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질풍노도와 같이 빠르게도 달려 이집으로 이사온 지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 다.
이 집은 기울어진 가세에 맞추어 세를 들어왔는데 집을 구하고 계약하는 모든 것에
나는 참관하지 않았다. 내가 부업으로 운영하던 학원을 한푼의 권리금도 받지 못하
고 억대의 손해를 보았던 터에 감기몸살 까지 겹쳐 옴짝달 싹 할 수도 없었고 어차
피 남의 집을 잠시 빌리는 것인데 아무러면 어떨가 싶기도 해서 부동산의 말만 믿고
남편과 딸아이가 최종 낙점을 하고서 제작년 11월 말경에 이사 하였다. 이사하던날,
날씨가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날씨보다는 마음이 더 을씨년 스러웠다.
짐이 먼저 도착하고 나중에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나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미리 전해듣긴 하였지만 서울 하늘아래 마당있는 집이라니..
더우기 텃밭인지 꽃밭인지 모를,반듯하게 정돈된 공간이 마당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
다.마당은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대문으로 들어와 현관을 열
고 덧문까지열면 바로거실인데 넓지도않은 거실에 거실 유리문만 댑다 크다.
거실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거기 거짓말 처럼 비밀스럽게 마당이 들어앉아있다.
거실문을 열면 마당과 텃밭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윗골목의 어느집 정원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야트막한 담장이,우리 마당에 가로놓여
있어 그집 정원의 사철 푸른 소나무며 꽃나무들이 마치 우리마당의 것인양 거실문만
열면 높푸른 하늘과 함께 단박에 들어온다.
이런 행운이있나.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푸른 거(푸른 풀포기나 푸른하늘 푸른 숲 등등..) 타령을 하
던 나는 앉아서 위에 적은 모든것을 물리도록 볼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어찌 행운이 아
닐수 있으며 날마다 날마다 감사의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첫해 겨울은 아침에 눈만 뜨면 덧유리를 활짝 열고 맑은 유리만 닫은채 빈 텃
밭을 종일 바라만 보아도 좋았다.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날엔 그것이 곧.. 음악이 되고 시가 되고 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행복이 계속 이어질 봄이 텃밭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한 봄이야기는 내일..(밥달라고 아우성인 두 부자의 입을 막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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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몇년전까지 제가 살았던 주택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마당 한귀퉁이에 조그만 화단을 만들고 파,상추, 부추 따위를 가꿔먹었지요. 푸른색이 너무좋아 시멘트를 뚫고 올라온 잡초 한포기도 뽑아내지 못했지요. 행복한 봄이야기 기다릴게요^^
채송화님이 리플 해 주신 바로 아랫글을 한번 더 보아주세요, 읽기가 훨씬 편하고 배경도 넘 예뻐요.
제가 꿈꾸는 그런 집이군요. 늘 복이 머물러 줄것같은.... 편안한 밤 되시길....
바다는 어항에도 있지요.
비밀의 화원이군요..늘 한가득 예쁜꽃들이 만발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