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율사 (596~667)의 정심계관법 중에서
깨달으려면 재물-색욕부터 끊어라
무릇 도를 닦고자 한다면 삼업 가운데서 먼저 재물과 색, 두 가지를 끊어야 한다. 재물을 탐하지 않으면 아첨과 다툼이 없고 색을 탐하지 않으면 끓어오르는 번뇌가 없다.
재(財)·색(色)을 버림으로써 무루의 선근을 이루고, 본식 가운데 훈습하여 탐애가 없는 종자를 이루어 점차 그릇되고 더러운 마음이 사라지면서 현성의 지위에 들어가리라. 지금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재물과 색을 탐애해서 길이길이 결사를 기르며 모든 번뇌와 상응하고 악업에 매여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경전에 이르기를 ‘도인도 아니고 또 속인도 아니어서 붙일 이름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비승비속은 흔히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로지 말재주를 고상하게 하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만 익히며, 희론으로 시비를 일삼아 서로 번갈아 비방하고 질투하여 삼독이 더욱 강해지고 번뇌만 증장하여 깊이 고해에 빠진다.
알면서도 고의로 범하므로 해탈할 때가 없으며, 천불(千佛)이 세상에 오시더라도 보고 듣지 못한다. 이 인연 때문에 지옥에서 죄를 다 마치고도 악룡(惡龍)의 몸을 받는다. 비승비속으로서 부처님의 옷과 음식을 훔치고, 파계하며, 성내는 허물로 얻는 것은 악한 과보뿐이다.
무릇 도심(道心)을 내는 것은 물방울이 바다에 섞임에 비록 적을지라도 물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경전에 ‘(배고픈 어린아이가) 한결같이 젖을 찾듯이 대승심을 일으키면 반드시 불도를 이룬다.’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수도할 때에 110가지 고통을 참아내는 가운데에서도 불도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젖을 찾듯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배고픔과 목마름, 춥고 더움, 모기와 등에, 벼룩과 이, 모진 바람과 폭우, 404병, 꾸짖음과 욕설, 악구(惡口)와 비방, 물과 불, 강도, 독충과 맹수, 매질과 괴로움과 침범 등 참기 어려운 일을 다 감수하되 괴로운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참아내서, 육도를 수행하고 삼공문(三空門)을 닦으면 이 인연 때문에 불과를 이루게 되느니라.
경전에 ‘이 사바세계에서의 하루 수도가 타방(他方)의 일겁보다 낫다.’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사바세계는 번뇌의 해침이 많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불법 가운데서 물러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과거를 기억해라. 무량한 겁이 지나도록 지옥 속에서 맹렬한 불로 태우고, 몸을 부수는 등의 고통을 받아 도피할 곳이 없으니. 사람 가운데 고통스러운 것이 백천만억이라도 저 지옥의 눈 한번 깜짝하는 짧은 순간보다 무겁지 않다.
만약 마음을 굳게 가져서 부지런히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생사대고의 인연을 다하고 삼도의 죄인을 능히 구원할 수 있겠는가? 중생을 구원할 수 없다면 어떻게 자비라고 할 수 있겠는가?
■ 도선율사는?
당나라 도선(道宣, 596~667) 스님은 계율종 남산파의 개조 615년 출가해 645년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귀국하면서 가져온 경전을 번역하는 일에 참여하고, 658년 서명사가 건립되자 그 상좌가 되었다. 스님이 특히 힘쓴 것은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었는데, 그 덕택에 그의 남산율이 후세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