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더욱 필요성이 높아진 일반의약품 점안제. 하지만 OTC 점안제 중 인기를 끌고 있는 다수의 품목은 아직 일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PDRN 등 국내 일부품목은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제품이 일본의 기술제휴 혹은 수입 등으로 만들어지는 상황.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채산성과 일반의약품이 쉽게 나올 수 없는 환경을 지적한다. 아직 작은 시장의 파이에서 쉬이 모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도저도 못하는 현실에 표준제조기준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이에 대한 더 큰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게의 반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에서 내놓고 있는 주력 OTC 점안제 중 많은 수가 일본에서 기술제휴 혹은 완제품 상태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는 보령제약의 로토제약산 점안액. 눈이 피로할 때 혹은 충혈 등에 사용하는 '뉴브이로토이엑스점안액', '로토지파이뉴점안액', '로토씨큐브점안액' 등은 일본 로토제약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국내 회사가 수입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의 '프렌즈 아이드롭' 은 자사에서 제조판매하고 있지만 일본 센쥬제약으로부터 기술 제휴를 받은 제품이다. 실제 센쥬제약이 판매하는 '마이티아씨엘' 패밀리 제품과 비교하면 용기의 형태와 포장, 점안 후 눈의 시원함 등을 표기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단순 일본 관련 제품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해외 의약품집의 힘을 빌어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
최근 출시를 두고 이슈가 있었던 현대약품의 히알루론산 OTC '히알핑'은 일본 의약품집에서 나온 제품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전문의약품이었던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분류 전환을 통해 일반의약품으로 나오면서 이를 안전성·유효성평가 면제 조항을 통해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단순 점안제 이외에도 안구세정제로 사랑받은 동아제약의 '아이봉세안액'(제조의뢰) 등도 일본 안과용제로 판매되고 있다. 비처방으로 판매되는 품목 중에는 이같은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가 많지만 유독 안과용제에서 일본과 관련된 품목이 많지만 업계에서는 '일리 있는' 답을 내놓는다. 씁쓸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뜻이다.
실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까지의 과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데다가 국산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국내 점안제 시장은 주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1600억원선을 조금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는 안과 등에서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비처방으로 쓰이는 10~15ml 제제의 경우 매출은 채 30억원을 넘기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여기에 의료기관에서 처방받는 의약품 중에는 이른바 '인공눈물'이 함께 들어가다보니 사용자층 역시 다소 협소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에는 먼저 채산성이 맞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 혹시나 새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발에 도입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국내 표준제조기준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한정돼 있고 새로운 성분을 넣어 효과를 높인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일반의약품임에도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비단 점안액이 아닌 타 일반의약품 역시 개발이 꺼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불과 일반약 하나를 내놓기 위해 많게는 수백 명의 이에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너무 채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 의약품의 가격이 낮고, 약가를 쉬이 올릴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한다.
그나마 PDRN으로 만든 국내 점안제 시장이 조금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가라서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업계의 이같은 행보는 이해가 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고 최근에는 '노 재팬'이라는 딱지까지 붙었음에도, 자연스레 기술 제휴나 수입을 통해 허가를 받고 들여오지 않으면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는 불가피하게 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정부의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 개정. 국내 일반의약품이 나오기 위한 기준이 더욱 넓어지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제약업계를 비롯 대한약사회 등에서도 표준제조기준의 확대를 통해 기존 안유평가 면제보다도 넓은 범위의 일반의약품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정부가 이를 반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제형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국내 업체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점안제를 생산하는 한 제약사 내부 관계자는 "가격은 낮고, (허가) 과정은 복잡하고 번거로우며,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점안제 시장에서 제약사들은 이런 식으로밖에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며 "한때 불었던 시쳇말처럼 이젠 '포스트 노 재팬'이 중요한 시점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일본 OTC 점안제를) 낼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표준제조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다양한 성분과 제형 등에도, 이미 해외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성분구성 등은 국내에서 낼 수 있도록 허락해줘야(표준제조기준을 확대해줘야) 업계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이면서 다양한 국산 제품으로 사랑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