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하늘에서 후두둑 내리는 빗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반갑기만 한건 오늘 내리는 비는
오랜 가뭄으로 다 갈라진 땅바닥을 적시고, 식수가 없어 애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줄 단비이기때문입니다.
모처럼 단비를 맞으니 오래 전 신혼시절 제천에서 농사지을때 생각이 문득 떠오릅니다.
1978년 봄...결혼해서 채 신혼티도 벗지 못한 새댁으로 제천에 내려갔던 그 해 봄에도 가뭄이 극심했습니다.
몇십년만에 오는 가뭄이라며 농민들은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양수기를 한대라도 더 구입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그 때..
저 역시 제천 읍내에서 한일 펌프 대리점을 하시던 친구 아버님께 우리마을 농민들을 위하여
양수기 한대라도 더 구해주시라고 간청드리며 찾아 다녔었지요.
농사가 뭔지도 모르고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몰랐던 철없는 서울 새댁이
농촌에 살며 처음 깨달은게 물에 대한 소중함이었습니다.
내리쬐는 땡볕으로 타들어가는 농작물에 호스로 물을 뿌려주며 애타게 비를 기다리는 심정..
그 때 내리는 단비의 고마움...세월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 마음이 어느새 옅어져 버렸는지
뉴스를 보며 가뭄에 안타까워 하지만 그때만큼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는건 제가 이미 농촌 현장을 떠나 있기 때문일겁니다.
얼마전 양수리에서 농촌여성들을 후원하는 도시 주부들의 모임이던 `땅의 사람들'이 오랫만에 모였습니다.
도시에 살지만 농촌에 사는 여성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자 서로 뭉친 사람들..
도시 어딘가에서 농촌 한마당이 펼쳐지거나 대학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나 찾아가
일일 주점을 열어 빈대떡 부치고 도토리묵 무쳐 판 수익금으로 농촌여성들을 지원하며
농촌의 실상을 알리고 도시인들의 관심을 끌어내 서로 교류하고자 했던 아름다운 모임...`땅의 사람들'
나이들어 가고 수많은 세파에 흔들려 겉모습들은 조금씩 변했을 지 몰라도
하루밤 지새며 나누는 정담속에 녹아나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진솔하게 느껴지는지 새삼 감동되더군요.
그들과의 만남은 메마른 제 가슴에 내리는 단비같은 축복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속에 살면서 잊혀지지 않는 인연으로 맺어져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픈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네 삶을 풍요하게 하며 고향을 찾아가듯 우리의 마음을 순수함으로 되돌리게 하는 모티브가 됩니다.
또한 제게는 세상의 단비보다 더 생기를 부어주는 성령의 단비가 있어 늘 충만합니다.
현실생활의 파고를 넘으며 힘들고 지칠때 언제나 찾아와 가슴을 적셔주는 성령의 단비...
그 비를 맞으면 제 마음은 늘 본향을 향하기에 곤고한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단비가 찌든 때, 먼지를 씻어내주듯 영혼의 때를 씻어주어 늘 맑은 영혼으로 새롭게하는 성령의 단비가
오늘 내리는 단비처럼 평화공동체에 속한 모든 성도님들에게도 듬뿍 내려
평화공동체가 은혜 충만함으로 가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