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09년 5월 28일 (목) ~ 6월 3일(수)
장소 : 광주극장
주최 : 광주국제영화제, 광주극장, 광주시네마테크 후원 : 프랑스 문화원
실질적인 의미에서 영화가 탄생한 나라이며 수많은 거장 감독들과 걸작들을 배출한 프랑스의 고전 영화들을 상영하게 될 <프랑스 영화기행>은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의 시초이며 29세에 요절한 천재 감독 장 비고의 <라탈랑트>, 영화를 진정한 예술로 승격시킨 '영화의 아버지' 장 르누아르의 <인간야수>, 인간 내면의 작은 떨림까지 보여주는 영혼의 구원자 로베르 브레송의 초기 걸작 <볼로뉴 숲의 여인들>, 형식으로 의미를 창조한 스타일리스트 막스 오퓔스의 <...부인의 귀걸이>, 수많은 작가주의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친 '영화감독들의 감독'이며 프랑스 범죄영화의 전통을 일궈낸 장 피에르 멜빌의 초기 걸작 <도박꾼 밥>까지 5편의 주옥같은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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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소개
라탈랑트 L'Atalante (1934년.프랑스.89분.35mm) 각본_ 장 쥬네, 장 비고 감독_ 장 비고ㅣ출연_ 미셀 시몽, 디타 파를로
영화사 통틀어 가장 훌륭한 작품 10편을 뽑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라탈랑트>라고 하겠다. - 프랑수와 트뤼포 -
'라탈랑트'라는 이름의 바지선을 타고 여행하는 젊은 선원 부부의 사랑과 헤어짐, 재회를 다룬 아름다운 영화. 겨울철의 악천후 속에서 힘들게 촬영을 강행했지만, 눈과 안개, 밤하늘, 잠깐의 햇빛 등 모든 것을 영화에 담으면서 오히려 꿈과 같이 매혹적인 영화로 완성해냈다. 제작사에 의해 20여분이 삭제당한 상태로 개봉되었으며, 촬영 당시부터 건강이 악화되어있던 장 비고는 개봉 한 달 후 폐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완전한 복원판이 나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비운의 걸작으로 세계영화사의 보석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
장 비고Jean Vigo(1905-1934)
장 비고는 29세에 요절할 때까지 단편을 포함하여 단지 4편의 영화만을 남겼을 뿐이지만, 그 4편의 영화 모두가 세계영화의 보석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천재감독. 그는 태양과 달, 눈, 밤의 이미지들을 마치 언어처럼 다루면서 가장 강렬한 시적 리얼리즘의 영상을 창조했던 영화감독으로 그의 <품행제로>는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와 린제이 앤더슨의 <만약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 <라탈랑트>는 레오스 카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에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간야수 La Bete Humaine (1938년.프랑스.100분.35mm) 원작_ 에밀 졸라ㅣ각본_장 르누아르 감독_ 장 르누아르ㅣ출연_ 장 가뱅, 시몬느 시몽
장 가뱅이 출연한 최고의 걸작 -- 프랑수와 트뤼포
철도를 둘러싼 삼각관계의 비극으로, 에밀 졸라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장 가벵이 부역장의 아내와 불륜에 빠지는 철도기관사 랑티에로 출연하여, 운명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인간의 유약함과 악마적 본성을 훌륭하게 연기해낸다. 세브린느 역을 맡은 시몬느 시몽 역시 연약하면서도 파멸적인 매력을 지닌 팜므파탈의 전형을 보여준다. 랑티에의 분신과도 같은 기차는, 인물들 내면의 광기와 분열, 현실세계와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주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통을 절실하게 표현해낸 수작. 장 르누아르는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인 시적 리얼리즘 시대의 개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으며 후에 누벨바그 감독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는 찬사를 바친 영화사의 거장이다.
장 르누아르 Jean Renoir (1894~1979)
1894년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Auguste Renoir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르누아르는, 아버지의 예술적 삶과 자연으로부터 얻었던 풍부한 감성은 훗날 그의 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르누아르는 오프스크린 공간, 딥포커스, 롱테이크, 탁월한 미장센 등을 통해 새로운 형식과 미학을 만들어낸 영화의 개척자이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삶의 한가운데 있는 예술을 창조해낸 영화의 아버지이다.
볼로뉴 숲의 여인들 Les Dames Du Bois de Boulogne (1945년.90분.35mm) 원작_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ㅣ각본_ 로베르 브레송, 장 콕토 감독_ 로베르 브레송 ㅣ출연_ 파울 베르나르, 마리아 카사레스
브레송 이전까지 '영화'가 다른 예술 장르로부터 영양분을 받아먹는 기생적인 예술이었다면, 브레송으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영화'가 나왔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자존심 강한 여인 엘렌느는 연인인 장이 자신을 멀리하자 복수를 위해, 카바레에서 춤을 추며 매춘을 하던 젊고 아름다운 아녜스를 소개해준다. 사랑에 빠진 장과 아녜스가 달콤한 행복에 젖어있을 때 엘렌느는 장을 찾아가 아녜스의 과거를 폭로한다. 충격을 받은 아녜스는 병석에 눕게 된다. 그러나 진실한 사랑을 깨달은 장은 그녀의 곁을 지킨다.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를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으로 장 콕토가 대사를 썼다. 콕토의 우아한 대사와 아름답고 화려한 세트, 마리아 카사레스의 정교한 연기는 이후 브레송이 만들게 될 영화들의 금욕적인 스타일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죄의식과 도덕적 딜레마라는 브레송의 비전이 중심에 놓인 매혹적인 멜로드라마이다.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지만, 이후 트뤼포와 고다르, 루이 말, 안토니오니 등 후배 감독들의 찬사 속에서 재평가되었다.
로베르 브레송 Robert Bresson (1907~1999)
현대 프랑스 영화의 거장이었던 로베르 브레송은 '시네마(cinema)'라는 일반적인 영화의 명칭 대신에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라는 자신만의 정의를 고집했다. 영화의 고유한 본질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정초하고, 그외의 '연극적인 영화'들을 멀리했다. 또한 신학의 문제를 인간 존재의 문제, 영혼의 문제로 제기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몇년씩 공들여 만든 그의 영화들은 수가 적지만, 하나하나가 혼을 불어넣듯 만든 수작들이다.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영화비평가 폴 슈레이더는 그런 그의 영화를 두고 '초월적 스타일'이란 명명을 한 바 있다.
...부인의 귀걸이 Madame de... (1953년.105분.35mm) 원작_ 루이스 드 빌모린ㅣ각본_ 마르셀 아샤르, 막스 오퓔스, 아넷 워드망 감독_막스 오퓔스ㅣ출연_ 샤를 보여, 다니엘 다리유, 비토리오 데 시카, 장 드뷔쿠르
20세기 초의 파리. 부유한 장군의 부인인 루이즈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남편이 결혼식 날 선물한 귀걸이를 판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오페라를 보는 동안 잊어버렸다고 둘러댄다. 그녀의 거짓말을 알아차린 장군은 몰래 귀걸이의 행방을 수소문해 되산 다음 그것을 콘스탄티노플로 떠나는 자신의 정부 롤라에게 준다. 그 귀걸이는 콘스탄티노플에서 이탈리아 외교관인 도나티 남작의 손에 넘어가고 파리로 돌아온 도나티는 루이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막스 오퓔스 감독은 풍부한 세트구성, 페미니스트적인 시각, 그리고 무엇보다 유려한 이동 카메라를 통한 스펙터클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혹자는 막스 오퓔스야말로 미조구치 겐지와 더불어 카메라 이동의 미학을 완성한 시네아스트이며 시네마스코프의 가능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던 감독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막스 오퓔스 Max Ophuls (1902~1957)
독일 태생의 막스 오퓔스(본명 막스 오펜하이머)
1954년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하여 작가주의 이론 auteur theory을 촉발시켰던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에서 프랑소와 트뤼포는 막스 오퓔스를 독창적인 스타일을 지닌 위대한 감독으로 칭송하였고, 고다르 등 초기 작가주의 감독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미국에서는 앤드류 새리스에 의해 영화사상 가장 높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던 영화작가로 추앙되었다.
도박꾼 밥 Bob le Flambeur (1956년.102분.35mm) 각본_ 아우구스트 르 브레통, 장 피에르 멜빌 감독_ 장 피에르 멜빌ㅣ출연_ 로제 뒤셴느, 이사벨 코레, 다니엘 코쉬
한때 악명높은 범죄자였던 도박사 밥은 지금은 파리의 카페와 나이트클럽을 드나들며 구석진 카지노에서 심심풀이 도박을 하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다. 자신의 범죄인생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밥은 어느 날 도빌의 카지노 금고에 수억 프랑의 현금이 보관되어 있다는 말을 들고 마지막 한 탕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예전 동료들을 다시 모아 치밀한 작전을 세운다. 그러나 결행 당일, 사태는 급속도로 비틀려가기 시작하는데...
장 피에르 멜빌 Jean-Pierre Melville(1917~1973)
"세르지오 레오네가 웨스턴에서 해낸 것을 장 피에르 멜빌은 범죄영화에서 이루어냈다"라고 찬사를 바친 쿠엔틴 타란티노의 말처럼, 멜빌은 3-40년대 미국의 고전적인 범죄영화의 영향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스타일리쉬하면서도 멜랑콜리한 프렌치 누아르의 독특한 전통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그의 초기 걸작인 <도박꾼 밥>은 고다르를 비롯한 누벨바그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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