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삼겹살 샤브 샤브
우리 집 공식 요리 5호 아내가 외출한 날 아이들과 만든 요리
토요일(12월 5일) 아내는 아침부터 바쁩니다. 동창회 행사가 있는 날이거든요.
등교를 하는 아들은 우유와 과자로 아침 밥을 대신하고, 수능을 마쳐서 학교를 가지 않는 고3인 딸 애는 방 바닥에 배를 붙이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나는 채 씻지도 않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아내를 모임 장소까지 태워 줍니다.
"밥솥에 밥 있고, 솥에는 미역 국을 끓여 놓았어요. 된장 찌개도 냄비에 있고, 다른 반찬도 식탁에 올려 놓았으니 아이들과 드세요."
아내는 손을 흔들면서도 영 미덥지 못한 눈치입니다.
나는 집에 돌아 와서 딸 애와 아침 밥은 건너 뛰기로 합니다. 아내가 있는 날에도 휴일에는 아점(아침과 점심 식사를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 한 끼로 때움)으로 해결했으니까요.
12시가 넘어 점심 밥을 챙기려는데 딸 애는 저번에 "엄니가 해 주었는데 맛있었다"며 "된장 삼겹살 샤브 샤브를 해 먹자"고 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도 제 누나의 주장에 혹해서 샤브 샤브를 주장하는데 "삼겹살을 구워 먹자"는 제 주장은 씨알이 먹히지 않습니다.
▲ 대패 삼겹살 비계가 적당히 있어야 부드럽고, 대패 삼겹살이라고 해도 너무 얉게 썰지 않아야 한다. ⓒ 한성수
의령에 있을 때 식당에서 두어 번 먹은 것이 전부인데 통 자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삼겹살과 채소를 사 오겠다"며 시장으로 나간 후 나는 아내에게 손 전화를 해서 요리 방법과 재료를 묻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먹어 본 대로 만들었다"며 요리 법을 일러 주는 아내의 대답도 그리 미덥지 않습니다.
▲ 육수에 들어갈 재료들 무우 여섯 쪽, 양파 반 개, 대파, 매운 고추, 멸치, 조개, 미역 줄기(다시마 대신) ⓒ 한성수
우선 육수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된장을 꺼내어서는 채에 거르면서 물로 농도를 조절합니다. 여기에 적당량의 멸치와 조개 살, 땡초 세 개, 파 1개, 양파 반 조각, 무 여섯 조각을 넣고 육수를 끓입니다.
▲ 양념 소스 간장에 배와 무우, 양파는 갈아서 즙을 만들고 식초를 넣었다. 설탕은 넣지 않았다. ⓒ 한성수
시장에서 돌아온 딸 애는 "소스를 만들어 보겠다"며 양파를 다집니다. 나는 "양파와 배, 무를 갈아서 즙을 내어야 한다"고 일러 줍니다.
딸 애가 "설탕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배 즙을 조금 더 넣고, 식초를 조금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 삼겹살과 어우러질 채소들 시금치, 쑥갓, 쌈(배)추, 팽이버섯, 케일 ⓒ 한성수
딸은 다시 시장에서 사온 시금치와 배추, 쑥갓, 팽이버섯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기 위해 소쿠리에 담아 둡니다.
드디어 육수가 끓기 시작합니다. 나는 무와 양파, 멸치 등을 채로 건져낸 맑은 육수를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 놓습니다.
시계는 벌써 1시 반을 가리키고, 아들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보챕니다.
▲ 완성된 된장 삼겹살 샤브 샤브 삼겹살과 채소를 같이 넣어 3~4분 정도 익히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한성수
드디어 육수가 끓고 우리는 삼겹살과 채소를 넣고 살짝 익혀다가 접시가 담습니다.
된장 삼겹살 샤브 샤브를 먹은 아이들의 반응
고3 딸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삼겹살 특유의 냄새는 없고 고기가 너무 쫄깃 쫄깃 했어요. 특히 약간 짠 맛이 나면서도 달짝지근한 소스는 그 오묘한 맛이 환상이었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중3 아들 "아버지, 된장 삼겹살 샤브 샤브 식당해도 되겠어요. 살짝 익힌 채소와 얇은 삼겹살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 중 정말 최고였어요."
휴일에 귀찮다고 방 바닥에 배 붙이고 TV 보다가 아이들과 자장면이나 라면으로 때우시려는 남편 여러분! 오늘 된장 샤브 샤브 어떠세요.
하시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댓글로 올려 주시면 자세히 답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아내와 아이들이 아버지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겁니다.
재료비는 삼겹살 15,000원(양이 제법 많았는데도 셋이서 다 먹었음), 시금치, 쌈 배추 등 채소류 5,000원, 멸치, 팽이버섯, 식초 등은 집에 있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오마이뉴스 한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