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아빤 모처럼 야근이라 못 온다고 하고, 아이는 일찍 재웠는데 딱히 할게없어서..
무얼할까...생각하다가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밀애]를 말이죠.
변영주 감독의 영화란 것은 알았고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이 원작이란 것은 영화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2002년도 여성관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라길래....기대도 많았고,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결론은....'괜찮은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종원의 연기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요.
저는 이종원이 '리복'운동화 CF찍었을 때(그 때가 처음 데뷰였을 것임
- 혼자 갖은 폼 잡으면서 뜀틀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탁 고개를 돌리면서
"리복!" 하는 CF, 기억하실는지...^^)
가 젤루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연기하는 걸 보면, 어쩜! 항상 똑같은 분위기에 똑같은 연기인지...
표정 없고, 냉정한 듯하며, 무심해보이는...
김윤진은 괜찮았습니다. 좀 오버를 해서 그렇지(?)
그리고 뭐 그리 야하지도 않던데(아줌마티 너무 남-.-;;), 개봉당시 그렇게 떠들었는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가 떠올랐습니다. 내용과 주제가 거의 비슷하니까요.
지리멸렬하고 무미건조한 생활 속에 한 남자를 만나 뜨겁게 사랑을 하고 난 후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흔한 내용이라 한편으론 좀 식상하기도 하고, 정체성을 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통해
찾는가 하는 점에서는 반감을 느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인간이,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가 사랑으로 사는 것이 분명할진대
뜨거운 사랑을 통해 자기가 서있는 자리, 앞으로 서야할 자리, 가야할 길을 찾는다는 점은
이해도, 공감도 됩니다.
기혼자로서의 사랑을 다룬 영화나 소설이 대부분 파멸로 끝나듯이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 만큼 얻은 것도 있습니다.
생의 기쁨, 정체성......
우리가 흔히 그것을 불륜이라고 부르는 것에 비한다면 이율배반적인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륜이라 부르는 그 사랑일 지언정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이겠지요
가족도 잃고, 사랑도 잃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져보겠다는 합리화로 예단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모든 선택의 상황에서 불가항력에 의해 들어선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고, 그 선택에 대해 주인공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후회없는 삶...
우리모두 꿈꾸는 것이지요.
그녀가 선택한 삶을 도덕적인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