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위미노믹스 한국을 바꾸다

[구쉬가]

이건희 회장의 위미노믹스 한국을 바꾸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여성 인력의 활용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 회장은 사회의 여성 차별과 사내의 반발에도 ‘여성 중용론’을 꾸준히 추진했다. 그 결과 경쟁 기업은 물론 사회에서도 우먼 파워가 세졌다. 삼성 역시 “여성의 섬세함과 디자인 감각이 기업에도 필요하다”고 역설한 이 회장의 결단 덕에 마케팅, 광고기획, 디자인 분야에서 여성 인재의 활약에 웃고 있다.
1993년 8월 26일 대학가가 술렁였다. 삼성그룹이 이날 “여성 전문인력 500명을 뽑기 위해 여성 대학졸업자만 응시할 수 있는 공개채용을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해서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고급 여성 인력을 뽑기 위해 여성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공채였다. 500명이란 숫자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삼성그룹이 1992년에 채용한 여성 인력보다 40%나 늘어난 수치였다. 연세대학교는 1992년 9월‘93년 하반기 분야별 여대생 취업전망’에서 1993년에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여성 대졸자 수가 1500여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숫자의 3분의 1을 삼성이 한꺼번에 뽑는다고 밝혔기에 대학가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1993년 대졸 여성 500명 파격 공채 삼성의 파격적인 여성 공채의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품질경영을 비롯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거듭 밝혔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삼성은 이대로는 망한다”며 조직 전체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이 회장은 여성 문제도 강조했다. 그는 “여성 활용이 선진국의 척도”라며 “삼성은 지금 여성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이 이후 20년 넘게 사내 반발과 사회의 편견에 맞서 꾸준히 밀고 나간 ‘여성 중용론’이 힘을 받는 순간이었다. 또 여성의 강화된 정치·경제·사회적 지위와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위미노믹스(Women과 Economics를 합친말) 시대’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2006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위미노믹스(Womenomics)’라는 신조어를 내놓았다. 이 단어는 여성의 소득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가정에서도 발언권이 확대되며 강력한 소비주체로 떠오르는 현상을 설명한다. 산업계에서 여성 파워를 설명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1990년대 초반 ‘여성 인력의 낭비’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며 여성노동시장이 본격 열렸다. 1992년에는 금융권의 여행원 제도가 폐지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89년 395만명이던 여성 임금근로자가 1995년 492만 4000명으로 급증할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였다. 그러나 고학력 여성의 정규직 진출은 더디게 진행됐다. 1992년 대졸 여성이 11만5000여명이나 배출될 정도로 고학력 여성 수가 늘었다. 반면 이들 중 취업자 비율은 51.8%에 불과했다. 특히 4년제 대졸자는 39%만이 취업에 성공해 되려 사회 진출에 역차별을 받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1980년대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 시대를 거쳐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를 겪은 것도 고급 여성 인력 채용을 꺼릴 수 있는 요인이었다.그나마 취업문을 뚫은 대졸 여성의 일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삼성그룹에서조차 비서직 채용에 한정돼 있었다. 그룹 내부의 여직원은 대부분 경리를 비롯한 후선 지원업무를 맡은 고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여성만을 대상으로 공채를 따로 실시한 건 영업이나 연구기술을 비롯한 ‘금녀(禁女)의 직종’에 여성을 뽑으려는 목적이었다. 삼성은 당시 직종을 영업, 경영지원, 연구기술,소프트웨어, 비서, 디자인으로 선택 폭을 넓혔다. 게다가 남자 사원과 같은 수준의 업무와 책임이 주어지며 승진·급여에서도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고 밝혔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시도였다. 남녀 임금 차별 없앤 ‘열린 채용’ 파격적인 조치에 삼성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 무렵 상고를 마치고 주판과 컴퓨터에 능숙한 고졸 여사원이 대졸 사원보다 낮은 급여를 받으며 경리·서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대졸 여사원을 대거 채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았다.기업에서 여성의 역할은 제한돼 있다는 고정관념과 편견 탓이었다. 삼성전자 인사부장을 지낸 신원동 한국인재전략연구원 대표는 “여성은 결혼과 출산 문제가 있어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고 여성 스스로도 업무성과가 남성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989년부터 3년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팀장을 지낸 기외호 헤럴드미디어 고문은“이 회장의 강력한 지시로 대졸 여성을 채용하긴 했지만 이들을 데려가려는 내부 계열사와 부서가 없어서 인력관리위원회와 비서실이 거의 반 강제로 배치시키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94년에는 “성별을 불문하고동일한 급여 테이블에 놓고 대우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학력·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채용을 없애겠다며 1995년 삼성이 내세운‘열린 채용’으로 이어졌다. 그 전까지 대졸 여사원의 월급은 고졸 여사원보다는 많았지만 남성보다는 적었다. 남성 사원보다 능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일부 내부 인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더구나 급여를 올리느라 회사의 지출 규모도 늘었다. 그룹의 오너인 이 회장의 리더십은 이 때 더욱 빛났다. 삼성에서는 이 회장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여성이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등 여성 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채용된 여성 인력도 시간이 지나며 그룹 곳곳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들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허물어졌다. 기외호 고문은“당시 사회 분위기나 재계 현실을 돌아봤을 때 여성 인력 활용에 앞장선 것은 오너의 식견이나 결단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회장은 ‘인류의 반이 여자인데 대졸 여성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이들이 일하지 않는 것은 국력 낭비’라며 ‘여성이 가진 섬세함과 따뜻함을 활용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1993년 삼성의 여성 공채 계획 발표 이후 다른 대기업도 여성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섰다. 같은 해 선경그룹과 대우그룹이 “여성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럭키금성그룹도 “차별 없는 채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1994년 두산그룹은 “전년에는 전체 신입사원의 9%에 불과했던 여성 비율을 2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양인숙 연구원은 “1990년대 초반의 대기업 여성 공채는 고숙련 직종에 여성을 진입하게 만든 기폭제였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여성계에서도 삼성의 여성 인력 채용 방안을 환영했다. 1993년 9월 정무제2장관실은 삼성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여성 인력 활용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장관 명의의 격려서한을 전달했고 다른 기업체에도 이를 적극 권장했다. 같은 시기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이건희 회장에서 “남녀차별을 완전히 철폐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다”며 감사 서한을 전달했다. 여대생 취업률이 좀처럼 늘지 않아 조바심을 내던 대학가에서도 “삼성그룹의 여성 전문직 채용이 다른 대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반색했다. 이 회장의 ‘여성 인력 중용론’은 1997년 펴낸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도 잘 드러나 있다 ‘기업도 여성에게 취업 문호를활짝 열고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비해줘야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등 여성 인력의 필요에 대한 신념과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을 필두로 국내 대기업이 여성에 문을 활짝 연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경제적 위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 경제에서 위미노믹스 강세 현상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성별 경제활동참가율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남성은 1990년 74%에서 2008년 73.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여성의 참가율은 같은 기간 47%에서 49.9%로 증가했다. 대졸 이상 여성은 1980년 46.6%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보였는데 2008년에는 63.9%로 늘어났다.고급 여성 인력을 뽑는 것 못지 않게 잘 관리하고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유급 출산휴가, 육아휴직제도가 의무화 됐다. 이에 기업도 여성 복지를 더욱 확대하면서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완화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1990년과 2008년 사이 30~34세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5.9%에서 57.4%로 늘어난 것을 들어 “출산·육아기에 노동 시장을 이탈하는 대졸 여성이 크게 줄었고 육아 이후 재취업하는 여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인사에서 여성 부장 80여명 새로 나와 이건희 회장이 뒷받침한 위미노믹스 정책에 힘입어 삼성그룹에서 여성 인력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2011년 인사가 그랬다. 삼성전자 심수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너 일가족이 아닌 개인으론 첫 사례였다. 1993년의 여성 공채 선발 인원 중에서 첫 임원(김정미 제일모직 상무)을 배출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은 삼성그룹 사상 최대인 9명으로 현재 그룹 내부에는 외부영입 출신을 비롯한 총 42명의 여성 임원이 포진하고 있다.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은 2009년 21%, 2010년 26%, 2011년 30%로 해마다 늘었다. 그룹의 여성 임직원 수는 2011년 8월 기준으로 5만600여명에 달해 전체 임직원의 27%를 차지한다. 2009년 111명에 그치던 여성 부장은 2011년 211명으로 늘었다.차장급도 2011년 기준 1300명에 이른다. 3월 1일자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0여명의 여성 부장이 새로 탄생했다. 삼성 관계자는 “평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0년 가량 걸린다고 보기 때문에 여성 중에서 선두주자들이 첫 테입을 끊은 것이며 앞으로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여성 임원 10% 비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최초의 여성 부사장으로 유명한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은 “기업의 제도가 사회 변화에 비해 뒤쳐지긴 했지만 여성을 채용한 것 자체가 기회를 준 것이라 보고 우리가 노력해 회사에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최 부사장은 이 회장이 강조한대로 직종 특성에 맞게 여성의 강점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이 상대방과 공감하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광고 기획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력 위주로 등용하는 삼성의 조직문화도 여성 인력에 힘을 실어 줬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정미진 과장은 고졸 여사원으로 시작해 정규직 전환을 거쳐 20여 년간 근무하고 있다. 단순 서무 보조에 그친 계약직이었지만 정 과장이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고 영어공부를 하며 자기개발에 매진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003년에는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직급에 올라섰다. 회사가 여성 인력을 배려하는 제도를 속속 만든 것도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됐다. 정 과장은 “2005년 아이를 낳고 복귀했을 때에는 출산 1년 미만의 워킹맘을 위한 휴게실인 ‘맘스룸’이 신설돼 수유할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회장 “유리천장을 없애라” 이 회장은 여성 채용의 사정이 예전보다 나아진 요즘도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여성 임원과 가진 오찬자리에서 “여성이 임원에서 끝나서는 제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한다.사장까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 여성의 역할을 한정짓는 유‘ 리천장’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4월 19일 올해 승진한 여성 임직원 9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우리 그룹은 여성 임직원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이 회장이 서초사옥으로 첫 정기출근을 시작한 날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것도 사내에 있는 어린이집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여성 직원들의 요청을 듣고 어린이집을 더 늘리라고 지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원 연구원은 “여성이 강력한 소비의 주체로 등장한 요즘 기업 내부에도 여성 조직원을 통해 창의성과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실제 최진남 서울대 교수가 2005년 국내 대기업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팀의 성별 다양성이 연령 다양성, 직급 다양성보다 구성원의 창의성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여성 인력을 잡는 국가와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인력 수급 상황을 모의실험하고 한국을 인재 부족 국가로 분류한 적이 있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인구 자체가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가 6월 19일 낸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한국 경제의 충격’이라는 보고서에는 “한국이 앞으로 여성의 고용률을 높여 경제활동참가율을 2050년에 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잠재성장률이 0.3%포인트 더 올라간2.8%를 기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미래 이끄는 차세대 여성 인재 여성 CEO 시대 곧 열린다 삼성그룹이 대졸 여성 채용에 본격 나선지 20여 년이 지난 요즘, 관리자급 여성 인력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급 여성 인력 양성을 주장한 이건희 회장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회장이 강조한대로 여성 CEO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삼성그룹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부사장을 단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은 가장 유력한 여성 CEO 후보다. 2002년 제일기획이 광고의 대가에게 수여하는 ‘마스터’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받았던 최 부사장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삼성카드)” “자꾸 자꾸 당신의 향기가 좋아집니다 (맥심)”등의 광고를 기획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여성 부사장 1호로 등극한 심수옥 부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갤럭시 시리즈 등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마케팅 했다. P&G에서 소비재 마케팅을 담당하다 2006년에 자리를 옮겨 5년 만에 요직에 올랐다. 입사 후에는 삼성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 브랜드전략팀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마케팅 전무를 거쳤다. 비슷한 시기에 승진한 김정미 제일모직 상무는 여성 공채 1세대 가운데 처음으로 임원 문턱을 넘은 기록을 남겼다. 1993년 대졸 여성 공채를 통해 삼성물산에 입사한 김 상무는 2004년 제일모직에 합류했다. 그가 담당한 고급 여성복 브랜드 ‘구호’의 성공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김 상무가 구호의 팀장을 맡은 이후 150억 원에 불과하던 브랜드 매출은 6배나 늘었다. 이후 ‘르베이지’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고 ‘데레쿠니’ 등 신규 브랜드 론칭에 참여했다. 김기선 삼성전자 상무도 공채 출신 여성 선두주자로 꼽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에서 일한 김 상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리즈인 갤럭시 마케팅을 통해 매출상승에 기여하고 갤럭시 노트 컨셉트 제안과 상품화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갤럭시 S2성능 개선에 기여한 송효정 삼성전자 상무, 삼성SDS에서 모바일데스크 사업을 주도한 홍혜진 상무, PB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려 VVIP 시장을 확대한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도 빼놓을 수 없는 여성 인재다. 20여 년 전 “여성의 섬세함과 디자인 감각이 기업에도 필요하다”고 말한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가장 먼저 여성을 적극 채용하기 시작한 효과가 마케팅, 광고기획, 디자인 분야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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