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꼰대가 운영하는 회사의 말단 직원 김여시는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사무실 한구석 자기 자리에 멍창하니 앉아 있었다. 무슨 미진한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부는 벌써 집어치운지 오래고 그야말로 멍청하니 그저 앉아 가상화폐 포트폴리오나 보고 있는 것이었다.
"김코시씨, 외근 안 나가요?"
이제 일 좀 하라는 상사의 말에 김여시는 다 낡아빠진 7년 된 트렌치 코오트를 걸치며 반쯤 끈떨어진 가방을 맸다.
"다녀오겠습니다."
하품 같은 대답이었다. 사무실을 나서던 김코시는 가만히 '업비트' 앱플리케이숀을 켰다. 아직 이른 봄이라 휴대전화를 쥔 손끝이 시렸다. 김코시는 업비트 거래소 화면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내가 산 개잡주쌉스캠 코인들마다 길다란 장대음봉이 꽂혔다. 장대음봉에서 파란 명주실 같은 것이 사르르 물속으로 풀려났다.
수익률 -48%! 이건 분명히 떡상 전야다! 기모으는 것이다! 구조대는 곧 온다!
육개월째 미용실을 못 가 질질 길어나온 머리카락이 시커멓게 변한 눈가를 간지럽혔다. 밤새 버거들이 던진 코인을 저점매수하겠다고 잠 손절 친 피부가 건조한 봄바람에 따갑게 더 매말랐다. 그것은 까마득한 코인충의 여자였다.
길어진 해 만큼 김코시의 장도 길다. 코인은 장 마감이 없으니 언제든 회복할 것이리라. 김코시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한남동을 40분여 지나쳐 갔다. 한강의 물은 한 방울도 안 보이는 어느 동네 원룸촌으로 갔다. 해가 많이 든다고 말한 집주인에게 속아 들어온 투룸은 곰팡내로 퀘퀘하다. 동남향이면 뭣하느냐, 앞 건물이 다 가리는데! 작은 곁방서 자누라가 나와 옷을 받았다.
"오시었어요🤭 제가 1084739첩 저녁상 차려두었어요."
김코시는 자누라가 정성껏 차린 3848362첩 저녁상을 걷어차고 그릇으로 뚝배기를 깼다.
"에에잇! 6시 경주마 탔다가 좆되어서 빡치는 데 무엇하는 것이니? 11시까지는 불장이니 안 먹는다 하지 않았니? 썩 일이나 가라!"
어여쁜 자누라는 미안하다며 쪼그리고 앉아 깨진 그릇과 찬을 쓸었다. 뒤늦게 미안한 맘에 돌아보니 고갤 숙인 자누라의 눈가가 붉다. 표리부동한 자누라 같으니라고! 김코시는 혀를 찼다. 슬프면 슬프다, 좋으면 좋다 말도 못 하는 백치. 저 놈을 무슨 심보로 내가 데려왔을까? 리플이 유튜브 고래를 등에 없고 700대 찍었을 때 홀린 듯 산 기억이 스쳤다. 분통이 터졌다. 괜한 문짝을 걷어차자 얼굴 닦던 자누라는 토끼눈을 뜨더니 모른 척 했다.
"저 다녀올게요🤭 출출할 때 드시라고 제가 다쿠아즈를 비롯한 38361449개의 디저트를 만들어두었사와요🥰 힘내셔요🤭"
자누라가 나갔다.
김코시라는 인간은 탐욕에 그득 찼다. 곁방 자누라가 불알을 덜렁대며 다른 여자에 몸 주고 돈 받을 때, 그저 코인! 코인! 저점을 잡아보겠다고 욕망 따라 지구 내핵에 예약 매수를 걸었다. 은 좋게 탑승해 고점 내릴 때는 우주세계를 그리며 안드로메다에 예약 매도를 건다. 코인들은 욕심많은 김코시를 태울 자리가 없어 제멋대로 간다. 나를 두고 달나라로, 별나라로. 나를 업은 채 심해로, 멘틀 아래로. 결국 매번 주머니는 텅 빈다.
해 밝아 올 쯤 지쳐 잠 들면 퇴근한 자누라가 주머니에서 자기 자지 팔아 번 돈 몇 푼을 베갯맡에 올려둔다. 그럼 몇 푼은 그대로 업빗으로 빨려 들어가고 또 무슨 코인, 무슨 코인이 된다. 그게 김코시의 하루다. 김코시는 제 곁에 누운 자누라의 쌕쌕 내쉬는 숨소리를 들으며 아아, 아버지의 팔뚝과 허벅지를 그리운다. 언제나 나를 안아주고 희생하였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의 부드러운 살내음과 주물거려도 내버려두던 아비 자지의 촉감이 그립다. 멀고 먼 곳에 있는 아버지, 나를 위한 노오란 손수건 걸어주었는지요? 자누라에게는 부성이 없다, 희생이 없다.
김코시는 불쌍한 내 아비를 떠올렸다. 저어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귀여운 고올든 리트레바와 다소 무뚝뚝하고 정 없는 어머니와 사는 아버지. 요즘은 쌉불장이니 순환펌핑 중이라 잘만 타면 지난 번 페이코인 8000% 떡상 때처럼 한 방 쥘 수 있다. 그럼 람보르기니를 사고 한강뷰 아파트에서 몰디브를 한 잔 해야겠다. 그리고,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아버지 낡은 양말 바꾸어 주리라. 물론 지난 번 페코 8000% 때 물린 것은 아직 탈출 못 하였지만 말이다.
리플!
리플!
메...! 메...! 메프야!
김코시는 가만히 자신의 코인들을 불러본다. 리플 하나에 4800원, 메인 프레임 하나에 32원. 4년 전 물리고 한 달 전 물린 놈들이다. 오늘의 리플은 300원, 메프는 16.3원이다.
아버님, 나는 코인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비트코인 20억, 리플 5000원, 메프 100원, 디카르고 7000원.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투더문이 아스라이 멀듯이.
도지코인 공시 예정이라네요ㅋ차트 봐도 곧 2,3일 내로 쏘지 싶습니다. 투신자판하십쇼ㅋ
오늘도 김코시는 누른다.
도지코인 풀매수.
도움이 되어준 것들 :
<오발탄> 이범선1959, <별 헤는 밤> 윤동주
가상화폐 리플, 메인프레임, 페이코인
텅 빈 내 지갑
첫댓글 내가 썻는데 관종이라 스크랩함
개잘썼어 모자벗어 리스펙트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현대문학이다 진짜ㅋㅋㅋ
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온미~ 아뷔어페~ 기술의 가치를 보라고 ~
보라고? 보라풀매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웃곀ㅋㅋㅋㅋㅋ
아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물나는 명작..크으...
진짜개잘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고전으로 교과서에 넣어야한다……
돌았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