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 004. 돌발제안
“너 말야…”
“…….”
“집이 가난해서 밖으로 나다니는 거 아냐?”
“네?”
한참 뜸을 들이던 큰 승현이 내뱉은 어처구니 없는 말에 다들 야유를
퍼부었다.
“야, 너네가 한 번 생각을 해봐. 밖에 나다니는 가출 청소년이 아니고서야
얘가 왜 우리 집 앞에 쓰러져 있었겠어?”
“하지만 형, 아까 분명히 신영 누나가 자기는 스무 살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이승현. 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냐? 얘 얼굴을 봐. 어딜 봐서 스무 살이야?
딱 봐도 너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큰 승현의 말에 다들 신영을 바라보았다. 다섯 남자의 시선을 한 번에 받자니
신영은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었다. … 사실 승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승현의
연분홍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신영은 작은 체구에 잡티 하나 없는 우윳빛 피부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동글동글한 얼굴과 잘 어울리는 까만색 단발 머리와 살짝 젖어
있는 커다란 눈이 그녀를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게 했다. 아무리 많게 봐도 고등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영을 앞에 앉혀두고 다섯 남자는 계속 논쟁을 하고 있었다. 신영은 도저히 다섯
남자들의 말에 끼어들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계속 자신
들의 의견만을 관철하던 이들은, 결국 신영을 ‘얼굴이 동안이지만 사실은 스무 살이
훨씬 넘었을 지도 모르는, 가난한 가출한 사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절충안을
내리고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나고, 영배가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지용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거실에는 대성과 큰 승현은 큰 승현의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신영은 혼자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지금 그녀가
앉아있는 쇼파 뒤 편에는 한 벽면을 크게 차지한 다섯 명의 단체 사진이 있었고
장식장에도 트로피가 여러 개 있었다. TV 위에도 액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리고 베란다 창문 앞에는 선물로 보이는 박스들도 눈에 띄었다. 처음에 그들이
연예인이라고 말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물증을 보니 신영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네?”
갑자기 ‘누나’ 하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신영이 토끼눈을 하고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거실 바닥에 작은 승현이 앉아 있었다. 그는 쇼파 위에 앉아
있는 신영에게 칼과 사과를 불쑥 내밀었다.
“깎아주세요.”
“네.”
“저는 아직 못 깎겠어요. 이거 딱 한 개 남은 건데 우리끼리만 먹어요.”
말을 마친 승현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입까지 틀어막고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신영은 승현에게서 칼과 사과를 받아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신영이
다섯 남자를 관찰한 바로는 작은 승현이 막내인 것 같았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할 때 네 남자가 승현에게 ‘막내가 해야지’라며 설거지를 맡기려 한
것을 보고 알았다.- 아직 사과도 제대로 못 깎겠다는 걸 보니 정말 막내는
막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느새 사과를 깎아 그릇에 놓았다.
승현이 포크에 사과를 하나 찍더니 신영의 입가에 갖다 댔다.
“제가 먹을게요.”
“아니에요. 자, 아- 하세요.”
“괜찮은데……”
“형들 오면 다 뺏긴단 말이에요.”
승현이 고집을 부리자 신영은 마지못해 입을 벌려 사과를 받아 먹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승현이 주는 사과를 먹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신영에게 사과를 하나 찍어서 건네주자마자 승현은 잘라 놓은
사과를 쏙쏙 집어 먹더니 이내 게 눈 감추듯이 다 먹어버렸다. 신영은 하나밖에
먹지 않았는데, 승현은 그것도 모자른지 포크를 물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승현… 씨라고 했죠? 사과 좋아 하시나봐요?”
“네. 저번에 사과를 한 봉지 사 왔는데 글쎄 형들이 다 먹어 버렸어요. 이건
제가 몰래 숨겨놓은 마지막 한 알이예요. 막내는 입도 없는 줄 아나…”
“아, 막내시구나……”
“네. 막내가 얼마나 서러운지 누나는 모르죠? 이런 먹을 거 하나에서부터
막내의 설움은 시작돼요. 사과 뿐만이 아니에요. 만날 내 꺼 다 뺏어먹고,
부려먹고… 어쩌다가 지용이 형이랑 같이 자는 날에는 형이 자기 목마르다면서
자는데 막 깨워서 물 떠오라고 시키고… 아무튼 그래요.”
“승현 씨가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렇죠, 그렇죠? 역시 날 알아주는 사람은 누나밖에 없어요.”
승현은 마치 오래 전부터 신영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신이나서 말했다. 한참동안
승현의 신세 한탄을 들어주던 신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 봐야 겠네요. 어젠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도…”
“어, 누나 아직 가면 안 되는데-”
“왜요?”
“누나 옷 빨았어요. 어제 누나가 식은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옷이 다 젖었거든요.
지금 말리는 중일 거예요.”
“… 아, 그래요?”
“옷은 늦게 마르니까 그럼 누나는 계속 여기 있어야 겠네요? 그럼 오늘 저녁까지
해 주고 가면 안 돼요?”
“그, 그럴게요.”
신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승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씨익 웃어보였다.
*
연예인이라더니 오후가 지나서도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신영이
작은 승현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스케줄이 없는 날이라고 했다. 승현의 말로는
평소에는 스케줄이 많아서 밤이나 새벽에 들어오는데 오늘 같은 날은 흔치
않다고 했다. 그 덕에 점심을 먹고 다들 거실에 모여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예진이 누나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아. 화장실은 갈까?”
“나 저번에 예진이 누나가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거 봤는데. 하지만 형, 저는
누나가 화장실 가는 것까지 사랑할 수 있어요.”
“무슨 소리야, 어린 애가 연애는 무슨… 형한테 양보해. 그리고 예진이 누나는
날 더 좋아할 걸?”
“과연 손예진 씨가 너네 둘을 좋아할 지가 의문이다.”
지용의 말로 대성과 작은 승현의 대화는 일단락 되었다.
‘띵동- 띵동-’
그 때,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문 쪽에 제일 가까이 앉아 있던 큰 승현이
인터폰으로 누구인지 확인했다.
“아, 사장님! 잠시만요, 문 열어 드릴게요.”
“형, 잠깐만.”
영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다들 영배를 쳐다보았다. 영배가 두
번째 손가락을 펴서 입술에 갖다 대더니 말했다.
“신영 씨……”
“아, 맞다. 지금 얘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말을 마친 지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신영을 잡아 끌었다. 신영은
영문도 모르고 지용의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지용이 손목을 꽉 붙잡아서
아팠던 신영은 방에 들어가자 마자 지용의 손에서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왜 이러세요?”
“조용히 해.”
“……?”
“잠깐만 옷장에 들어가 있어. 사장님이 오셨어.”
“… 알았어요.”
지용이 자신의 방문 옷장을 열더니 신영을 밀어 넣었다. 그리 큰 옷장은
아니었지만 신영의 체구가 작았기에 들어가서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지용은 조용히 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하더니 옷장 문을 닫고 나갔다.
깜깜한 옷장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기분이 울적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라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어제 하룻밤을 재워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꾹 참고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신영이 몸을 살짝 움직이자 걸려있던 옷들
중 하나가 그녀의 얼굴 위를 살짝 스쳤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라서 느낌이 섬뜩했다.
… 한편, 밖에서는 다섯 남자들이 사장을 맞이하고 있었다.
‘양현석’
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이자 현재 빅뱅이 소속되어 있는 힙합 전문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 불쑥 숙소에 찾아 온 것이었다. 지용이
물었다.
“형, 왠일로 오셨어요?”
“내가 와서 안 될 데라도 왔나?
“아니, 그건 아니고… 잘 오셨어요. 하하-”
“오늘 내가 여기 온 건,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서야. 일단, 이번 활동 무사히 잘
끝난 거 축하하고… 오늘 저녁에 회식 있을 거니까 전화하면 나와.”
양 사장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앞으로 다음 앨범 준비 하는 동안 시간이 좀
남을 텐데 말이야. 그 시간에 너네가 뭘 하면 좋을지 내가 생각을 해 봤어.”
“…….”
“물론 그 동안 버라이어티도 나가고 하느라 바쁘겠지만 그래도 활동 할 때보다는
한가할 거란 말야. 그래서 말인데……”
양 사장이 말을 잠깐 멈췄다. 긴장된 가운데 다들 양 사장의 입을 바라보면서
그의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 공부를 좀 해라.”
첫댓글 잘보고 가요~~ 어서 다음편 보고싶네요~~ 근데 공부를 하라니,,, 그러면 신영이가 과외를 해주는거??
과연 ㅋㅋㅋㅋ 다음편에 나오는데 ㅋㅋ
꺄 이거진짜재밋어 역시우리 빅뱅 팬픽 쨩 꺅꺅 ><
꺅 감사합니다 +_+ 많이 사랑해 주세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
ㅠㅠ 연재 왜이렇게 늦어져용 ㅠㅠ 웅 스피드 연재바래용 ㅠㅠ 3일에한번 글올려주시면안되나용 ㅠㅠ 4일은잘못참아성 ㅠㅠ
ㅜㅜ 음악을 소재로 쓰려니 쫌 어려워서;;;; 그리고 요즘 바쁘기도 하구;; 앞으로 성실연재 할 수 있게 노력할게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