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일반의약품 머릿니 제거제
피레트린 성분의 일반의약품으로 머리를 감고 참빗을 이용하면 머릿니와 서캐를 제거할 수 있다./사진=신신제약, 태극제약
옛날만큼 극성맞진 않지만, 머릿니의 명맥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서 감염이 잦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초등학생 총 5만 1508명(남학생 2만 6532명, 여학생 2만 4976명)을 대상으로 국내 머릿니 발생 추이를 조사한 결과 평균 유병률은 2.1%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별에 따른 유병률은 남학생 1.4%, 여학생 3%로 여학생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가족구성원 한 명이 옮아온 머릿니가 가족 전체로 전파되기도 한다. 집에서 머릿니를 없앨 방법이 없을까?
◇사람에겐 유해성 낮은 살충 성분 들어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머릿니 제거제로는 신신제약 ‘라이센드플러스액’과 태극제약 ‘감마린디액’이 있다. 주성분은 피페로닐부톡시드와 피레트린엑스다. 서울시약사회 구현지 학술이사(약사)는 “피레트린은 국화과 꽃에서 파생된 성분으로, 사람이나 동물에는 별로 유해하지 않으나 절지동물에는 살충 작용을 한다”며 “신경 세포막을 과흥분시켜 마비를 유발함으로써 죽게 하는 원리다”고 말했다. 피페로닐부톡시드는 절지동물이 피레트린을 잘 대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품 활성을 향상시키려 첨가된다.
라이센드플러스액과 감마린디액으로 머리를 감으면 이미 부화한 머릿니를 죽일 수 있다. 구현지 학술이사는 “반드시 건조 모발에 사용하고, 두피와 머리카락까지 충분히 젖도록 마사지해 도포한 다음, 10분간 내버려두면 된다”며 “이가 많다고 해서 10분 이상 내버려두면 안 되고, 따뜻한 물로 충분히 거품을 내준 후에 깨끗이 씻어내준다”고 말했다. 약제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머리를 완전히 헹굴 때까지 눈을 수건으로 보호하는 게 좋다.
죽은 이와 서캐(이가 낳은 알)는 물리적인 방식으로 제거해야 한다. 약으로 머리를 감은 후라도 참빗이 꼭 필요하다. 참빗으로 미처 제거하지 못한 서캐에서 이가 부화할 가능성도 물론 있다. 구현지 학술이사는 “서캐는 6~9일 안에 부화하므로 이가 박멸되지 않았다면 이전 사용일로부터 10일가량 후에 약을 다시 쓰면 된다”고 말했다.
◇베개·이불·옷 열소독 해야 재감염 예방
일반의약품 머릿니 제거제를 주기적으로 사용했는데도 이가 계속 관찰될 수 있다. 알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거나 옷이나 이불에 남은 이가 재감염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를 머리에서 없애는 것만큼이나 소독 지침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불과 베개를 햇볕 아래 두는 것만으로는 이가 박멸되지 않는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백진옥 교수는 “이는 54°C 이상에서 죽는다고 알려졌으니 이불과 베개 등을 삶거나 건조기에 돌려야 없앨 수 있다”며 “또 몸에서 1~2일 떨어져 있으면 이가 죽으므로 이불을 삶기 어렵다면 베개와 이불 등을 따로 밀봉해서 2주 정도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 역시 “이는 열에 약하므로 이불, 베개, 옷, 속옷 등을 삶거나 다림질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으로 이가 완치되지 않아 골머리라면 전문의약품을 써볼 수도 있다. 백진옥 교수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으로는 피레트린을 더 안정화시킨 퍼메트린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구현지 학술이사는 “이 감염, 옴에 사용할 수 있는 린단(lindane) 성분의 전문의약품도 있다”며 “기생충 기틴질의 외골격을 통해 흡수된 후에, 신경계를 흥분시켜 발작과 사망을 일으키는 원리”라고 말했다.
◇사면발이 제거는 일반의약품으로 역부족
약학정보원에는 라이센드플러스액과 감마린디액이 “머릿니·사면발이·몸이의 감염증 치료”에 쓰인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머릿니와 달리 사면발이 감염은 일반의약품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다. 구현지 학술이사는 “사면발이증은 의사 진료 후에 린단이나 이버멕틴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면발이증은 프티루스 푸비스(Phthirus pubis)라는 이의 한 종류가 몸에 증식하는 것이다. 대부분 성교를 통해 감염된다. 유화정 교수는 “▲음부의 심한 가려움증 ▲긁다가 생긴 이차적인 피부병변 ▲속옷에 묻은 여러 개의 갈색 반점(이의 배설물) ▲음모에서 관찰되는 사면발이나 서캐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말했다.
치료법은 머릿니와 비슷하다. 백진옥 교수는 “7~10일 간격으로 바르는 약을 2번 쓰고, 가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게 한다”며 “치료받는 동안 이불이나 옷 등은 머릿니 치료 때와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