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우거진 봄의 끄트머리, 금강 본류를 가로지르는 대청호는 아찔한 총천연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생명과 자연의 에너지가 숨 쉬는 호수의 기운을 받아 한 걸음 또 한 걸음, 깊어진 계절은 어느새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산과 마을, 호수의 여유 담은 2백 리 길
호수 길이 80km, 15억 톤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며 생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호다. 대전 시민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봤던 소풍 장소로도 유명한 곳. 대전과 청주 등 수백만 시민들에게 마실 물을 제공하는 충청의 젖줄이자 사시사철 물고기가 헤엄치고 철마다 새들이
보금자리를 트는 자연의 보고로 오랜 시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휴식처이기도 하다.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조성된 대청호반길은 호수를 둘러싼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호반길과 자전거길이 이어지는 2백 리 길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6개의 올레길과 3개의 자전거길이 이어진 9개 구간으로 나뉜다. 잔잔한 호수 위 물에 비친 한 폭의 자연을 만끽하며 걷는 호수길을 비롯해 작은 마을들을 굽이굽이 싸고도는 마을길, 청량한 숲의 정기가 가득한 산길,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생태길까지, 있는 그대로의 산과 마을, 호수를 담았다. 느긋하고 넉넉한 충청도 인심을 품어서일까. 도시의 번잡함을 잊은 여유로움은 대청호반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코스가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평탄한 길을 따라 자전거길도 조성돼 있어 시민들뿐 아니라 주말과 휴일, 전국의 페달족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거울 같은 호수의 마법, '로하스 해피 로드'
햇빛 좋은 주말 오후, 대청호 수변 풍경은 여유로움 그 자체다.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기는 연인들과 할아버지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걸음걸이에서는 조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청호반길 1코스인 '로하스 해피 로드'는 대청공원에 위치한 대청문화전시관에서 시작된다. 호수와 인접해 이어지는 나무 데크를 따라 길가에 피어난 꽃과 나무, 호수 주변 전시관들과 대청댐의 웅장함까지 관망할 수 있는 길로, 총 6km의 길을 돌아보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족들에게는 아이와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연인들에게는 호수의 낭만이 가득한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대청댐 잔디 광장부터 보조댐 수변구역까지 나무 데크로 이어지는 1.5km의 길은 호수의 절경을 감상하며 바쁜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내려놓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람 없이 수면이 잔잔한 날이면 호수는 거울이 돼 마법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비단결같이 고운 수면 위로 비치는 산과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 같다?라는 찬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중 뿌리 부분은 호수 아래에 담그고 줄기와 가지는 호수 위로 멋스럽게 드리운
수양버들은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경, 수려한 반영을 담을 수 있는 출사 포인트로 명성이 자자하다. 해가 지면 수변길은 또 다른 얼굴을 내비친다. 색동저고리 같은 LED 열주등이 아름다운 빛으로 한데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밤 풍경을 빚어낸다. 길가에 피어난 꽃들과 흩날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낭만을 만끽하며 가까이는 금강을 바라보고 멀리는 상념을 떨쳐버릴 수 있는, 혼자 걸어도 좋은 힐링 로드다.
발아래 스미는 생생한 자연, 계족산 황톳길
대전시 외곽 동쪽에 위치한 계족산은 산줄기가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임도에는 황톳길이 조성돼 있어 맨발로 황토를 밟으며 발아래 촉촉한 자연을 담뿍 느낄 수 있다.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산 중턱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임도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총 14.5km 코스는 주변으로 숲속 체험학교, 숲속문고, 계족산성 등 볼거리가 다양해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천천히 걸으면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코스를 완주하지 않더라도 함께한 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황톳길 입구에 들어서니 등산로 오른쪽의 붉은 황토가 길을 안내한다. 전북 익산 등지에서 공수해온 질 좋은 황토가 폭신하게 깔려 있다. 도시에서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가 야외에서 신발을 벗기란 조금은 머쓱한 기분이다. 주저하는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발을 내딛으니 금세 시원하고 부드러운 황토의 촉감이 발바닥에 스며든다.
황토는 혈액순환을 돕고 발한 작용을 촉진해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밟으면 지압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맨발로 걷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울창한 숲이 뿜어내는 청량함과 맨발이 주는 해방감을 느끼며 천천히 산을 오르는 기분이란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황톳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산 중턱에 계족산성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산성까지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므로 이곳에서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간혹 황톳길 입구에서 아예 신발을 두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중간중간 신발이 필요한 구간이 있으니 신발은 손에 들거나 가방에 넣어 걷도록 하자. 길 종점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고 이왕이면 계족산성에도 올라볼 것을 권한다. 15분 정도만 올라가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성과 아름다운 대청호반, 대전 시내까지 웅장한 파노라마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대청호반길
로하스 해피 로드 6km, 예상 소요시간 2시간
대청문화전시관로하스 해피 로드↔종점↔반환↔문화전시관↔대청교↔휴게소 ↔댐수문 끝↔호반산책로↔물홍보관↔주차장
계족산 황톳길
14.5km, 예상 소요시간 5시간
장동산림욕장관리사무소↔임도삼거리↔절고개↔이현동갈림길↔장동산림욕장관리사무소
첫댓글 요즘 다섯개 구간 둘러봤는데...아직 개발이 안 된 지역이 있더라구요~
보존하고 싶고...욕심 같아서는 거기서 주저 앉고 싶기도 하고..ㅎㅎ
편안한 복장으로 탐방 할 만 합니다..
주저 앉기는 좀 이르죠 ㅎㅎ
그래서 저 혼자라도 하고있어요~
처음 같이 했던 분들은 힘들어서 등로 잘된 곳으로 하고~~ㅠㅠ
자신과 싸우는것도 힘이 듭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