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읍을 찾았다.
매년 4월 세째 주에는 정읍을 찾는다. 다만 올해는 어머니대신 옛 직장동료들이 대신했다.,
이들에게 정읍은 4년만이었다. 이전 4차례 복분자 따러 고창에 왔었다. 오백이 농장에서 오디를 따기도 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차창에 쳔변이 나타나자 가슴이 설레였다.
즐비한 나무들은 작년보다 한 주일 먼저 벚꽃이 다 져버렸다.
천변을 따라 올라가는 산등성이는 늦은 산벚나무들만이 연한 연두빛깔의 산세에
군데군데 연한 핑크빛으로 자태를 뿜내고 있었다.
천변의 양옆으로 하얗게 즐비한 그 모습과 감히 견주지 못해 지고 난 이후에야 활짝 피우는 것 같다.
정읍에 사는 사촌동생이 가이드로 동행하여 칠보산에서 4시간동안 산속을 헤매이는 강행군 체험이다.
두룹을 직접따서 먹는 맛 기행인 셈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무릎관절 문제로 산행을 포기하고 덕분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읍사 근처에서 미영이와 영주 그리고 충석을 만났다.
미영이와 충석은 1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충석이 공교롭게도 이때 쯤해서 배에서 내리곤 했다.
여전히 선장의 카리스마로 변하지않은 그 모습 그대로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11개월만에 돌아왔다고 했다.
미영은 아버지의 흔적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세월인 만큼 주름과 흰머리가 늘었다.
영주는 근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기꺼히 나와 주었다.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눈빛이 또렷해짐에 그의 삶에 좋은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한손에는 두룹박스를 들고왔다.
우리 일행이 두룹채취를 못 할 경우를 생각해서 지인에게 부탁하여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일행이 산에서 내려오기까지 우리는 그동안 각자가 보냈던 삶의 여러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냈다.
영주가 좋은 식당을 소개하여 잔치국수와 홍어탕으로 즐거운 점심을 함께했다.
점심 후 호남고 아래 차마루의 쌍화차는 정읍에 오면 친구들과 빠질 수 없는 단골 집이다.
다른 곳보다 2000원이 싸서 그런지 손님이 많다.
품질이 같다면 구태여 비싼 쌍화차 집이 필요없다. 여기가 훌륭하다.
영주의 근무하는 과교동 동사무소에 가서 3년묵은 오디즙을 대접받았다.
넓은 주차장 정자에 앉아서 어린아이들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할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다시 들릴 다음 봄에도 영주가 이곳에 있으면 좋겠다.
3시가 되어서야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는 칠보로가서 동료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서쪽으로 해가 기울 즈음해서 멀리 동료들이 보였다.
고된 강행군과 함께 배당들이 두둑히 드룹을 많이 채취하였다.
동생과 물가에서 쪽대로 빙어를 잡다보니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려 호남고 아래 사촌동생집에서 저녁에는 작은 어머니의 음식솜씨로
대친 두룹을 돼지고기와 함께 풍성한 식사를 즐겼다. 반주로 야관문 주 한 잔 씩했다.
근처식당에서 먹으면 싸고 간편하겠지만 집에서 마련한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 얼마나 좋은가.,
작은 어머니의 많은 반찬 종류의 정통 전라도 음식에 모두 감동을 받았다.
포만감으로 힘겨운 식사가 끝나고 영주가 예약해준 칠보의 태산선비마을에서 여장을 풀었다.
평일 1박에 15만원인데 그곳 사무국장이 영주와 잘 아는 사이여서 특별히 10만원에 해줬다.
(주말예약은 불가하다고 함. 단체손님들이 체험학습겸해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영주가 밤에 직원들과 회식후 오겠다고 했으나 늦게까지 기다려도 오지않았다. (충석이와 한잔 했다고 한다. 같이 왔어도 좋은데...)
몇차례 영주의 도움으로 싸고 멋진 숙소를 이용할 수 있어 매번 고마웠다.,
다음날 아침 영주를 불러 금오호텔 앞 충남집에서 쑥국으로 떠나는 시간 아침 식사를 고향의 맛으로 만끽하였다.
그러나 급 실망. 쑥국은 집에서 먹는 것보다도 별로였다.
쑥도 얼마 들어가지 않고 6천원치고 형편없었다.
게다가 공기밥 정도는 요즘 서비스인데 공중파 방송을 탔다는 이유로 손님이 늘자 형편이 바뀐 모양새다.
전국 많은 곳을 다니며 맛집의 맛을 느끼지만 고향의 맛이 이러니 정읍을 찾아온 관광객이 이런 사소한 것에서 실망하는 것이다.
영주도 내심 별로라고 다른 곳을 추천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맛이었는지 모르지만....
정읍의 후한 인심을 보여주지는 못해 아쉬웠다.
영주와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음 행선지 부여로 차량을 돌렸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일기예보는 남부지방부터 전국에 돌풍과 비라고 했다.
서둘러 악셀을 밟았다.
천변을 달리는데 마지막 남은 하얀 벚꽃잎들이 바람에 스러져 차창에 가볍게 스치운다.
짧은 봄이 가려고한다.
첫댓글 벚꽃처럼 하얗게 사월이 간다.
친구를 만나고 보낸 날이 벌써 며칠이다.
만월로 가는 달이 가득하다.
창회와 오후 통화 후 영주를 불러 떠들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다.
터벅터벅 걸어가 웃으며 어깨 툭 쳐도 말 없이 같이 웃으며 바라봐 줄 사람일게다.
한 친구는 내가 게을러 만날 시간을 놓쳐 정말아쉽다.
새삼 내가 복이 많구나 감사한다.
내가 복이 많은거지.
좋은 친구들...
고향에 가면 즐거운 이유는 친구들이 있어서다.
어느날 갑자기 만나도 부담 없이 나갈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