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북 구미에 있는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했다.
집은 경남 창녕이라 고등학교 시절 3년을 기숙사 생활을 하며 보냈다.
우리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지원을 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서울,경기,강원,전라,충청,경상 심지어 제주도에서 온 학생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기숙사를 쓰는 학생 수는 어마 어마 했다.
2005년 10월, 일요일 나는 여자 친구와 시내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학교 기숙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현관에 다와 갈 무렵 친구 놈들의 무리가 보였다. 얼핏 봐도 3~4명쯤은 되어보였다.
그리고 곧 친구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품바, 어디 갔다 오노?"
"아, 여자 친구 만나러 갔다 왔다. 너거는 안 드가고 거서 머하노?"
"야, 그게 중요한게 아이고, 좀만 기다리 봐라"
"와 뭐 할라고?"
"그냥 닥치고 기다리 봐라, 좋은기다"
나는 친구의 그 말에 오기가 생겨 그 무리의 끼어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며 또 다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친구 두 놈이 우리를 향해 걸어 오는 게 보였다.
친구 두 놈이 합쳐저 나를 포함해 총 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짧은 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기숙사 1층에 있는 다리미실로 들어갔다.
모두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을 잠근 뒤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세팅을 완료했다.
소주 5병과 얼마 안 되는 튀김들, 몇 봉지의 과자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 한 놈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오늘 사감 없는거 알제? 8시 반에 운동장에서 단체 점호 하니깐 그전에 끝내야 된다이."
우리는 그 선생 존나 별로다, 무슨과 누가 이쁘다, 누구랑 누구랑 잤단다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점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정리를 하고 있는데 한 친구 놈이 다른 친구 놈 뒤에서 소주 한 병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 친구 놈을 쳐다보며 너 지금 뭐하는 짓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 친구 놈은 자기 여자 친구가 한 병만 사와 달라는 부탁을 해서 한병 더 사온거 라고 말을 했다.
우리 모두 어이가 없었지만 적당량의 욕을 하며 정리를 마치고 점호를 하러갔다.
이틀 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는데 방송이 들려왔다.
"아, 아 메카트로닉스과 박XX, 윤XX, 김민관, 김XX, 이XX, 정XX 지금 바로 사감실로 내려올 것."
방송을 듣고 왜 부르지? 하는 생각으로 계단을 향해 가고 있었다.
호명된 6명중 4명만 모였다. 오지 않은 두 명에게 전화를 하여 빨리 오라고 연락을 하여 6명 모두가 모였다.
그리고 사감실로 들어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친구 놈의 얼굴이 보였다. 그 놈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반성문을 적고 있었다.
반성문을 적고 있는 그놈은 여자 친구에게 줄 거라고 한 병을 챙긴 그놈이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때 남긴 한 병이 이렇게 우리의 뒷통수를 칠거라곤 생각 하지 못했다.
30분 뒤, 우리 모두 반성문을 적고 복도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 놈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어젯 밤, 그러니까 우리가 술을 마신 그 다음날 저녁 9시경 청소시간이 끝나고 점호시간 전.
친구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전해주기 위해 남은 한 병을 챙겨 기숙사 현관을 벗어나고 있었는데 현관 앞 벤치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사감 선생님과 마주쳤다.
친구는 심장이 터질 듯 놀랐지만 애써 침착하며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사감선생님은 어디를 가냐, 그 봉지는 뭐냐고 물었고 친구는 청소시간에 실수로 분리수거장에 교과서를 버린 것 같다는 융통성 없는 말을 했다.
친구는 발각된 뒤 자기 혼자 마시려고 샀는데 겁이 나서 버리러 가는 거였다고 또 한번 융통성 없는 말을 했다.
그리하여 우리 7명은 복도의 엎드린 상태로 그 놈에게 갖가지 욕을 해가며 한참이 지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호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3일 뒤, 우리 7명의 부모님들은 학교로 호출되었다.
가뜩이나 우리 모두는 사는 지역이 달라 부모님들도 한참을 걸려 오셨다.
사감과 부모님들이 면담을 하는 동안 우리는 똥줄이 타들어 간다는 말을 200% 체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심각한 표정의 부모님들이 나오셨다.
엄마는 앞으로 집에 내려오지 마라, 이제 용돈은 없다, 그냥 자퇴하라는 등 충격적인 말들을 했다.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시고 난 뒤 우리는 사감 선생님과 또 한번 면담을 했다.
그 결과 2달간 방과 후 3시간 환경정리와 등교시간 전 30분, 점심시간 1시간, 방과 후 1시간을 학교 본관 교무실 앞 복도 앞에 무릎 꿇고 있어야 한다는 처벌을 받았다.
정학이나 퇴학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지만 너무 가혹했다.
나는 한 나무에서 낙엽이 그만큼 많이 생길거라는 걸 처음알았다.
우리는 쓸고, 쓸고, 또 쓸어도 뒤돌아 서면 또 생기는 낙엽과 2달을 함께 했고, 교무실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선생님들의 잔소리를 2달간 들으며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나는 다시 기숙사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짐은 다짐일 뿐, 그 뒤로도 몇 차례 기숙사에서 동일범행을 저질렀고 다행히 더 이상은 발각
되지 않아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첫댓글 그 곳에서 일어난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를 적어볼까 한다. <---뺄 것.
수정완료 했습니다 ^_^
한 줄만 빼도 글이 다르잖아.
예 ㅋㅋ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ㅋㅋㅋㅋ
민관이가 학교에서 좀 놀았네^^
기숙사에서 술마시는 그기분 잘알지 행님도
글 잘읽었다 대학교에서는 그러지마라
에이 ㅋㅋ 행님도 저런추억 다 있잖아요 ㅋㅋㅋ
그뒤부터는 완전범죄가ㅎㅎㅎ
그일을 계기로 뒷처리의 중요성을 알고 절대 완전 범죄 였죠 ㅋㅋㅋㅋ
술 담배 기타 등등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게 기숙사의 재미지 ㅋㅋㅋ
예 행님 ㅋㅋ 저런게 추억이지요
한심한 자식.......
공부좀 해라
그러나 보니 기숙사를 쓰는 학생 수는 <--- 그러다 보니
수정완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