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창 밖으로 두 눈을 부릅뜬다. 핸들을 잡은 손이 축축해져서 손바닥을 비빈다.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00법원으로 향한다. 여러 번 심호흡을 하며 핸들을 맞잡는다.
2) 법원 주차장에 도착하여서도 바로 내리지 못한다. ‘씁’, ‘후’ 소리를 내어 숨을 연달아 내쉰다. 잠시 뒤, 본관 정문이 또렷이 보인다. 2층 조정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방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원고라는 이름의 자리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댄다.
3) 10개월 전에 자산관리공사에서 농지를 공매로 낙찰 받았다. 형제로 보이는 세 사람의 명의로 1/3씩 나누어져 있었는데 그 중 한사람이 세금을 연체하여 공매가 진행된 것이다. 00면의 어느 한적한 국도를 따라서 위치해 있고, 햇빛도 잘 드는 산기슭 끝에 있는 땅이었다. 산 중턱의 경사면부터 분묘가 많았다. 아마도 가족 묘지로 사용하기 위해서 그 땅을 구입해서 형제들과 나눴으리라. 나중에 알았지만 주변의 많은 분묘 때문에 여러 번의 유찰 끝에 초심자인 나에게 까지 온 것이다.
4)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신청하기 위해 00면사무소를 방문하면서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된 주소로 찾아가보았다. 떨렸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은 경험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 한다.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도 되었다. 공유자라고 얘기하면 무슨 얘기를 들을까? 적대적인 눈빛으로 뭐라 할까? 냉소적으로 그런 땅을 왜 낙찰 받았냐고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마음 졸이는 게 싫어서 ‘계십니까?’라고 현관문을 향해 소리쳤다.
5)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대화였다. 충분한 정보로 흡족했다. 둘째 형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와 두 삼촌들을 모시기 위해서 그곳을 매수했으며 사촌들에게 공평히 나눠준 것을 첫째 형의 아들이 사고를 쳤단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에게는 연락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받았다. 그 조카의 연락처를 받아 적고 차에 올라타니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 힘이 저절로 빠졌다.
6) 짧은 전화 연결음에서 낯선 음성이 들리기까지는 참으로 길다. 간단하게 그 땅의 공유자라고 나의 소개를 하고 몇 가지 여쭈어 볼게 있다고 했다. 최대한 정중한 톤으로 또박또박 말하며 적절한 말속도로 긴장한 것을 감추고 싶었다. 첫 통화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을 때면 ‘그런 땅을 왜 샀냐?’, ‘니 알아서 해봐라’라는 말로 통화가 끝난다고 한다. 그런 레퍼토리로 빠지지 않게 옆 땅에 비해서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져 매수했고 서로 마음상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서 다시 연락드린다고 말했다.
7) 전화를 끊고 내가 했던 말을 되새겨 보니, 스스로 황당했다. 원만한 합의점을 뭐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그 순간에 말을 했을까? 지분물건은 나머지 지분을 가진 공유자가 가져가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고 있으면서 다른 방법을 찾는 나 자신을 돌아보니 곧 부딪힐 갈등이 무서워서 피하고 싶었나 보다. 토지를 분할하여 주변 땅주인에게 파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다른 토지의 지적도 등본을 떼보니 만만치 않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뒤쪽 땅 주인에게 파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뒤쪽으로 이어진 농로의 주인이 그 인 것을 확인하니 나의 땅이 필요 없어 보여 포기하였다.
8) 몇 주 뒤에 다시 공유자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리 대안을 찾으려 해도 답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사셔야겠다.’고 전했더니 ‘낙찰가에 백만 원을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 왔다. 바로 옆에 땅이 거래된 가격이 있는데 그 금액으로는 어렵다며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다. 급기야 걱정했던 레퍼토리로 이어져 서로 언성을 높이며 끝나버렸다. 이제 남은 방법은 공유물분할을 위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다. 땅 전체를 경매에 넣어서 각자의 지분 비율만큼 나눠달라는 방식으로 해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 애기를 들은 공유자가 화낼 만도 하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달랐다.
9) 낙찰 이후 소유권 이전으로 취・등록세와 서류 준비 등으로 여기저기 이동경비, 하루 일당이 포함되어야 하고 낙찰가에 약소하게나마 이윤을 붙인다면 감정가만큼은 받아야 양도소득세를 내고 남는다. 그것은 그 동안의 노력의 보상정도다. 또 법무사를 고용하여 소장을 작성하는데 비용이 추가 되어 대립각을 세우는 사람이 제시한 금액으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대부분 이때쯤부터는 그 합의점에서 벗어나 서로 첨예한 관계가 된다고 들었다.
10) 소장을 접수 받은 법원에서 조정을 권유했다. 10개월이 걸려 이 자리까지 왔다. 그 동안 서너 번의 통화를 미루어 보건데 합의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명의 조정위원이 나의 쪽과 피고 쪽에 나눠서 앉는다. 이내 판사가 조정실로 들어와서 이런 시간을 잡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조정위원들이 주관하여 조정이 시작되자 판사는 자리를 비켜준다. 위원들은 서로의 주장을 잘 들어 보고 두 주장의 빈틈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거 안사주면 경매 넘어 갑니다.’, ‘법무사 수수료가 얼마나 하기에 그 금액에 합의하기를 원합니까.’라며 서로 합의를 하도록 유도한다.
11) 버티다 못해 원고와 피고의 협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적당한 합의점에 도달한다. 조정이 끝났음을 통보 받은 판사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협의내용을 판결문으로 적어 각자의 확인을 받는다. 이로써 모든 게 끝난다. 법원의 위세일까 조정위원들의 능력일까 1시간 만에 정리가 될 것을 10개월 동안 혼자서 원만한 합의점을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 생각나 마음이 뒤숭숭하다. 그래서 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찻길이 시원섭섭하기만 하다.
첫댓글 오~^^
점점 소설가 포스가 ㅋㅋ
지금도 잘하고 계심니다 ㅎㅎ
화이팅!
같이 성장합시다요
@이재환 저보다 훨씬, 많은성장하고
계심니다 .
나누면 배가 되기를 희망해욧 굿밤용
한편의 소설을 읽은듯 하네요~^^
10개월동안 고생하셨네요~~쉽게 되어지는 일은 물론 잘 없지만 결국 수익을 낸다는
구조가 참 매력있는 지분경매이죠~~
재환씨 늘 화이팅이예요~~^^
네 벌어요 열심히 교육 일정표 잘 보고 있어용 ㅎ
와아 장장 10개월간 노고가 크십니다 귀한 스토리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뉴스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해요
너무나 생생한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멋진글이네요 ^^* 저처럼 게으론 사람은 글로 쓰지않은데 참으로 귀한 글입니다 ^^ 볼때마다 성장해 나가시는 모습이 부럽네요 ^^;; 그 성장이 너무나 많은 고민과 생각과 자기 반성과 노력과 분석의 결과임을 알기에 더 응원하고 대견합니다 ^^;; 반성하며 저두 노력하겠습니다 ~~~
동동님~ 그때 그 예씨(맞나 가물가물)아저씨네 지분 어떻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열매꽃 끝내 협상이 안되어 전체경매 넣었답니다 ^^; 3월에 배당 받아요
@구름동동 아하~ 고생많으셨네요 소식감사합니다!
@열매꽃 경매의 a~z까지 다 경험해본 물건입니다 비록 수익은 없지만 ^^;;;; 그 물건을 기억하고 계셨네요 ㅎ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죠? ㅎ 항상 행복하시길 ~
@구름동동 와우 경험치만렙 쌓으셨군요! 어디서든 행복해요 우리~ 고맙습니다^^
우리 지분 연구반 스터디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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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연구반에서 얼굴 뵈어요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