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연대 "교통약자 배려 절실"
- 버스업체 "정책적 뒷받침 있어야"
지체장애인은 명절이 서럽다. 장애인용 차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장애인에게 고향 가는 것은 남 일이다.
지체장애 1급 서정아(여·57·부산 해운대구 좌동) 씨 고향은 전남 고흥군이다. 은빛 바다가 아름다운 남도의 보물이다. 하지만 서 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고향에 19년 동안 한 번도 가지 못했다. 1996년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없이 움직일 수 없다. 고향까지 타고 갈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다. 서 씨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해도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 않아 누가 업어서 태워주지 않으면 갈 수 없다. '두리발(부산 장애인콜택시)'을 이용하려 해도 부산에서만 운행하니 떠날 엄두가 안 나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부모님께 전화만 하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장애인들을 위해 저상형 고속버스 도입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해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고속·시외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해 달라고 수차례 촉구했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 박태길 대표는 "당시 한 버스 회사가 저상버스 도입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그 뿐이었다"며 "저상버스는 비단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유아 등 교통 약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도 이에 따라 한때 저상형 고속버스 도입을 추진했지만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 측은 "저상버스 도입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언제 저상버스가 도입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나 여행사가 명절 이벤트로 장애인용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수가 적어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장애인 명절 이동권을 복지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장애인인권포럼 전웅길 팀장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장애인들의 이동권 수준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며 "16개 구·군이 조례를 제정해 이동약자의 귀성길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지체장애인은 8만7995명이다. 이 중 휠체어나 목발이 있어야 걸을 수 있는 지체장애1급은 2447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