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 열고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으로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해제를 통해 쌀 공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농민의 희망을 받아서 농업진흥지역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하듯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절대농지 해제는 이번 새누리당,정부, 청와대 회의에서 갑자기 나온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농업진흥지역 10만 ha 해제를 지시했고 농식품부는 6월 30일 8만 5천 ha에 달하는 절대농지 해제했다. 또한 추가로 1만 5천 ha를 연내에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업진흥구역이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해 1992년 도입한 제도로 당초 이름은 절대 농지였으나 지금은 농업진흥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은 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농지 면적은 169만1000㏊다. 이 가운데 47.9%인 81만1000㏊가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됐다.
쌀값 폭락의 원인을 공급 과잉으로 보고 절대농지를 해제하겠다는 새누리당의 발표에 대해 농민과 시민사회,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절대농지 해제 발표 다음날인 9월 22일 백남기 농민 농성장이 있는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에서 모인 농민 4천여명과 시민사회단체 천여명 등 5천여명이 모여 쌀값 대폭락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지난 6월 25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이번 대회를 주최한 전국쌀생산자연합회 박효신 회장은 2백만톤에 이르는 쌀재고가 쌓여있는데도 해마다 40만9천 톤의 쌀을 수입하고 밥쌀 수입까지 하는 상황이 쌀값 대폭락의 진정한 원인이라고 못박으며 새누리당의 절대농지 해제 방침을 규탄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삭발까지 하면서 쌀값 폭락의 올바른 대책은 밥쌀 수입 중단, 200만톤에 이르는 재고미 대북지원, 100만톤 수매, 최저가격 인상이라고 천명했다.
절대농지 해제의 문제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봉하마을이다. 2008년부터 조성되어 현재 37만평에 이르는 봉하마을 유기농논 단지는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과 농촌 살리기의 모범사례로 주목받아온 지역이다. 그런데 지난 6월말 발표된 8만 5천 ha의 절대농지 해제 지역으로 포함되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봉하마을 친환경 농민들은 대부분 논을 임대하여 농사지은 소작농들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121조 1항에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농지의 60% 이상을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어 헌법적 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봉하마을에서는 현재 소수의 부재지주와 농지 소유 농민들은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찬성하고 절대 다수의 소작농들은 반대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절대농지 해제는 곧바로 토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니 투기적 이익을 원하는 지주들은 쌍수 들어 환영하고, 오랫동안 흙을 살리면서 유기농쌀을 생산해온 소작 농민들은 삶터를 잃게 되니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봉하마을 사태는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을 120년 전 구한말로 되돌려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녹색당은 강령에서 천명하는 바대로 쌀을 비롯한 우리 주곡과 농산물을 소농이 생태적 농법으로 생산하여 나누는 자급, 자립을 지향한다. 절대농지 해제는 쌀값 폭락의 대안이 아닐 뿐 더러 수천년 소중히 가꿔온 농토를 돌이킬 수 없도록 훼손한다. 또한 우리 먹을거리를 책임져 온 소농들을 몰락시킨다. 한편 국민이 GMO 범벅인 강대국과 다국적 곡물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수입농산물에 속수무책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식량주권을 잃게 만든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농식품부는 하책 중의 하책인 절대농지 해제 방침을 당장 중단하고 쌀 수확철을 앞두고 황금들녘을 갈아엎으며 절규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16년 9월 24일
녹색당 농업먹거리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