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야방도 낙조 완상
창원으로 복귀하지 않은 십이월 둘째 토요일이다. 주말이라도 이른 시각 산책이나 산행에 익숙했지만 와실에서 미적댔다. 거제에서도 갯가 트레킹을 나서거나 산자락을 누비는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가고자 하려는 행선지가 오후의 낙조를 완상하는 데라 점심나절 길을 나서도 되어서였다. 아침나절은 느긋하게 세탁기를 돌리고 혈당을 낮추는데 효험을 주는 약차를 달였다.
아침에 이어 이른 점심까지 와실에서 해결하고 현관을 나섰다. 거제에서 저녁놀을 바라보기 좋은 곳은 사등면 성포와 가조도다. 거제대교가 위치한 견내량 바다 물드는 낙조는 장관이라 외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전문 사진작가들에게도 알려졌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은 펜션이 빼곡 들어서 있다. 사등은 최근 코로나가 번지는 고현을 거쳐 가야해 내 마음을 얻지 못했다.
거제에서 알려지지 않은 낙조대가 한 곳 더 있다. 그곳은 하청면에 딸린 칠천도에서 건너가는 무인도 수야방도다. 나는 수야방도 낙조도 몇 차례 완상했다. 연사에서 거기까지 걸으면 좋겠으나 연초에서 장목으로 가는 5호선 국도에는 차량이 많이 다니고 인도가 확보되지 않아 부득이 시내버스를 타야했다. 연사정류소에서 고현을 출발해 하청 칠천도로 들어가는 35번 시내버스를 탔다.
연초삼거리에서 다공리를 지나 덕치를 넘으니 하청이었다. 버스는 실전삼거리에서 칠천도 다리를 건너 고스톱 방향으로 칠천도를 일주했다. 물안마을에서 옆개해수욕장을 지난 편백숲펜션에서 내렸다. 수야방도를 곧바로 찾아가면 시간이 일러 칠천량 해전길 일부를 걷고 싶었다. 산기슭 말 사육장을 지나니 표고버섯 농장이 나왔다. 비탈을 쉬엄쉬엄 오르니 물안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예전 물안마을 사람들이 산마루로 올라 굿을 하던 자리라고 ‘굿등산’으로 불리는 산이었다. 옥계마을에서 옥녀봉을 거쳐 북으로 온 마지막 봉우리였다. 전망대에서 섰더니 건너편은 장목 드비치골프장이 바라보였다. 실전삼거리에서 장곶을 건너온 칠천도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전망대에서 대곡고개로 내려가 송포마을로 향했다. 대곡마을은 또 다른 유인도 황덕도로 가는 길목이었다.
송포마을에서 부두로 내려가니 진해만 건너는 석동과 자은동 아파트단지가 보였다. 안민고개에서 시루봉 가는 산등선과 불모산 송신소가 아스라했다. 바다에는 양식장 하얀 부표가 줄지어 떠 있었다. 송포부두에서 수야방도를 향해 가니 날렵한 아치형 교량이 멋져 보였다. 무인도인데 산책로를 따라 가면 산마루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진동만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있는 작은 섬이었다.
평소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은 외진 곳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꼬마와 손잡고 걷는 젊은 부부와 몇몇 산책객을 볼 수 있었다. 정상의 팔각정에서 견내량 방향을 바라보니 하루해는 중천에서 서편으로 기울었다. 황덕도 등대 너머로 해가 기우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정자에서 주변을 조망하다 산비탈을 따라 전망대로 내려갔다. 진동만은 호수같이 잔잔한데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일렁거렸다.
북쪽으로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마을은 실리도가 가리고 있었다. 봉화산 산마루의 천주교 마산교구 카톨릭교육원이 보였다. 검푸른 바다에는 배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양식장에서 작업하는 어부들인 듯했다. 해가 황덕도 너머로 넘어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더랬다. 황덕도 그 너머가 견내량이다. 저녁놀이 붉게 물들지 않고 은색에 가까운 석양이 하늘과 바다에 비치었다.
점차 지상과 수면으로 낮아지는 석양을 바라보다 폰에다 사진을 담았다.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부니 볼에 차게 스쳤다. 해가 모두 떨어지기 전에 전망대에서 산책로 따라 수야방도교를 건넜다. 송포부두에서 칠천도를 일주해 오는 버스를 타고 칠천도다리를 건넜다. 하청에서 덕치를 넘어 연초삼거리에 내려 농협 마트에 들려 한 주간을 보낼 찬거리를 마련해 연사 와실로 들었다. 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