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조반을 먹은 다음에 지하철로 문화의 전당에서 내려 버스 투어 출발 장소로 갔다. 광주시에서는 광역시 주변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투어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충석형이 우리들이 지각을 할까봐 버스 출발시간을 일부러 20분 이른 시간으로 알려 주어서, 우리들이 너무 일찍 도착한 관계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였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우리는 고충석형의 소개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남도회원(고충석부부 김재일부부 나성군부부 이문석 이원형부부 정병남부부 정은채 조영무부인 최기동부부)과 초청인사 양수랑부부 그리고 따로 신청한 윤상윤부부 등 19명이 오늘의 일행이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실제로 9시 20분에 출발하였다.
우리를 실은 셔틀버스는 화순군에서 운영하는 적벽투어 출발 장소로 갔다. 거기에는 투어버스 4대와 우리를 안내할 문화 해설사들이 모여서 투어에 참가하는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사람들과 투어 비용 등을 맞추느라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 10시 정각에 투어버스가 출발하였다.
투어버스가 가는 경로는 화순읍을 출발하여 전남대 화순병원 앞을 지나갔다. 만년산 큰재를 넘어서 무등산 남쪽 기슭을 지나 안양산 휴양림을 지났다. 구지 이 경로를 택한 것은 아마 산속의 좋은 공기로 탐방객들의 심신을 치유해 주기 위한 배려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휴양림을 빠져 내려가니 물이 가득 담긴 큰 저수지 ‘안심제’가 나왔다. T자형 도로(897번도로)에서 북쪽으로 좌회전하여 가다가 이서면사무소 쪽으로 우회전하여 달렸다. 얼마만큼 가니 행사장이라 쓰인 곳, 노루목적벽 입구(화순군 이서면 월산리 산26-4, 관리주체 광주광역시)에서 철문을 열고 투어버스는 30년 동안이나 ‘금단의 땅’이었던 곳으로 임도(약 5km)를 따라 들어갔다. 이 임도는 비포장이었다. 그리고 급경사에 에스자로 굴곡진 도로여서 좌석벨트를 메라는 안내인의 경고성 주의 말이 이어졌다.
높은 산마루에 도달하니 눈앞에 전개되는 동복댐이 긴 꼬리를 늘이고 눈앞에 다가 왔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거북섬’을 보라고 안내하였다. 넓은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거북이가 머리를 쑥 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신기한 모양에 너나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음에는 북동쪽을 향한 높은 전망대(250m)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포토 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복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건너편에는 멀리 ‘백아산’(810m)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우리의 눈높이로 ‘옹성산’(573m)이 좌우로 무거운 몸집을 사리고 병풍을 두르듯 누워 있었다. 우리의 눈 아래로는 동복천이 물을 가두고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높다란 수직 암벽 아래 하늘과 구름이 물속에 잠겨 있고 산 그림자가 역시 물위에 자취를 드리우고 있었다. 우리는 제 각기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화순적벽’(=장항적벽=노루목적벽, 얼핏 옹성산 능선이 노루목처럼 보이기도 하였다.)을 산 위에서 본 것이다. 까마득히 아래에 있는 적벽 앞 물 건너에는 조그만 반도가 섬처럼 붉어져 나와 있는데 그 한 가운데에 망향탑(望鄕塔)과 망향정(望鄕亭)이 엎드려서 적벽을 마주보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다시 투어 버스에 오른 우리 일행들은 뱀이 사리를 틀고 있는 모양의 도로를 천천히 기어 내려왔다. 조금 전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던 그 곳으로 내려 온 것이다. 차에서 내려 돌로 만들어진 ‘통천문(通天門)’을 지났다. ‘천제단(天祭壇)’이 눈에 들어왔다. 동복댐이 조성되면서 물가에 살고 있었던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이주시키면서 이곳을 떠난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된 천제단(天祭壇)에서는 인근 열두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고향을 찾아와 성묘하고 옛 정을 추억할 수 있도록 해마다 이곳을 찾아와서 조상에 제를 모실 수 있도록 광주시에서 허용해 준 날이 있는데, 마침 오늘이 그날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도착하였을 때, 천제단에서는 제사를 다 모시고, 음복을 마치고 철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어서 큰 돌에 ‘적벽동천’(赤壁洞天, 석천 임억령이 ‘신선이 사는 곳’이라 해서)이라 새겨진 단이 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한 중앙에 있는 한옥으로 된 망향정(望鄕亭)이 물 건너편에 있는 노루목적벽을 종일 지켜보고 있었다. 망향정 뒤로는 망배단(望拜壇)과 망향탑(望鄕塔)이 있었다. 우리는 망향정 앞에 화순군에서 문화축제를 하기 위해 가설해 놓았던 연단으로 가서 적벽을 배경으로 각자 기념사진을 찍었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여자 문화 해설사의 화순 투어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곳 창랑천(동복호수)에는 예부터 경치가 좋은 4곳이 있었는데 상류부터 물염(勿染)적벽, 창랑(滄浪)적벽, 보산적벽, 장항(獐吭, 노루목)적벽 등이 차례로 있었는데 그 중에 가장 절경은 이곳(노루목)이고 화순적벽을 말할 할 때 이곳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보산적벽이 노루목 적벽의 서쪽 600미터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필자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석연치 않았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이들 명칭이 대부분 마을이름이나 지명을 따서 부르는 것으로 보아 보산 적벽은 노루목적벽보다 하류에 있는 보산마을의 적벽이 옳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상류로부터 차례로 물염적벽, 창랑적벽, 노루목적벽, 보산적벽의 순서가 맞을 것으로 본다.
또, 이곳이 ‘적벽(赤壁)’으로 이름이 붙여진 연원은, 1519년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동복면 연월리로 귀양을 온 신제 최산두선생이 창랑천(동복천)을 둘러보고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하여 중국 송대의 소동파가 지은 적벽부에 나오는 양자강의 적벽에 비유하여 이곳의 절경을 적벽이라 이름 붙이게 되면서, 그 후로 이곳을 돌아 본 문사들이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양하여 문학작품들을 남겼고 이로 인해 더욱 더 널리 알려 지게 되었다고 한다. 제봉 고경명, 하서 김인후, 석천 임억령, 다산 정약용, 삿갓시인 김병연도 적벽에 관한 작품을 남겨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84년 광주시가 광주시민의 식수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 창랑천 7km에 동복댐을 건설하면서 천하의 절경들이 약 30m정도 물에 잠기게 되었고, 그 후로 물염적벽과 창랑적벽은 기존도로망을 이용하여 우리가 쉽게 접근하여 볼 수 있었으나, 장항적벽과 보산적벽 등 2개의 적벽은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이면서 철책을 설치하여 접근이 차단되었다가, 30년이 지난 2014년 수자원의 운영주체인 광주시와 지역기초단체인 화순군이 합의하여 제한 개방이 이루어져서 우리가 제한적이나마 이렇게라도 투어를 통해 이 절경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돌아올 때는 이서면에서 동면방면으로 오면서 복암리에 있는 옛날 화순탄광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동면의 구암리에서 새로 난 도로를 지나 화순읍의 투어 출발지로로 돌아왔다. 광주시와 화순군의 행사 진행에 진실로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투어버스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걸어서 화순공원으로 갔다. 공원 전체를 국화전시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공원 광장과 서쪽 기슭에서부터 북쪽 기슭에 이르기까지 빈터와 인도 주변과 정자를 모두 국화전시장으로 화려한 꽃동산으로 꾸며 놓은 것이다. 땅에 직접 심어 가꾸기도 하였고, 화분에 심어 가꾼 것을 이동하여 여러 가지 조형물을 만들어 놓기도 하였는데, 모든 전시물들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관계당국과 관계자들이 1년 내지 6개월 이상을 노심초사하면서 자식처럼 가꾸어 온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국화전시장에서 한껏 눈으로 호사를 하였는데 시간이 되었는지 배꼽시계가 시장하다고 알려 왔다. 공원을 내려와서 군청 인근으로 갔다. 한정식집이라는 ‘서울식당’에 도착하였다. 전화로 8천 원짜리 백반을 예약해 놓아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남도회장 이원형형이 발렌타인 30년산을 가져왔다. 너무 향이 좋아서 나도 소주잔으로 서너 잔을 마셨더니 얼굴이 불콰해져서 얼굴빛으로 술값을 톡톡히 한 셈이었다. 오늘의 별미는 다슬기 된장국이었다.
오늘을 준비한 고충석형에게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첫댓글 사람드리 친구를 사귀다보면 겉모습만보고 평가를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만나는 기회가 많고 접촉하는 시간이 많으면 거기서 친구관계가 형성되고 상호 내면의 모습을 느길 수 잇다고 합니다.
오늘 고충석 친구의 헌신적인 활동과 세심한 배려를 보고 참으로 정깊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투어가된 듯하여 추억에 오래토록 남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