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거나 심하게 긴장했을 때, 갑자기 답답한 느낌이 들면서 숨이 차고 호흡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과호흡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
과호흡 증후군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연예인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호흡 증후군은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평소 긴장을 자주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증상과 대처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갑작스럽게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경우 과호흡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호흡 어려워지는 과호흡 증후군, 원인 질환 없다면 심리적 문제가 원인
과호흡 증후군은 호흡이 갑작스럽게 과도해지면서 몸속 이산화탄소가 과다하게 배출되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인체는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반적인 호흡 과정을 통해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37~43mmHg 범위에서 유지한다. 그런데 호흡이 갑자기 빨라지면 산소가 들어오는 양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양은 많아지면서 몸에 다양한 이상 증상이 찾아올 수 있다.
과호흡이 발생하면 몇 분 안에 호흡이 급격하게 빨라지고, 호흡량이 줄어들며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빈호흡’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어지럼증 △시력 장애 △의식 저하 △실신 △팔다리 감각 이상 △경련 △근력 저하 △마비되는 느낌 등이 동반 증상으로 찾아올 수 있다. 만약 과호흡 발생 초기에 증상을 완화시키지 못하고 발작이 지속될 경우,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진 혈액이 점점 알칼리화되면서 심장의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심장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흉통 증상을 겪기도 한다.
과호흡 증후군은 폐렴, 천식, 기흉 등 폐질환이나 심부전증, 심근병증 등 심장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 대부분의 과호흡 증후군은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극심한 긴장,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발작적으로 과도한 호흡을 하고, 이러한 증상이 다시 불안을 유발해 과호흡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다.
과호흡 증후군을 진단할 때는 기저질환이나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고, △빈호흡 △경련 △마비 등의 임상 증상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동맥혈 가스분석’이라는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의 산성도와 중탄산염 농도, 이산화탄소 감소 여부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성인을 기준으로 혈액의 산성도는 7.35~7.45pH, 중탄산염 농도는 21~27mEq/L, 이산화탄소 분압은 35~45mmHg 일 때 정상 수치로 분류된다. 만약 과호흡 상태인 경우에는 산성도가 7.4 이상으로 높아지고, 중탄산염 농도와 이산화탄소 분압은 정상치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인다.
호흡 안정이 최우선…평소 스트레스 관리해야
과호흡 증후군이 나타났을 때 가장 흔하게 알려진 대처법은 종이봉투를 입에 대고 호흡하는 방법이다. 코와 입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봉투에 모아 다시 들이마시는 방식으로, 부족한 이산화탄소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방법으로 호흡을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종이봉투에 입을 댄 상태로 10~12회 이상 과도하게 호흡할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저산소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호흡하는 횟수를 세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또 구겨진 종이봉투나 비닐봉지는 산소가 봉투 내부로 충분히 들어오지 못하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입안으로 들어와 오히려 숨쉬기에 불편해질 수 있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호흡을 조절하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하이닥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김경남 전문의(수원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는 “7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11초를 내쉬는 ‘7/11 호흡’을 하면 숨을 쉬는 시간을 측정하면서 의식적으로 호흡을 고르고, 과호흡 증상을 서서히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7/11 호흡을 할 때는 몸을 조이는 넥타이나 벨트, 목 끝까지 채운 버튼 등은 푼 채로 편안하게 앉거나 누운 자세를 취하고, 분당 호흡수를 5회 이내로 맞추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과호흡 증후군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원인을 완전히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호흡 증후군을 유발하는 폐질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과호흡을 개선할 수 있다. 만약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인해 과호흡 증후군이 발생했다면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술로 스트레스를 풀 경우 알코올 의존도를 높일 수 있으며, 알코올과 담배 연기 자체가 과호흡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호흡기 강화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심리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경남 진료전문의 (수원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저작권©언론사 하이닥,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