해진다.
우리가 데이트 하던 시절 음악다방에서 얼마나 많은 노래들을 들었던가?
아침이슬을 들으며 세상을 알아 갔고, 심수봉의 노래를 들으면 늘 떠 오르는 무수한 사연들이 있다.
팝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이몬과 가펀클의 노래들은 영원히 우리 세대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김현식의 노래 '내 사랑 내곁에'가 잠깐 화면에 비쳐지고 나는 눈물이 났다.
가사 속의 내용처럼 그는 어쩌면 그의 아픈 가슴, 비틀거리는 그가 안길 곳을 제대로 못 찾아서
세상을 그리 일찍 떠났나 싶기도 하고......
누워있다가 감동을 누를 길 없어 일어나서 열심히 화면을 응시했다.
홀낏 곁에 앉은 내 남편을 본다.
함께 해 온 세월들만큼이나 늘어 난 주름진 얼굴,
웃고 있는 그의 옆얼굴 사이로 며칠 전에 뺀 치아자리가 비었다.
대신 의치를 해 넣긴 했지만 불편하다고 집에서는 그 치아를 빼고 지내는데,
한 순간 내 눈에 비친 이빨 빠진 남편의 웃음이 나를 눈물이 나게 한다.
세월이 참 많이 지나갔구나......
송창식이 부르는 '우리는' 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나의 '우리는'을 생각한다.
우리는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너무나 많은 세월을 살아왔구나.....
우리는 함께 한 아픔도 많았으며, 함께 한 기쁨도 참 많았구나.....
우리는 앞으로도 늘 지금처럼 이렇게 우리의 삶을 살아가겠구나....
선잠을 깬 탓인지,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았다.
잠든 옆 사람의 얼굴을 내려다 보면 나는 밤이 새도록 지난 일들과 앞으로의 일들을
영화처럼 돌려보며 하얗게 밤을 밝혔다.
우리는 .....
우리는.........
첫댓글 참 ~~ 가슴이 짠하네요.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작은 몸짓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가사와 넘넘-. 잘 어우어러진 글 읽으며 두분이 생명처럼 소중한 빛을 함께지니며 영원히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