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검둥이가 아니다. I AM NOT YOUR Negro.
-인권을 위한 인간의 위대한 여정, 인간을 위한 인권 승리의 durt
20세기 미국의 가장 저명한 작가-사실 이 영화를 볼 때 까지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인 볼드윈이 죽은 자-그들은 모두 피살당했으며 흑인이다-들을 통해 미국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시작했지만 미완성으로 끝난 에세이를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을 하다 희생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의 대표적 흑인 인권단체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 세 명-전미흑인지위상승협회의 메드가 에버스, 블랙 무슬림의 말콤 엑스, 남부그리스도교 지도회의의 마틴 루터 킹(피살된 순서)-을 직접 만나 대담했던 볼드윈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는 전개된다.
(주 방위군에 막혀 등교를 저지당하는 흑인 학생들)
인종주의가 횡행하는 미국의 민낯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는 영화의 첫 장면인 텔레비전 대담 프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대담프로에서 진행자는 묻는다. “흑인 인권에서의 많은 진전이 있고 직업 등을 구하는데 차별이 없으며 많은 흑인들이 연예계 스타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왜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여전히 비판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직업을 가진 흑인들의 처지를 삽화로 보여주고, 바로 아칸소 주에서 1957년 있었던 흑인의 백인학교 진학을 둘러싼 사건으로 넘어간다. 내 생각에는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자, 현재진행 중인 인종차별의 문제가 누가 시작했으며, 어떻게 끝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중앙고등학교에 등교하는 엘리자베스 엑포드와 그를 야유하는 여성들)
아칸소 주 주도인 리틀록에 있는 중앙고등학교(Central highschool)는 백인만이 다니고 있는 학교인데, 이 학교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흑인들이 가까운 학교를 두고 멀리 다니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 학교로의 전학을 요구하여 관철한 사건이었다. 이 요구를 받은 학교 당국과 주지사는 흑인 학생의 등교 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빌미로 주정부군에게 학교를 포위하게 하여 흑인 학생의 등교를 막았다. 하지만 흑인의 등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지만 헌법수호라는 가치를 우선하여 당시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주 방위군을 몰아내고 학생들의 등교를 보호하였다. 공수부대의 보호 하에 9명의 흑인 학생이 등교한 사건을 일컬어 ‘리틀록 나인’으로 명명한 사건이며, 이때부터 미국 남부 고등교육에서 흑백 분리가 무너지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이들의 선구자적 업적을 기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에 이들을 초청하였다. 아이젠하워에게 헌법수호라는 명분을 준 것은 리틀록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학교를 두고 멀리 흑인학교를 다니는 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당국에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한 1954년 5월17일 브라운 대 교육당국의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1896년 플래시 대 퍼거슨 사건의 판결 ‘분리하되 평등하다’에 의해 합법화된 백인만을 위한 학교가 위헌이 아니라던 대법원 판례를 뒤집었다. 이 판결 이후 초등교육에서는 백인과 유색인종이 함께 교육을 받는 경우는 있었지만 중등교육에서는 없었다.
제임스 볼드윈이 차례로 언급하고 있는 세 사람-메드가 에버스, 말콤 엑스, 마틴 루터 킹은 1963년, 1965년, 1968년 차례로 죽었다. 물론 이들 전에 많은 흑인들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린치를 당해 죽거나 법에 의해 죽었다. 이들은 죽을 것을 알고도 자신의 일을 행한 사람들이다. 흑인 인권 운동을 위해 싸우다 죽었지만, 사회 내에 불평등이 존재하면 그것이 그 사회 내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기제로 작동하기에 결과적으로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투쟁이다. 이러한 관점을 볼드윈은 대담의 마지막에 웅변하고 있다. “나는 인간입니다.I am man. I am not negro. 검둥이가 아닙니다. 이 나라가 검둥이를 필요로 해서 아프리카로부터 검둥이를 들여왔듯 검둥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검둥이를 만들어냅니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검둥이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검둥이를 없애야 합니다. 인간인 우리는 검둥이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검둥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검둥이는 없기 때문입니다.”-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대략의 취지는 이렇다. 영화의 대사 하나하나가 다 명문장들이라 어느 것 하나 놓칠 수는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 대사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시나리오 대본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볼드윈의 작품과 에세이 등을 참고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니 볼드윈의 책을 찾아 읽어보려고 했으나 한글로 번역된 책도 찾지 못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20세기 미국 최고의 작가라는 영화포스터의 선전은 단지 영화 흥행을 위한 수식이었는지 아니면 한국이란 나라도 백인에게는 관대하고 흑인에게는 가혹한 차별의 국가이기에, 따라서 인권 후진국이라서 인권을 다룬 책들은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다.
영화의 대사처럼 결자해지의 주체는 명확히 니그로를 필요로 해서 니그로라는 대상을 만들어 낸 미합중국의 백인이다.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수많은 흑인 피를 흐리며 그것을 요구하고 싸워 얻어낸 것이다. 리틀록 9인의 하나인 어린 소녀 엘리자베스 엑포드에게 백인 성인 여성들이 보여준 적의에 찬 시선과 야유, 조롱, 거친 욕설을 끊어낸 것은 백인 대통령의 공수부대 투입과 대법원 판결 및 등교 보호를 위해 찾아온 백인 인권운동가들이다. 흑인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우리가 누리는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영화이지만 불평등을 당하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그를 평등하게 해야 할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잘 새기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꼭 보아야 할 영화.
2016년 제작
프랑스 외 다큐멘터리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라울 펙 감독
사무엘 잭슨, 제임스 볼드윈, 말콤 엑스, 메드가 에비스, 마틴 루터 킹,
(앝칺소주 리틀록시 센트럴 하이스쿨에 잇는 리틀록 나인의 기념비)
첫댓글 울림있는 글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