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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에게 큰 덕을 베푸는 산이라 전하는 대덕산(大德山)은 우리나라에 같은 이름의 산이 많다. 강원도 태백의 대덕산(1,307m)이 가장 높고, 경기도 이천의 대덕산(309m)이 가장 낮다. 전라북도에는 백두대간의 무주 대덕산(1,290m)과 금강 상류가 휘돌아 가는 천반산 앞에 있는 죽도를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두 개의 대덕산이 더 있다. 하지만 상전면 주민 김재환·김재만(75)·김수기(72)씨와 상전면사무소 직원 안찬호씨 등은 지도에 나와 있는 죽도 남쪽의 대덕산(602m)은 예로부터 부귀산으로 불려왔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은 죽도 북쪽에 있는 산줄기 전체가 대덕산이고, 정상은 지도에 ‘고산’으로 표기된 고산봉(875m)이며 서쪽에 솟은 봉우리는 감투봉(탕건 형상)으로 불러야 옳다고 했다. 고산봉(鼓山峰)은 옛날 이 산에 있었던 사찰에서 북소리를 들었다는 의미이며, 일제강점기 고산봉에 깃대를 꼽고 측량을 했다 하여 깃대봉으로도 불린다. 상전면의 명산으로 불리는 대덕산은 한국전쟁 때 수리밭골에서 국군과 빨치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어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하여 주민들에게 큰 덕을 베푼 산이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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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병풍바위. 맑은 날은 마이산과 덕유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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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터전으로 불렸던 상전(上田)은 용담댐 건설로 금강의 물길이 한가운데로 흐르고 있다. 상전면 주평리 등에서 발견된 돌칼과 돌화살촉은 귀중한 문화사적 자료이며 이로 미루어 보건데 오래전부터 살기 좋은 터전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곳이다. 특히 상전면 용평리 대구평 마을 동쪽에 있는 대덕산 고산골이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다.
산야초를 채취하고 산나물과 머루, 다래를 따면 돈이 되었으며 논에 거름이 되는 좋은 풀과 땔감이 지천이었다. 옛날 고산골의 음지와 양지에 절이 하나씩 있었는데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70년 주지가 대덕사를 창건하고 1981년 재건하였다.
죽도유원지 위에 있는 산영치(山影峙)는 옛날 상전면 외송(기배기)에서 동향면 자산리로 넘어가는 큰 고갯길이었다. 산림이 울창하고 험해서 10여 명이 함께 넘어야 도둑을 만나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용담댐 수몰로 인해 100m 위쪽으로 동향과 상전을 잇는 49번 도로가 개설되었다.
수동(水東)리는 금강의 동쪽 마을이란 의미고, 외송(外松)은 마을 뒤에 깃발을 꽂는 바위가 있어 ‘기배기’ 또는 ‘문바위’로 불렸으나, 소나무 숲 밖에 있는 마을이라 한자로 고쳤다. 내송(內松)은 풍수지리상 옥녀가 거문고를 타는 명당(玉女彈琴) 형상으로 ‘소리실’로 불렸으나, 소나무 숲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 한자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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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덕산 고산봉 정상.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으며 조망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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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날머리인 월포리 대구평(大邱坪)마을은 풍수지리상 큰 거북이 진주 속에 묻혀 있는 형국이며, 월포(月浦)는 금강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형국이 마치 달덩이 같은 섬처럼 보인다고 한다.
산줄기는 백두대간 백암봉에서 덕유산 향적봉으로 뻗어 나온 덕유지맥이 그 뿌리로 두문산~봉화산~국사봉을 거쳐 대덕산 고산봉을 솟구친 뒤 용담호로 숨어든다. 물줄기는 남쪽에서 발원한 장수 뜬봉샘에서 흘러온 금강의 원류인 진안천과 동쪽은 덕유산에서 발원한 구량천이 죽도에서 합류하여 금강을 이루어 군산 하구둑에서 서해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진안군 상전면, 동향면의 경계를 이룬다.
대덕산 산행은 상전면(면장 전형욱)에서 개설한 1코스를 전주명품산악회 등반대장 이성림씨와 지역주민 김재환·김재만·김수기씨의 안내를 받아 호남지리탐사회원들이 답사했다. 금강 상류가 비단결처럼 휘돌아가는 죽도와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49번 지방도로(동향과 상전을 잇는 도로)에서 북쪽으로 오르면 서쪽으로 김재환씨 집이 자리 잡은 수동리 산자락이 다가온다.
호젓한 산길을 가노라면 고산봉(깃대봉 4.6km)을 알리는 팻말이 반긴다. 갈참나무숲을 오르면 서쪽으로 예전에 7세대가 닥나무 재배와 숯을 구어 생활하던 수리밭골이 다가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부귀산(지형도상 대덕산)과 죽도가 보이고, 우리가 가야 할 북쪽으로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병풍바위가 산꾼을 유혹한다. 동쪽으로 금강의 상류가 휘돌아가는 섬계마을이 무척 평화롭게 느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이정표가 동쪽은 장전이고 북쪽은 고산봉 정상임을 알린다.
나무사다리를 내려서면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병풍바위를 만난다(도로에서 40분 거리). 병풍바위에서 안상용(재경상전면회장)씨 일행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맑은 날은 남쪽 죽도와 부귀산·마이산, 동쪽 천반산, 동북쪽 덕유산이 한눈에 보이는데 오늘은 황사 때문에 조망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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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유원지 49번 지방도로에서 산등성이로 이어진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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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고산봉, 서북쪽 감투봉, 서쪽 수리밭골, 동쪽 금강과 동향을 굽어보며 능선을 오르면 어느덧 삼각점(무주 24)과 이정표(외송 6.1km, 고산골 2.6km)가 있는 대덕산의 주봉 고산봉이다(도로에서 2시간10분). 북쪽으로 용담호와 지장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은 계룡산, 서대산, 덕유산, 지리산, 마이산 등이 한눈에 잡히는 조망대인데 극성스런 황사가 눈앞을 가린다. 동쪽은 동향면 지사리로 가고, 고산골과 감투봉 코스는 서쪽으로 간다. 5분쯤 능선을 걸으면 용담호가 한눈에 조망되는 헬리포트를 만난다.
헬리포트에서 오찬을 즐기고 출발하면 북서쪽 빈질바위를 거쳐 고산골로 가는 1갈림길의 이정표(죽도 5.7km,)를 만난다. ‘빈질바위’는 전라도 방언으로 쉰질(50명의 키 높이)바위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 곧이어 고산골 2갈림길 이정표(서쪽 외송4.4km, 대구평 3.5km, 동쪽 고산봉1.7km)에서 급경사로 이루어진 나무계단과 너덜지대를 내려가면 동쪽은 쉰질바위(0.6km)를 거쳐 고산봉(2.6km), 서쪽 감투봉(2.4km) 갈림길의 이정표가 마중 나온다.
다시 너덜길을 걸으면 안천면 지사리와 대덕사를 잇는 시멘트 임도를 만난다(고산봉에서 1시간10분 소요). 고산골 폭포를 만나고 시멘트길을 10분쯤 걸으면 시골집 같은 분위기가 나는 대덕사에 닿는다. 대덕사에서 용담호 주변인 월포리 대구평 삼거리까지는 20분이 소요된다(고산봉에서 1시간 40분 소요).
산행길잡이
1코스 죽도 49번 도로~(5km)~고산봉 정상~(0.9)~두 번째 고산골 갈림길~(2.1)~대덕사~(2.0)~상전면 구룡리 <10km, 4시간20분 소요>
2코스 죽도 49번 도로~(5km)~고산봉 정상~(0.9)~두 번째 고산골 갈림길~(5.2)~외송 <11.2km, 5시간 소요>
볼거리
죽도유원지 장수 신무산에서 발원한 금강 원류인 진안천과 덕유산에서 발원한 구량천이 휘돌아서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한 죽도는 마치 죽순처럼 뾰쪽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은 용담댐이 들어서면서 내륙의 섬이 됐다. 예로부터 피란지의 대명사로 불려왔으며, 정여립(鄭汝立)이 조선 선조 때 역신으로 몰려 관군에게 포위되자 자결한 곳이 바로 죽도 옆에 있는 천반산이다. 이때부터 전라도는 반역의 땅으로 낙인찍혀 호남 인재들의 등용문이 막혀버린 요인이 되었다.
교통
진안~안천~진안 무진장여객 버스가 1일 12회 운행(아침 06시30분부터 19시10분까지)한다. 상전면 용평교나 언건교차로에서 하차해서 걸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진안에서 택시(063-433-0900, 011-683-1414)를 이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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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나들목~진안 방면 30번국도~안천~불로치터널~월포리 용평교(1코스 날머리이며 대덕사 가는 삼거리)~언건대교~49번 지방도로~죽도교~외송(2코스 날머리)~죽도유원지 산행들머리(49번 도로)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동부 우회도로~진안 방면 26번 국도~안천 방면 30번 도로~언건교차로 우회전~동향면 방향 49번 도로 직전(7km)~죽도교~외송(2코스 날머리)~죽도유원지 위 49번 도로(죽도 산행들머리)
먹거리
상전면 죽도교 끝에 자리한 산내들가든(063-432-3600)의 민물매운탕, 용봉탕, 쏘가리회, 참붕어찜이 별미다. 송죽산장(063-432-9792)은 상전면 수동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용담호에서 잡은 신선한 민물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첫댓글 대덕산이란 동명 산이 많군요 대덕산 소개와 산행코스 교통편 다각적인 담소정님의 설명이 아주 일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