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이 다 사위어 갈 무렵 새벽하늘에 희붐하게 먼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불 주위에 모여 앉아 밤새 노래를 부르며 얘기꽃을 피우던 젊은이들의 얼굴에서도 어느새 열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니 이런 문장을 쓸 일도, 남이 쓴 걸 볼 일도 없으려나
삭아서 없어지는 걸 사그라진다고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불이 사그라져 재가 될 때 사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그라지다'도 불길이나 불 같은 울분, 노여움 따위와 관련해서 주로 쓴다. '사그라져 가는 불씨', '노여움과 울분이 사그라진 뒤에 찾아드는 공허함'처럼.
'사그라지다'와 비슷한 동사로 '사그라들다'가 있다. '사그러지다'나 '사그러들다'는 모두 표준어가 아니다.
'사그라지다'는 '사그라져, 사그라지니, 사그라지는, 사그라진, 사그라질, 사그라졌다'로, '사위다'는 '사위어, 사위니, 사위는, 사윈, 사윌, 사위었다'로 쓴다. 그러니 '사그라졌다'라고 쓸 수는 있어도 '사위였다'라고는 쓸 수 없다.
참고 도서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제가 좋아하는 단어,
잘 봅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가 있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