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대한적십자사가 국가 등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위임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대한적십자사의 회비모금 목적으로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대한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로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를 규정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적십자사가 요청하고 국가 등이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자료의 범위는 ‘적십자사의 운영, 회원모집, 회비모금 및 기부금영수증 발급’이라는 각 목적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필요한 자료’의 구체적인 범위를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어렵다. 국가가 자료 제공의 목적과 필요한 자료의 범위, 자료 제공의 용이성, 적십자사의 운영 상황 및 회비모금 실무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하 ‘적십자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과 제6조 제4항 등을 종합하면 회원모집, 회비모금 및 기부금 영수증 발급 목적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자료의 범위는 ‘적십자법 제6조 제4항에서 정한 정보주체들에 대하여 회비모금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임을 알 수 있고, 회비모금 등을 위해 각 정보주체에 대하여 연락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 포함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위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때 ‘특별한 사유’가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유’라는 문언 자체는 비록 불확정적 개념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의 목적 외 제3자 제공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 준하는 경우로서 그 규율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적십자 회비모금을 위해 국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적십자 사업의 원활한 운영에 그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제네바협약의 체약국으로서 정부가 적십자사의 활동을 지원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전시 또는 평시의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하는 적십자사의 설립목적과 공익성,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 특히 남북교류사업이나 혈액사업 등 다른 공익법인들이 수행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종합하면 자료제공의 목적은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것으로 한정되고,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는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로 한정된다. 이때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이며, ‘성명’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로서, 다른 위험스러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식별자(識別子) 역할을 하거나, 다른 개인정보들과 결합함으로써 개인의 전체적ㆍ부분적 인격상을 추출해 내는 데 사용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 한편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므로(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6호 나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여야 하며 위반 시 과태료나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성명과 주소는 주민등록사항이므로, 적십자사가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법과 같은 법 시행령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