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중국사에서 위진남북조 시대와 5대10국 시대는 나름대로 드라마틱한 서사시가 있었던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당이 멸망한 뒤 난립한 5대 10국에 대해서 말하자면,
황소의 난 이후 당나라 지배 체제는 무너졌으며 황소를 배반하고 당 조정에 붙어서 막대한 공훈을 세운 주온(뒷 날 충성하라는 의미에서 전충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주전충이 되었으나 당나라를 멸한 사람이 되버림) 황소가 장안에서 여유부리면서 당 조정의 잔당을 냅둔사이 당 조정의 회유로 난이 터지기 전까지는 당 조정에 반기를 들다가 토벌에 몰락할뻔 했지만 황소의 난 이후 사면령으로 재기에 성공한 사타족 수장이자 황소 토벌에 앞장섰던 독안룡 이극용의 대립부분과,
주전충의 공작으로 이극용은 쫓겨나고 뒤이은 선양으로 후량 건국 이후, 둘의 대립으로 주전충의 후량이 이극용의 진나라(뒷 날 이존욱이 황제가 되어 당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후당을 건국합니다.)보다 국력에서 앞선데다가 전략적인 열세로 이극용이 수세에 밀리던중 병사하고 이후 뒤를 이은 '풍운아' 이존욱의 서사시 같은 이야기.
이존욱은 가히 5대 10국의 전반부의 주인공이라 봐야하며 그의 군재는 당대에 최고로 평가 받으며 주전충과 싸워 모두 이기고 연나라,기나라,전촉을 토벌하고 뒤이어 주전충 사후 혼란스러운 후량을 잠식하더니 결국엔 멸망시키면서 화북일대와 촉땅을 어우르는 천하통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는 중원의 최강자가 되었지만
'천하를 말 위에서 얻었지만 말 위에서 다스리지 못한다'
이존욱의 모사였던 환관출신 장승업의 사망이후 고삐가 풀어진 황제는 초심을 잃고 포악해지며 술과 여자로 지새우다가 친위대 쿠데타가 일어나 암살당하고 이극용의 양자이자 5대 10국의 초반부의 명군이라 일컬어지는 명종 이사원이 즉위합니다.
이사원의 치세에는 그나마 혼란기에서 봐줄만한 평화로운 시기였으며 이 시기를 소재로 한 황후화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천성 3년(928 년) 당시 후당의 태자가 요절하고 황제였던 이사원이 위중한 틈을 타서 둘째 아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를 이끌고 황궁으로 난입하던중 이사원이 멀쩡히 일어나 침착하게 대응하여 둘째 아들을 참살하고 쿠데타를 진압합니다.(당시 셋째 였던 이종후가 제위를 물려받았지만 1년만에 이사원의 양자였던 이종가에게 폐위당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소재를 각색해서 권력욕에 대한 비정함이라는 주제를 가진 황후화라는 영화의 모티브가 되어 황제였던 이사원의 숙적이였던 양나라 출신의(주전충의 나라) 황후였던 공리의 원한과 황제는 이를 알고 독으로 천천히 황후를 죽이려고 했지만 이러한 처사에 불만을 품은 둘째 아들이 황후에 대한 충성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셋째 아들도 덩달아 반란을 일으키면서 태자를 죽이고 황제가 되기 위해 역심을 품으나 황제는 이 둘을 진압하고 난중에 태자는 죽고 두 아들은 참살을 당한다는 이야기의 영화입니다.}
아무튼 즉위 과정이나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이사원은 군대에게 많은 권력을 주게 되었고 이는 이사원 사후 후당의 분열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후 이종후는 이복형이던 이종가에게 폐위 당하고 이종가는 석경당을 의심하자 이에 석경당은 반란을 일으켰으나 수세에 밀려 결국에는 요나라(거란)에게 도움을 청하였는데
석경당은 스스로 야율덕광의 아들이 되기를 청하는 상주문을 올리는데 당시에 석경당은 47세였고 야율덕광은 37세였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연운 16주를 떼어주는데 이 영토는 현재 북경 일대와 만리장성을 아우르는 영토이며 역사적으로 이민족의 침략을 저지하는 완충지대였으나 이 영토를 떼어주면서 훗날 송나라가 당한 고통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쨋든 거란의 지원으로 황제에 오르고 후진을 건국한 석경당은 이후에 반란에 시달렸고 이를 한심하게 여긴 요나라 조정의 책망에 근심하다가 사망합니다(...) 그 뒤 석경당의 아들 석중귀가 제위에 오르고 요나라에 대한 강경책을 세우다가 이에 분개한 요나라의 공격에 나라가 멸망하고 맙니다.
한편 석경당의 부장이였던 유지원은 석경당이 거란에게 충성하자 더러워서 토욕혼(서쪽에 있던 토번의 후신 국가)에게 투항해서 몸을 사렸지만 중원이 혼란스러워지자 다시 군대를 모아 개봉(후량시기 수도였다가 후당시대에는 이존욱이 낙양으로 천도하나 다시 이사원이 개봉으로 천도했고 이후에 쭉 5대의 수도가 되었고 훗날 북송의 수도가 됩니다.)에 주둔하던 요나라 군대를 격파하고 스스로 제위에 오르니 이 나라가 후한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유지원이 10개월 만에 사망하면서 그 아들 유승우가 황제에 오르지만 개국공신 곽위를 처벌하려다가 역관광 당하고 곽위의 쿠데타로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곽위가 후주라는 나라를 건국하였고 유승우의 동생 유숭은 섬서성으로 도망쳐 나라를 북한이라는 나라를 건국합니다.
이후 곽위는 자식이 없어서 후계자로서 싹수가 보였고 후한시기 부터 군공을 세운 처조카였던 시영을 불러다가 곽씨 성을 내리고 곽시영으로 불리우다가 곽위 사후 황제가 되었으니 5대 10국의 대미를 장식하는 후반기의 주인공이며 이 시기의 명군이자 사실상 천하통일의 기틀을 세운 후주 세종 시영입니다.
곽시영은 황위에 오르고 다시 시씨로 개명하여 시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즉위 직후 북한의 유숭이 요나라와 손을 잡고 10만의 군대를 이끌고 후주로 쳐들어 왔지만 세종은 적은 병력으로 이를 격파하였으며 조광윤은 별동대로 후방을 기습해 전과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침입을 격퇴하고 나라가 안정되자 곧바로 내치를 하여 전전군을 창설하여 절도사 휘하 정예 부대를 전전군에 배치하고 황제 직속의 지휘계통 부대를 편성했으며(이는 후주 이전에 절도사의 군대들이 반란을 일으켜 중앙 금군이 되었고 이들이 후발 절도사 군대에게 패배하고 다시 그 군대가 금군이 되어 당을 멸망시킨 절도사의 군대가 약체화 된 배경이 있었습니다.) 균세법 시행으로 조세 제도를 개편하고 대주형통,대주통례를 편찬해 법제를 개편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 불교를 탄압했는데(삼무일종이라 하여 남북조 시대 북위의 태무제,북주의 무제,당나라 무종 그리고 후주의 세종이 불교를 탄압했다는 명칭입니다.) 당조 시절에 면세혜택을 폐지하고 세수를 물리고 종교도 국가의 통제를 받게 하였습니다.
사실상 이러한 개혁을 5년만에 일궈냈으며 세종은 천하통일 사업에 주력하여 후촉을 정벌하여 영토를 일부 뜯어내고 칭제하던 후촉의 황제칭제를 포기하고 후주의 종속국으로 만들었으며 당시 남방의 패자로 불리우는 남당(이 나라는 10국중에서 가장 강대했으며 한때 강남 지방과 호남[삼국지로 말하자면 형주지역] 지방을 아우르는 강국이 되어 있었습니다.) 과 전쟁을 벌이게 되며 3년 동안 전쟁을 한 끝에 남당은 황제의 자리를 물리고 왕제로 낮추고 후주의 종속국이 되었고 장강 이북의 14주를 떼어주는데 이 땅은 남당의 경제의 핵심이였던 소금 염전 사업의 중심지였으며 이 땅이 후주에게 넘어가면서 남당은 자생할 능력을 상실하고 후주에 대한 경제 주도권도 빼앗깁니다.
그리고 이 두번의 원정에 사실상 천하는 후주의 주도권아래 넘어왔고 이에 자신감을 얻은 세종은 요나라가 지배하던 연운 16주를 공격하기로 하고 친히 원정하여 2주를 탈환하였으나 중심부였던 연경을 공격하기 직전에 병사하였고, 시영의 7살 아들 시종훈이 황제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친위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조광윤을 옹립하였고 조광윤은 시종훈에게 평화적인 선양을 받으면서 송나라를 건국합니다. 이후 시씨 일족은 송나라 황계 조씨 가문에 비견될 만한 대우를 받아 대대손손 송나라 시기에 많은 혜택을 받았고 이는 남송이 망하는 애산 전투에서 시씨 일족 또한 송조의 운명과 같이 하면서 충성을 보여주게 됩니다.
어찌되었든 송나라는 이후 태조와 태종 시기에 연운 16주를 제외한 중원을 통일하게 되며 사실상 5대 10국을 끝낸 사람은 후주의 세종 시영이였고 요절만 하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드라마틱한 전개는 세간에 잘 안알려졌지만 5대 10국 시대는 중국사 통틀어 충분히 역동적인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당나라는 고려
송나라는 조선
곽위는 자식이 없었던게 아니죠. 유승우가 개봉에 남아있던 곽위, 시영, 왕준의 가족을 몰살해서 아들을 잃은 것이지.
그리고 시영은 곽위의 가족들이 몰살당하기 전인 후진 시절에 이미 곽위의 양자가 되었음. 이극용이라던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때는 유망주를 양자로 들이는게 흔해서.
토욕혼은 선비 모용귀의 이복형인 토욕혼이 청해로 이주한게 시초로 토번이랑 상관없고 둘이 적대적입니다. 당이 토번에게 개고생한게 토욕혼의 약화였고 5대10국시기 토욕혼은 탁발사공일텐데 그일족이 오르도스먹고 서하세운겁니다. 티벳계 국가이긴하나 모체는 선비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