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고 대출규제…직장인들 "앉아서 이자 뜯겨" 분통
남자천사
2021.08.02. 07:30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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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고 대출규제…직장인들 "앉아서 이자 뜯겨"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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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빈난새 기자
입력 2021.08.01 17:40 수정 2021.08.02 01:15 지면 A5
1년새 1~2%P 뛴 신용대출 금리
"가계대출 줄여라" 정부 압박에
은행 우대금리 대거 폐지 영향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시중은행이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크게 축소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는 모습. 한경DB
직장인 안모씨(37)는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지난해 7월 마이너스통장을 처음 개설할 때만 해도 1억4000만원 한도에 연 2.54%였던 금리가 1.47%포인트나 오른 연 4.01%가 됐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른 시중은행도 똑같이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무엇보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원 이상 낼 수 있는 은행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가 지난 6월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평균)는 연 2.81~3.95%였다. 1년 전(연 2.38~2.85%)에 비하면 평균 0.71%포인트 올랐다. 신용점수에 따라 1~2%포인트 오른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고신용자 대출을 줄여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금리 상승폭이 1.14%포인트에 달했다.
금융소비자들은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코리보 3개월물 금리는 1년간 평균 0.77%에서 0.84%로 0.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소비자에게 적용한 최종 금리는 이보다 8~10배가량 상승폭이 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지난해는 8% 증가)로 억제하라고 압박하고, 은행들이 대출 수요가 많은 고신용자에게 적용된 우대금리 혜택을 대폭 축소하면서 최종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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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우대금리 일제히 축소
"작년 年1.9%로 대출 받았는데 올해 연장하려니 2.8%로 올라"
개인 신용점수가 930점대(옛 1등급)인 16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7월 우리은행에서 신용대출 1억910만원을 연 1.69% 금리로 빌렸다. 1년이 지나 최근 만기를 연장하려고 보니 새로 책정된 금리는 연 2.39%였다. 그동안 추가로 받은 대출도 없고, 소득이 줄지도 않은 이씨로서는 1년 새 금리가 0.7%포인트 올랐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은행 고객센터에 이유를 묻자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우대금리가 기존 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축소됐다”며 “정부 정책에 따른 조치여서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별수 없이 새 조건대로 대출 만기를 연장한 이씨는 1년 만에 연 76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내게 됐다.
은행 대출 금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은행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 지표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도 최종 대출 금리가 1년 새 1~2%포인트 안팎으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낮추라는 정부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면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고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대출 고삐 죄기’가 있다.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 단기금리 변동이 아닌 은행별 가산·우대금리 조정에 따라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우대금리는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앴다.
실제 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지표금리로 주로 활용하는 코리보(KORIBOR)나 금융채 3개월물 금리는 1년째 0.6~0.7%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올 6월 초 0.6%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두 금리는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하며 상승세로 전환, 7월 말 기준 0.76~0.77%까지 오르긴 했지만 연간 상승폭은 여전히 0.2%포인트에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은행별로 신용대출 금리가 1%포인트 안팎씩 오른 것은 은행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이 훨씬 컸다는 뜻이다.
이는 오는 9월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만기 연장을 앞둔 직장인 장모씨(49)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금융채 3개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 1.320%포인트를 더한 연 1.936%의 금리로 1000만원 신용대출을 받았던 장씨는 만기 연장을 할 경우 가산금리가 2.146%로 오를 것이란 통지를 받았다. 개인 신용에 변화가 없는데도 가산금리만 1년 새 0.826%포인트 올라 최종 금리가 연 2.8%대로 오르게 됐다. A은행 여신 담당자는 “금융당국이 매달 은행별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하며 대출을 많이 늘리는 곳은 각오하라는 경고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며 “대출금리 인상은 고객 수용성 측면에서 워낙 민감해 은행으로서도 ‘최후의 수단’이지만 대출 증가세를 낮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집값을 잡기 위한 각종 규제가 집값과 대출 수요를 끌어올리고, 이를 막겠다며 정부가 다시 대출 ‘겹규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집값(담보가치)이 오른 만큼 주택담보대출 규모 자체가 커진 데다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로 주담대만으로 조달하기 부족해진 주택 매매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려는 ‘영끌’ 보편화가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이미 돈을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미래 실수요자의 대출 기회를 좁힐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출 규제가 고액 신용대출에 집중되면서 개인 신용도와 부실 위험에 따라 대출을 내준다는 금융 상식도 깨지고 있다.
B은행 부행장은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오르면 대출 실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출이 왜 늘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근본 원인 해결보다 대출 총량 관리에 방점을 찍으니 당장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늘어나고, 이 중 절반 이상인 6조6000억원은 저소득·중산층이 져야 한다.
하반기에는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더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은행은 그만큼 대출 문턱을 더 높여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부담을 낮추고 자산시장 버블을 잡겠다는 게 정부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목표인데, 이대로면 가계의 금융 비용을 더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