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뮤클 합창단 근황 301번째 글입니다. 301번째라! 뮤클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리고 뮤클 합창단 제8회 정기연주회를 끝내고, 301번째 연습일지를 씁니다. 이
연습일지는 시민회관에서 오늘 있었던 평가회 기록입니다. 지금 우리 뮤클 합창단
원들은 무언가 막연하나마 이제 뮤클 합창단에서의 일대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예감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뮤클 합창단이
다!!”
내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20명 가까운 단원들이 모였으니 상
당히 많이 모인 셈입니다. 모두 모여서 맨 처음 한 일은 이번 9월에 생일을 맞이하
는 저와 반주자에게 생일 축하 행사를 해 준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저의 60세 되는
해, 그 어느 날에 301회째 연습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연습일기는 8회 정기연주
회에 대한 평가이자, 뮤클 합창단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입니다.
평가회의 시작은 저의 보고문에 의거한 보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연
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만족하는 바이지만, 연습상황으로 본다면 너무나도 문제
상황이 많이 야기된 만큼, 파트 연습을 비롯한 연습상황 조성 방식을 대단히 시스
템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주로 연습과 공연을 임하는 자세와 합
창단 운영을 위한 조언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저는 모쪼록 지휘자로부터 단장으로
부터, 모든 단원들에게 이르기까지 이 합창단 활동이 너무 힘들어 지쳐 떨어져 나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연주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이번 합창 공연은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지만, 그것에 이르는 과정에 너무 우여곡절이 많아 자칫하면
그때문에 그냥 합창단 자체가 와해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기한 문제는 이 문제 외에도 레퍼토리 선정의 문제도 있었는데, 저 이후의
여러 소감 발표에서도 그런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저 다음에 합창단
고문이 소감이 이어졌고, 그 뒤를 이어 출석 상황을 중심으로 한 단무장의 보고, 그
리고 신입단원들부터 시작하여 전 단원들이 다 한마디씩 이번 공연을 중심으로 한
논의를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을 보면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 그 어느
때의 공연보다 훌륭했으며, 사람들이 소름이 돋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
았다는 것입니다.
공연 결과로 보면 대단히 훌륭한 공연이고, 관객들 모두가 혼신을 힘을 다해 지휘
하는 지휘자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정도의 평이 이어졌지만 연습에 참여
한 상황으로 들어서면 사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엔트리를 결정해 놓고도 몸이 아
파 부득이하게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갖가지 개인사에 짓눌려 있고
개인적으로 몸이 극단적으로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공연에 나온 사람도 있고. 이제
막 아기를 가져 아기 돌보기에 바쁜 와중에 1,2부를 전부 다 뛴 경우도 잇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지휘자는 자신의 생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뮤클 합창단에
매달려 정말 지휘자 못지 않은 정열로 합창단을 끌어가느라 고혈을 짜 내기도 했습
니다.
경우가 어찌 그런 경우 뿐이겠습니까?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은 영 좋은 연주결과
를 낳지 못한 듯 해서 스스로 자책에 빠진 사람, 예전과 달리 집중이 되지 않아서
대단히 애를 먹은 사람, 그 외에도 특정 파트는 아예 파트는 있지만 사람은 없는 듯
해서, 아예 연습에 끼이지도 못하는 설움을 겪은 사연..... 합창공연에 대한 걱정 때
문에 합창에 대한 악몽으로 잠을 설치는 사연, 그 외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 것 같
은데, 자꾸만 에러가 나는 바람에 내심 애를 끓이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 정말 하
찮게 보이는 합창 공연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참 사연이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사연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뮤클 합창단에 대한 애착은 정말 대단합
니다. 지휘자가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다음에 할 곡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지휘자가 이제 이번 연주를 마지막으로 뮤클 합창단을 떠나려 하는 것이 아닌
가하고 불안해 하기도 하고, 레퍼토리 선정에 있어서도 가볍고 쉬운 곡보다는 계속
해서 정통 클래식의 대곡 중심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보자는 철저한 승부근성을 보
입니다. 여기에 우리 뮤클 합창단의 불가사의한 특징이 존재합니다.
평소에 바쁜 일상사 때문에 연습에도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던 사람들, 공연 한 달
전까지도 음정 박자가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던 사람들, 자신이 내는 소리가 합창
전체의 소리에 지나치게 방해가 된다고 해서, 지휘자나 부지휘자로부터 소리를 죽
이거나 아예 묵음해 달라고 요청받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그래도 뮤클 합창단을
버릴 수 없노라 하며, 연주곡도 정통곡으로 하겠다 하며, 매년 쉬지 않고 연주를 하
겠다 하며, 그리고 기어이 연주를 그것도 대단히 훌륭하게 치루어 냅니다. 지금까
지 뮤클 합창단이 정기 연주에서 연주의 수준관객 동원에 있어 실패한 예가 없었습
니다.
뮤클 합창단의 역사는 한국 합창 연주사에 있어서의 신기원입니다. 내가 알기로 이
렇듯 음악 비전문가인 순수 애호가들 단체가 이토록 완벽하게 그리고 장시간에 걸
쳐 이토록 장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낸 경우는 아직껏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뮤클 합창단은 전업 음악인이 아닌 사람들도 자기 일상을 쪼개어 가며 열심히 활동
하여 불멸의 명곡을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거해 보이고, 음악이 전업
음악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증거해 보인 대표적
예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뮤클 합창단은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전업 음악인 중심의 활동을 하기를 거부합니
다. 비록 이번에 흑자가 났다고는 하지만 뮤클 합창단은 어떠한 수익 행위에 대해
서도 거부합니다. 뮤클 합창단은 이를테면 금전적인 관계에 의거한 계약행위도 전
제하지 않으면 종교단체를 토대로 한 신앙적 강요행위도 하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
운 단체입니다. 뮤클 합창단이 증거하는 것은 전업 음악인이 되지 않더라도 자기의
일상사를 계속하면서 전문 음악인 못지 않은 음악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서 단원중 누군가가 말하듯 합창 행위 속에서 진정
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보면 결론은 하나에 도달합니다.
뮤.클. 합.창.단.은. 정.말. 진.정.한. 음.악. 그. 자.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평가회를 마치고 나서는 우리들. 비록 평가회 뒤에 뒤풀이를 하지 못하여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모두들 이구동성으로는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뮤클 합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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