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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치 시절의 '적토마' 이병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갈 팀이 정해지지 않았다 |
# ‘한국의 이치로’. 3년 전이다.
일본 오키나와 주니치 드래건스 스프링캠프에 갔을 때다.
일본야구팬들은 이병규를 그렇게 불렀다.
달콤한 찬사였다. 다분히 말치레였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 통산 타율 3할1푼2리를 기록한 이병규였다.
한국인 외야수 가운데 최초로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밟는 그였다.
3년 계약에 옵션 포함 최소 7억 5천만 엔(약 97억 원)을 받는 거물이었다. 그 정도 찬사는 받을 만했다.
당시 이노우에 가즈키는 이병규의 포지션 경쟁자였다.
그렇다고 경계하는 기색은 없었다.
되레 “이병규는 훌륭한 선수다. 과거 선동열, 삼손 리(이상훈)처럼 팀을 우승으로 이끌 재목”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용의 군단’을 이끄리라 믿었던 ‘적토마’ 이병규는 그러나 3년 내내 흔들렸다.
첫해 타율 2할6푼2리, 9홈런, 46타점은 일본야구 적응기라 쳐도 2년째 타율 2할5푼4리, 16홈런, 65타점은
주니치가 기대한 성적이 아니었다.
3년째는 최악이었다.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1푼8리, 3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이병규가 돌아왔다.
쓸쓸한 귀국이었다. 그가 온 지도 모르는 이가 많았다.
11월 2일 주니치에서 방출되고나서 이병규는 일본 내 다른 구단을 알아봤다.
소득은 없었다. ‘한국의 이치로’는 결국 ‘한국의 이치로’로 그쳤다.
아직 이병규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친정팀 LG는 ‘두고 보자’는 반응이다. 다른 팀들은 관심조차 없다. 이유가 있다.
LG가 아닌 다른 팀에서 이병규를 영입하려면
그가 한국에서 뛰었던 마지막 해 연봉인 5억 원의 450%인 최대 22억 5천만 원을 보상금으로 LG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22억 원이면 검증된 FA(자유계약선수)를 데려오거나, 초특급 외국인 선수 영입에 쓰는 편이 낫다”며
“3년 공백에 내년이면 36살인 타자에게 그만한 돈을 투자할 팀은 없을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일본 복귀 선언 뒤 호시노 센이치 한신 타이거스 시니어디렉터(사진 좌로부터)와 만나는 조지마 겐지(사진=하세가와 쇼이치) |
# ‘일본의 요기 베라’. 4년 전이다. 미 스포츠케이블채널 ESPN이 한 일본인 선수를 소개한 말이다.
주인공은 조지마 겐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주전 포수였던 조지마는
2005년 가을 시애틀 매리너스와 3년간 1천650만 달러(약 190억 원)에 계약했다.
일본인 선수 가운데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시아인 포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조지마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아메리칸 신인 포수로는 역대 최다인 147안타를 치며 공수에서 맹활약한다.
지난해 4월 시애틀이 서둘러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천400만 달러의 재계약으로 그를 잡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이 끝나자마자 조지마는 전격 ‘일본 복귀’를 선언했다.
시애틀이 내쫓은 것도, 연봉이 깎인 것도 아니었다. 조지마는 더그아웃에 앉아만 있어도 내년 770만 달러,
내후년엔 81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일본복귀를 선언한 건 ‘선수생활의 정점에 있을 때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다.
올 시즌 조지마는 허벅지 근육파열과 왼발 엄지 골절로 7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7리, 9홈런, 22타점만을 기록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일본식 포수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 투수들과의 괴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고심 끝에 조지마는 남은 2년 동안 백업으로 남느니 ‘힘이 있을 때’ 일본으로 돌아가 주전으로 뛰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지마가 시애틀 퇴단과 일본복귀를 공식발표하던 지난 20일(미국시간 19일). 한신 타이거스 수뇌부가 긴급 소집됐다.
그 자리에서 조지마 영입이 결정됐다.
구단 사상 최고액인 4년간 20억 엔을 제시하기로 했다.
조지마가 귀국하는 즉시 호시노 센이치 시니어디렉터를 보내 설득하기로 했다.
한신이 이토록 신속하고도 치밀하게 조지마 영입에 뛰어든 건 그가 뛰어난 포수인데다 오른손 강타자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조지마의 기량이 아직 절정에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결국, 조지마는 스승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의 간곡한 복귀 요청에도 한신 유니폼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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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니 왕정치가 언제 소프트뱅크 회장이 된건가
ㅡㅡ; 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 병규선수가 좀 개념이 없게 되는 거군요.....
그렇다기 보다는... 겐지는 일본에서 대대적 환영을 받으며 사상 최고액으로 갔지만, 이병규는 갈 팀이 없다는거... 이걸 말하고자 하는건가? 물론 중반에 왜 리턴하지 않았냐는 말도 포함이겠구요. 내년에 엘지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를 꼭 보고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