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된 가사, 가사로 된 시
엄격히 따지려면 어렵지만
노래가사가 시로된 노래라기 보다는 시를 차용해서 노래 가사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봄니다.
첫번째는 기존의 시를 그대로 노래가사로 만든 경우입니다. 이때 작사자는 당연히 작품에 해당되는 시인이 되겠지요. 몇개 없을것 같아도 은근히 우리 가요에는 많습니다. 제가 그 전부를 알려 드리기는 힘들고 우선 생각나는 것만 말씀 드려보면,
활주로 -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의 시입니다.)
박인희 - 목마와 숙녀 (박인환의 시이지요.)
박인수와 이동원 - 향수 (정지용의 시입니다.)
안치환 - 소금인형 ( 류시화의 시입니다.)
(* 안치환의 앨범중에는 이런 노래들이 많지요.)
귀뚜라미 - 나희덕의 시입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의 시입니다.
햇살 - 신경림의 시입니다.
38선은 38선에 있는것만이 아니다, 물따라 나도 가면 - 김남주의 시입니다. 김남주의 시를 많이 노래했죠.
새,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의 시입니다.
편지 - 윤동주의 시지요.
저물수록 빛나는 바다 - 황지우의 시입니다.
송창식 - 푸르른날 (서정주의 시입니다.)
이밖에도 굉장히 많을 겁니다. 위에 곡들만 문득 생각이 나네요. 원래 시는 언어를 활용해 리듬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노래로 부르기가 쉬울 겁니다. 기존의 소설이 영화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겠지요. 시와 가요는 비숫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원태연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경우도 있지만 시를 좀 운운하는 사람들은 원태연을 시인으로 볼 것이냐 말것이냐 같은 논쟁을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런 곡들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째의 경우는 분명 가사로 쓰긴 썼는데 마치 시처럼 보이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시인과촌장의 앨범들입니다.
이미 자신의 이름에 ''시인''이라는 단어를 썼기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가사는 노래를 떼어놓고 보면 시와 비슷해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럴때 이것을 가사로 보느냐 시로 보느냐로 고민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시와 가사는 전혀 다른 개념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을 이건 가사고 이건 시다라고 규정짓는 것은 헛수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고 가요의 경우 멜로디에 언어를 맞춰가야 하므로 마치 시처럼 연과 행이 구분되기때문에 가사가 시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작사자가 자신의 글들이 시라고 생각해서 시집으로 엮는다면 그것은 분명 시일것입니다.
시와 가사는 개념상의 착각일 뿐이지 두개를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가사가 좋은 노래들을 찾아 들으며 시를 읽을 때 느끼는 감흥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만족해야겠지요.
예전에 한국에서 좋은 가삿말 노래 시상식에서 송창식이 부른 ''푸르른날''이 당선되어 논란이 된적도 있었습니다.
김종환이 처음에 얼굴없는 가수로 노래부를때 가삿말에 많은 여인들이 심취했었고...
참 얼굴없는 가수로 더 유명세는 신형원(나중에는 모두들 드러냈지만..)...청아한 목소리와 참여의식의 가삿말로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형원은 당시 모두 ''유리벽''에 사는 사람으로 알았었는데...ㅎ
요즘은 박강수라는 여인이 자신의 시를 노래 가사로 옮겨 심금을 울리더군요. (시인과 촌장의 ''사랑일기''도 그녀가 리바이벌하니 더욱 짜릿~ㅎㅎ)
10월말이면 떠오르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사실 박건호씨가 자신의 실제 이별을 절절히 쓴 가사라 여러 사람의 마음에 오랜동안 남아있는듯도 싶습니다...
시가 먼저? 노래 가사가 먼저?...어느것이 우위인지는 모르겠지만..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들임은 사실인듯 싶습니다.
(참, 수와진이부른 가사도, 해바라기가 부른 가사들도 모두 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