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8년 12월 24일.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
마을 사람들은 일 년 중 가장 성스러운 밤인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하지만 성 니콜라우스 성당의 요시프 모어 보좌
신부님은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성가대 반주에 쓸 오르간이 고장
난 것이다. 수리공을 부른다 해도 크리스마스가 끝나서야 올 게 뻔
했다. 무엇보다 큰일인 것은 오늘 밤에 있을 자정 미사였다. 몇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위해 연습해 온 성가대원들의 노력이 모두 허사
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성당 안에는 성
가대 반주를 대처할 만한 악기가 없었다. 모어 신부가 취미로 연주
하는 기타가 있기는 했지만, 성가대원이 연습한 캐럴을 반주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악기였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사람들에게 음악 없이 성탄절을 맞이하게
할 순 없어.'
한참을 고민하던 모어 신부는 새로운 크리스마스 캐럴을 만들기로 결
심했다.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라면 기타 반주로도 충분할 것이고,
성가대원들도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모어 신부는 노랫
말을 쓰기 위해 하얀 종이를 책상 위에 펼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때 얼마전 갓난아기를 축복하기 위해 찾아갔던 집에서 본 아름다운
광경이 떠올랐다. 가난한 어머니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매서운 겨울
바람에 아기가 추울까봐 옷으로 포근히 감싸안고 있었다.
모어 신부는 그 성스러운 모습을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아름다운 노랫
말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완성된 노랫말을 들고 마을 학교 선생
님인 프란츠 크사버 그루버를 찾아갔다. 그루버는 모어 신부가 건내
준 노랫말을 들여다보다가 그 자리에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단순하고 평범한 멜로디였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고 경건하
게 해주는 곡이었다.
그날 저녁,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여든 성가대원들은 기타를 들고 나
타난 모어 신부의 모습에 당황했다.
"여러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주님께서 주신 목소리를 모아 성스러
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찬양합시다."
모어 신부와 그루버는 모두에게 새로 탄생한 크리스마스 캐럴 악보를
나눠 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다. 술렁이던 성가대원들도 한두 명씩 그 곡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 밤,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 모인 사람들은 성가
대원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하모니에 눈물을 흘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품에 안겨서 감사 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185년 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는 크리스마
스때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 울려 퍼져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경건하
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