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그리움에 대하여
동해남부선 안강역. 읍 단위 역에서 유일하게 새마을열차가 머무는 곳.
눈이 많이 와서 버스 등 교통편이 없는데도 열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포항에서 삼척까지 동해중부선(171.3㎞)이 어서 개통되기를 기다립니다.
일요일인데도 아침 통근열차를 타는 승객들이 플랫홈에 서 있습니다.
안강역에는 최해암 역장님이 있습니다.
구내 방송을 음악과 함께 내보내는 다정다감한 멘트는 웬만한 라디오 디제이를 능가합니다.
열차의 바닥이 레일 사이의 눈을 밀어 내고,
열차의 옆구리가 플랫홈 옆 눈더미를 밀어내는 힘이 대단합니다.
5미터 이상 눈이 쌓이면 제설열차가 따로 운행해야 한다고 역장님이 알려 줍니다.
안강초등학교.
그네에 눈뭉치가 쌓여 있기에 운동장에 있는 눈사람을 모셔 왔습니다.
초등학교.
플라타나스 나무도 일렬로 서서 오늘은 축복의 메달을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안강중학교, 안강전자고등학교,
울타리 너머로 그냥 넘겨다 봅니다.
중학교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 하나 눈 맞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 타고 가기에는 이미 눈이 너무 많이 왔기에 잠궈 두고 그냥 갔나 봅니다.
------
제 눈은 가끔은 제 작은 디카를 통하여
출향인사들의 그리움을 대신해 드리려고 합니다.
고향에 태어나 고향에 사는 사람에게야
고향이 무슨 의미겠습니까마는
고향 떠나고 고향에 아무 친지도 없어서 자주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모든 풍경은 어린 날의 그리움과 함께 아련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고향의 그리움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짙어질 것임도 잘 알고 있는 터이기 때문입니다.
제 눈은 또한 제 작은 디카를 통하여
안강에 살아도 안강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분들의 눈을 대신해 드리고 싶어집니다.
모두는 봄눈 녹듯이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고향에 살 때는 고향 그리운 줄 모르듯이,
부모님 계실 때는 부모님 그리운 줄 모르듯이,
부부, 형제, 자매, 친구....
이런 모든 인간관계도 같이 있을 때는 아쉬운 줄도 그리운 줄도 모르게 됩니다.
[있을 때 잘 해.]
이런 가요 가사가 생각납니다.
첫댓글 저 기차를 타면 고향에 날 데려다 주려나요. 그곳은 겨울이면 눈도 많이 와서 휘엉청 달이 밝은 날은 온 세상은 눈빛과 달빛이.....
잠시나마 아련한 시공속으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_()_
소담스럽게도 눈이 내렸네요... 잘보았습니다.
고향 사랑, 안강 사랑,........고향을 그려보고 갑니다()
이순간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겠습니다....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지는 못해도 아쉬움은 남지않게....._()_
청비 님,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때 아름답습니다. 만나보면 환상이 깨질 수도 있지요. 법해 님, 일요일 아침잠 설치고 등산화 졸라신고... 유정 님, 그대 마음이 소담스럽군요. 다경 님, 고향은 어디세요? 대해월 님, 사람의 유감 맺히기는 순간적인 말 한 마디인데 그 유감 풀리기에는 아주 오래 걸린답니다.
하하하하.... 그냥 웃음이나오네요. 통괘한 웃음이 자전거에 쌓인 눈을 보고나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는 안강에 태어 나지도 않았고, 안강에 살아 보지도 않았지만, 안강의 아름다움은 느껴집니다. 마음의 고향은 다 같은 것이겠지요. 감사합니다.
고향구경 잘 하였읍니다. 그 디카 성능 좋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