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답사와 함께 하는 ‘봄꽃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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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따라 문학 찾아 산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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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은 사람의 마음을 장엄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사찰의 꽃은 특히 그렇다. 벚꽃으로 수놓은 합천 해인사 진입로. 불교신문 자료사진
남쪽에서 꽃소식이 올라온다. 가족과 여행을 떠날 주말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무작정 떠나지 말자. 꽃이 있는 곳에 깃든 문화와 역사, 이야기들을 한 자락 주워 담고 가면, 여행길이 더욱 즐거워진다. 꽃길 따라 가는 길을 소개한다. 기상청은 올해는 작년보다 6~8일 정도 늦은 4월초 봄꽃이 만개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가 전하는 봄소식은 아름답고, 또 눈물난다.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의 시가 그렇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선운사 동구) 미당 선생이 사랑했던 동백은 가수 송창식의 노래로 이어진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예요~.” 그리고 수많은 문인들이 4월이면 선운사를 찾아 시를 쓰고, 서정을 노래한다. 인터넷에는 선운사 동백을 주제로 시를 쓴 시인들의 모임카페가 있을 정도다.
동백이 선운사에 심어진 것은 조선 성종 때의 일이다. 하늘이 가려질 듯 울창하게 자라는 동백이 화재를 예방하는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동백은 또 재앙을 막아주는 상서로운 나무로도 인식됐다. 민간신앙에서는 동백나무로 망치를 만들어 마루에 걸면 집안에 불길한 귀신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여겼다. 이런 신앙은 일본에까지 이어져 동백나무로 망치를 만들어 허리에 차고 다니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 신성시 여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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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개화시기> | 동백이 아름다운 절집으로는 또 전남 강진 백련사와 지리산 천은사를 꼽는다. 천관보살이 살았다는 전남 장흥 천관산 장천재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동백 군락지가 4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근처에는 3만여평의 할미꽃 군락지가 위치하고 있다. 또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옥룡사 동백나무숲도 유명하다. 도선국사가 옥룡산 지형을 보니 지네와 닭의 형상이었단다. 이에 지네산과 닭산이 싸우는 것을 막기위해 산 중간에 동백을 심었다고 하는데, 넓은 동백군락이 봄이면 천년고찰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겨우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샛파란 잎사귀 사이로 붉게 피어나는 동백이 유화라면, 하늘거리는 벚꽃은 수채화다.
벚꽃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이다. 간혹 벚꽃을 일본의 꽃이라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정한 인식일 뿐 꽃이 언제 상(像)을 냈는가. 쌍계사의 벚꽃은 고려 때 심어진 것으로, 화개라는 지명은 쌍계사 가는 길목에 벚꽃이 만발한데서 유래됐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허상을 붙이는 듯 하다.
장미과에 속하는 벚꽃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주로 자란다. 쌍계사.계룡산 동학사에 이르는 길은 해마다 4월이면 벚꽃길을 걸으려는 사람들로 인해(人海)를 이룬다. 이곳에는 수술이 전부 꽃잎이 되고, 암술은 잎처럼 되어 꾸부러져 밖으로 나온 모습의 벚나무가 많다. 이를 보현보살이 타고 있는 코끼리의 코처럼 보인다고 해서 보현상이라 부르는데, 처음의 홍백색은 점차 흰색으로 변색된다. 이외에도 벚꽃이 아름다운 곳으로 전북 진안 마이산, 제천 청풍면, 경남 남해 등을 꼽는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가난하던 시절 아이들의 간식거리였다. 40대 이상의 나이면 버찌를 먹던 추억 한 자락 간직하고 있을 터. 벚꽃여행길에 추억과 문화유적을 함께 더해보자.
봄이면 전국을 물들이는 진달래와 함께 철쭉을 떠올린다.
“돌 모양은 비단을 말아낸 듯/ 봉우리는 옥을 다듬어 이룬 듯/ 어떻게 속세의 인연을 끊을까/ 가부좌 틀고 무생(無生)을 배우노라.” 고려 명종때 학자 김극기가 전라도 광주 무등산 규봉암에 올라, 그 절경을 감탄하며 읊은 글이다. 규봉암이 위치한 무등산 정상 일대는 4월말이면 철쭉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철쭉은 먹지 못하는 진달래라는 의미로 ‘개꽃’이라고도 불리는데, 선명한 색이 사찰의 단청과 닮았다. 강원도 태백과 지리산 바래봉, 장흥 제암산, 영주 소백산 등에서는 5월에 철쭉제를 개최한다.
봄을 찾아 떠나는 여행. 꽃과 문화가 함께 만나는 산사로 떠나보자. 마음은 벌써 한달음에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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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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