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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최종 합의:
미국의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의 투영과 함의 분석
강선주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4-07-12
1. 문제의 제기
2. IPEF 최종 합의 현황
3. IPEF 최종 합의의 평가와 함의
4. 정책적 고려사항
< 요약>
ㅇ 2022년 5월 미국의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는 2024년 6월 6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IPEF 무역장관회의에서 최종 합의문에 서명함. 최종 합의된 IPEF는 공급망 회복력(Pillar II Supply-chain Resilience), 청정경제(Pillar III Clean Economy), 공정경제(Pillar IV Fair Economy)와 IPEF 합의(Agreement on IPEF)로 구성되어 있음.
ㅇ IPEF가 발효하면 전 세계 GDP의 41%, 상품·서비스 교역의 2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에 적용되는 다자 경제협력 규칙이 됨. 그런데 IPEF가 다자 경제협력 규칙이지만 무역(trade)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 무역을 누락한 IPEF가 거대 경제권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질문을 발생시킴. 다른 한편, 미국이 IPEF를 주도하였으므로 IPEF 최종 합의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음. 무역이 제외된 최종 IPEF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에 대한 접근법을 말해줌. IPEF 합의의 원인과 경제 및 외교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보임.
1. IPEF 최종 합의 현황
ㅇ IPEF는 다음의 배경 또는 목적을 갖고 출범함. 첫째, IPEF는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경제적 관여를 높이는 방안임. 2021년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경제적으로 재관여(re-engagement)를 시작할 때 미국 내 여론이 무역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에 가입 대신, 시장접근(market access)과 관세 인하 협상을 포함하지 않고 IPEF를 추진한 것임.
ㅇ 둘째, IPEF는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다자 경제협력 규칙을 수립하여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경제무역 이슈를 관리하는 목적을 가짐. 미국은 세계 인구의 약 60%가 거주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21세기의 새로운 경제 현상과 분야, 즉 디지털 경제, 기후변화와 공급망 회복력에 관한 규칙을 수립하여 미국의 경제와 안보가 혜택을 받고자 함.
ㅇ 셋째,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경제적으로 견제하는 지경학적(geoeconomic) 목적을 가짐.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중국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다수의 국가를 하나의 경제 규칙하에 묶는 IPEF를 추진함. 14개 IPEF 참여국이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30.8%보다 크고, IPEF에 참여할 국가를 미국이 선별적으로 초청하였기 때문에, IPEF는 중국에 대해 지정학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함.
ㅇ IPEF의 ▲무역(Pillar I), ▲공급망 회복력(Pillar II), ▲청정경제(Pillar III), ▲공정경제(Pillar IV) 협상 결과는 다음과 같음.
(1) 무역(Pillar I Trade)
ㅇ 무역 필라는 ▲노동, ▲환경, ▲디지털 경제, ▲농업, ▲투명성과 규제 관행,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포용성, 그리고 ▲기술협력과 경제협력을 협상 대상으로 삼았음. 그러나 2023년 11월 미국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협상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였고, 무역 협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음. 무역 필라의 협상이 중단된 원인은 노동과 디지털 무역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노동과 환경 기준의 수용을 유보하였고, USTR은 데이터 이동(data flow)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았음. 그리고 IPEF를 비판하는 의회의 요구도 작용하였음.
(2) 공급망(Pillar II Supply-chain Resilience)
ㅇ IPEF 참여국은 ▲공급망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불필요한 제한의 제거, ▲데이터에 기반한 공급망 취약성 모니터링, ▲공급망 혼란 발생 시에 긴급 공조에 합의함. IPEF 공급망 협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공급망 회복력 행동계획을 수립할 "IPEF 공급망 협의회"(IPEF Supply Chain Council), ▲공급망 위기 소통 및 공조를 논의할 "IPEF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IPEF Supply Chain Crisis Response Network), ▲노동-기업-정부 3인 대표로 구성된 "IPEF 노동권 자문위원회"(IPEF Labor Rights Advisory Board)를 설치하기로 합의함.
(3) 청정경제(Pillar III Clean Economy)
ㅇ IPEF 참여국들은 ▲청정에너지와 기후 친화적인 기술의 혁신과 투자,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및 에너지 보존, 청정경제로 전환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기술 지원 및 역량 강화에서 협력, ▲청정에너지 기술에 중요한 광물이나 투입요소(inputs)의 보다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공급원을 확보하여 청정에너지의 공급망 강화, ▲지속가능한 인프라 및 기후 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IPEF 청정경제 투자자 포럼"(Clean Economy Investor Forum)과 "IPEF 촉매자본펀드"(IPEF Catalytic Capital Fund)를 출범시킴.
(4) 공정경제(Pillar IV Fair Economy)
ㅇ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역과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IPEF 참여국은 ▲경제의 공정성, 포용성, 투명성, 법치주의 및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의 노동자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하에 노동권 보장 조치를 실행하며, ▲공정경제 합의를 이행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역량 구축 프레임워크"(CBF: Capacity Building Framework)를 조직하기로 합의함.
(5) IPEF 합의(Agreement on IPEF)
ㅇ IPEF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장관급 대표로 구성된 "IPEF 위원회"(IPEF Council)와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를 설치함. IPEF 합의는 하나 이상의 필라에 합의한 최소 5개국이 비준하는 경우에 발효되고, 발효 1년 후부터 개정과 새로운 회원국 가입, 발효 3년 후부터 탈퇴가 가능함.
2. IPEF 최종 합의의 평가와 함의
ㅇ IPEF의 최종 합의는 다음과 같은 평가와 함의의 도출을 가능하게 함. 첫째, IPEF는 무역보다는 산업투자협력을 위한 합의임. IPEF는 관세 인하와 시장접근을 추구하지 않고, 노동, 기후변화, 반부패 등은 비(非)무역(non-trade) 이슈이기 때문임. 그리고 IPEF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과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과 같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한 국내 정책과 조화되며, 외부 요인이 국내 정책을 저해하지 않도록 외국과 조율하고 협력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임.
ㅇ 둘째, IPEF는 미국의 대외경제 관여의 방식으로서 '협력' 모델을 제시함. IPEF 합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서 참여국 간 협력과 이행상의 유연성을 특징으로 함. 그런데 IPEF 합의 이행에서의 유연성은 IPEF를 유명무실한 합의문으로 만들 위험이 있음.
ㅇ 셋째, IPEF가 산업투자협력 합의로 결과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의 목표를 전통적인 관세와 시장 확장에서 국내에서 경제적 기회의 민주화로 전환했기 때문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제적 기회의 민주화는 ▲중산층 지원, ▲탈탄소화(Decarbonization), ▲공급망 강화를 말함.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무역 패러다임을 파트너, 동맹국과의 무역 협상에도 적용함.
ㅇ 넷째, IPEF 최종 합의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발효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음. IPEF 국가들은 미국이 IPEF 합의를 처리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자신들의 비준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음. 11월에 트럼프가 재당선되는 경우에는 IPEF 전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음. 그리고 IPEF의 경제적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IPEF의 실제 작동 가능성을 우려하게 함.
ㅇ 마지막으로, IPEF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중국 견제에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음. IPEF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관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지 못하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는 군사안보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나머지 13개 IPEF 국가들에게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관계 관리라는 과제가 남을 것임.
3. 정책적 고려사항
ㅇ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경학 프로젝트인 IPEF가 가진 가능성과 도전을 고려할 때, IPEF 참여국으로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정책을 고려할 수 있음.
ㅇ 첫째,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 패러다임이 시장 개방에 초점을 맞추지 않음을 고려해야 함. 2024년 말까지 IPEF 무역 필라 협상이 재개되는 경우에 시장 접근과 관세 인하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미국이 CPTPP에 가입할 가능성도 높지 않음. 미국이 포괄적 FTA를 체결하는 시대는 종료되었고, 경제 목표에 부합하는 섹터별(sectoral) 무역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은 남아 있음.
ㅇ 둘째, IPEF가 2024년을 넘어서 존속하는 경우에 한국은 IPEF를 경제안보외교를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음. 한국은 공급망 안정과 청정에너지와 같이 긴요한 분야에서 소수의 IPEF 참여국을 특정하여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
ㅇ 마지막으로, 11월에 트럼프의 재당선시 2025년에 IPEF의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한국은 IPEF 최종 합의를 비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함. 더 나아가서 한국이 경제안보외교 플랫폼으로서 IPEF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경우 IPEF를 존속시키는 외교를 수행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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