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으로 2013년 일본 맥도널드 지휘봉을 잡은 사라 카사노바 CEO.
취임 이듬해인 2014년 7월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 사용 문제가 불거지고 요리에 이물질이 섞였다는 지적이 터지면서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등을 돌렸고 2015년 일본 맥도널드는 350억엔 적자를 기록하며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그해 12월부터 반등을 시작, 최근까지 41개월 연속 전년 동기 실적을 웃돌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2723억엔(약 2조9700억원)으로 경쟁 업체 모스버거 713억엔, 롯데리아 267억엔, 버거킹 88억엔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카사노바 CEO가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① 현장에서 답을 찾다
위기에 빠진 일본 맥도널드를 구하기 위해 카사노바는 가장 먼저 전국 매장 점검에 나섰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객이 맥도널드에서 원하는 게 뭔지 직접 느껴봐야겠다"면서 2000여 개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 매장을 일일이 찾았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원래 맥도널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카사노바는 저렴하지만 맛있는 햄버거, 현대적인 디자인의 청결한 매장,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매장이라는 3대 목표를 내걸고 개혁에 착수했다. 도쿄 본사 명칭도 '중앙 레스토랑 지원사무소'로 바꾸고 일본 매장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 본부에 마케팅·인재·재무권한을 줬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배려한 조치다.
② 기본으로 돌아가 매장과 메뉴 개편
카사노바는 메뉴 품질과 안전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품질(Q), 서비스(S), 청결(C)의 영어 약자를 딴 'QSC'는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 크록이 중시한 '기본 헌장'이다. 카사노바는 캐나다 맥도널드에서 마케팅 총괄책임자로 근무하며 얻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현장 경험을 일본 직원들과 공유했다. QSC의 중요성을 담아 12만명 종업원 교육 프로그램도 다시 짰다. 매장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지은 지 오래되어 낡은 매장은 고객이 꺼린다고 판단하고 노후 매장을 전면 재단장한 것.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어야 손님이 찾아온다"는 신념으로 전체의 92%에 해당하는 2600여 개 매장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단장했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햄버거'라는 기본 메뉴도 강화했다. '저렴한 맥버거' 시리즈에 에그치즈버거 등 햄버거 식감을 최대한 살린 3종류 200엔 햄버거로 제품 구성을 짰다. 오후 5시 이후 주문한 햄버거 세트메뉴에 100엔을 추가하면 패티를 하나씩 더 얹어주는 선택 사항도 가미했다.
'기간 한정' 메뉴에 집착하다 위기에 빠졌던 과거 실패담도 교훈으로 삼았다. 맥도널드는 2015년 건강붐을 타고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생야채를 듬뿍 넣은 '프레시(신선한) 버거'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접었다. "정크푸드를 먹고 싶어 방문하는 고객 욕구를 제대로 꿰뚫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이 잇따랐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메가맥과 쿼터파운드 햄버거 등 400엔을 웃도는 고가 햄버거 열풍을 주도했지만 이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햄버거 단가가 상승하자 다른 단품이나 세트메뉴 구입을 꺼리면서 2012년부터 고객당 구매 단가가 오히려 하락했고 고객 이탈이 생겨났다. 2015년 카사노바가 직접 영입한 아다치 히카루 CMO(마케팅 담당 최고임원)는 "한정 메뉴가 인기를 끌어도 전체 판매의 30%를 넘기지 않는다"라는 내부 규칙까지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