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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요즘들어 금요일 오전이 조금씩 한가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목요일은 오후가 바쁘고, 금요일은 오전이 바빴는데, 이젠 금요일도 오후가 더 바빠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회관과 마을에 사람들이 그만큼 줄어서 그렇겠죠. 비도 오는 오늘, 오늘도 사람들이 없진 않을지 조금 걱정하며 나가봅니다.
9시 15분,
꼭대기에 있는 집 삼춘 오늘도 나오셔서 필요한것들 다 사시고 갑니다. 일전에는 일이 있어서 배달을 자주 요청하셨는데, 이제는 다시 일을 안하시는지 금요일마다 나와주십니다. 일을 꾸준하게 다시 나가실 수 있길 바래봅니다.
반대편 윗집 어르신은 멀리서 손짓하십니다. 아마 오늘도 계란을 주문하시고자 하는 것 같다 싶습니다.
옆집 어르신은 지난번 콘칩 산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빵도 2개 사가십니다.
마을 회관에 가니 어르신들 두분 정도 계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오늘도 살게 없으시다며 미안한 눈빛을 보내주십니다.
한 어르신은 검은 비닐봉지 하나 갖고오셨는데, 집에서 갖고 있던 천마차 10댓개를 갖고 오셨습니다.
같이 나눠먹으려고 하셨나봅니다.
"지비, 커피 줄까? 아니면 요놈이라도 좀 마시고 가봐~" 하시는 어르신.
물건은 못갈아줘서 미안하니, 차라도 한잔하라고 하십니다. 괜시리 어르신들께 뭔가 부담드리는것 같아 어서 받아 나왔습니다.
10시,
늘 가던 그 집 어르신은 이번주도 소식이없습니다.
이러다 어느순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들을지 모릅니다. 섣불리 가보고 싶긴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음주엔 한 번 들려볼까 싶기도 합니다. 아직 후견인으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날 공터에 차를 멈추고 있으니, 옆집 어르신이 나오십니다.
"콩나물 하나 주쇼." 하시다가, 뭔가 비오는날 고생한다고 해서 그런지, 두부도 2모나 더 달라고 하십니다.
오늘도 많이 팔라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 항상 마음을 보내주십니다.
회관에 내려가니 어르신께서
"나 돈 안갖고왔는데, 쪼까 꿔줄텨?" 하십니다. 외상이야 어르신들이 더 잘기억하고 주시다보니,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도 저희 조합원이니깐 말입니다.
10시 15분,
그제 전화 온 어르신 댁에 올라가는 길,
점빵차에서 콩나물, 라면, 계란을 들고 집으로 가려는데 점빵차 온것보고 어르신께서 토방서 일어나십니다.
어떻게든 오고 싶다는 의지였지만, 이제는 나오는것도 힘들다는 어르신이었습니다.
문 밖으로 나오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될줄이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지팡이 짚고 현관까지 왔다가 현관 근처 문턱에서 앉아 계산하고 쉬십니다.
와줘서 고맙다는 어르신, 점점 집에서 갇혀사는것 같은 어르신들의 삶이 되는 것 같습니다.
11시 ,
한참을 기다려봤습니다.
어르신의 밀차가 있었습니다.
조용히 나오시는 어르신. 집 안방에서 현관까지 오는데만 5분, 문열고 다시 재자리 앉는데 30초.
어르신께서 집에서 나와 회관까지 오는데 30분. (성인 걸음으로 5분도 안되는 매우 짧은 거리)
어르신의 거동이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어르신은 계란하고 사이다 사신다며,
"소화가 안될때 사이다 마셔야 할 것 같아. 이건 얼마여?" 하십니다.
큰거 한 병 3500원이라는 이야기에
"염병하네, 사이다도 2500원하던게 3500원이나해? 다 올라 다 올라~" 하십니다.
오늘은 회관에 왜 안가시는지 여쭤보니 식사하는 날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매주 금요일은 항상 식사를 하셨는데, 어쩐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가보다 싶었지요.
그렇게 먼저 가겠다고 인사드리며 이동합니다.
11시 15분,
어르신댁에 가려고 하니, 어르신이 나오십니다.
"울 아저씨가 불가리스는 안먹네, 앞으로는 요플레만 먹게." 하십니다.
"요플레 2묶음, 요구르드 5줄, 고등어 한 손, 그리고 피죤 1개 줘~" 하십니다.
어르신께 주간보호 오시면 좋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해봐도,
아내가 해준 밥이 최고이고, 우리집이 최고라고 하십니다.
그런 와중에 여자 어르신께서 한가지를 여쭤보십니다.
"아니, 지난번에 군청에서 나와서 울집을 접수해갔어~ 근데 그게 뭐 집도 고쳐주고 수리도 해준다 카더라고, 나는 수급자도 아닌데, 어찌 나 같은 사람을 해주냐고 물어보니, 울 신랑도 아프고, 나도 아프게 되서 그렇다고 하더만. 근데 그 이후 복지관에서 한 번 와서 뭐하더니, 이후에 도통 연락이 없네. 어찌 좀 알아봐줄 수 있겠어?" 하시는 어르신.
주거환경개선 사업이나, 에너지바우처사업 같은데 일단 군청에 말씀드려보고 알아보고 연락드리기로 했습니다.
11시 20분,
회관가기전 시정에서 돌아가는 길 비오는 날 어르신께서 은행을 줍고 계셨습니다.
"아니, 누가 줏어갈것 같아서, 챙기고 있어. 나 돈 안갖고 나왔는데, 물건 줄수 있소?" 하시는 어르신.
"우리집 광 안에 계란 하나랑 두부 하나 놓고 가쇼." 하십니다.
비가와도 젖는지 모르고 그렇게 은행을 주으십니다.
어르신 집에 물건 놓고 회관으로 간다고 말씀드리며 이동합니다.
11시 30분,
회관에 오늘도 모여있는 어르신들. 식사하는 날이 아니라고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오늘은 식사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모른다고 하시니, 다들 허허 웃으시기만 합니다. 내려가는길에 말씀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지난주도 오더니, 이번주에는 양파즙을 갖고 옵니다.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하십니다.
지난주엔 미니 핫도그였는데, 어르신들을 위한 후원물품들이 나오니 어르신들은 좋구나 싶습니다.
밖에서 사람이 불러 다시 나갔는데, 남자 어르신이었습니다.
"고등어 두손 주소. 얼마요?"
"15,000원 이요."
"니미 씨부럴것 다 오르네 다 올라. " 하시는 어르신.
살기가 팍팍해지고 있다며 답답해하시는 어르신입니다. 공병도 마트에서는 받지도 않는다며, 공병값을 처리해줘야하는데 판매자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고있다고 합니다. 저희 조합원은 아니지만, 제가 처리해드릴지 여쭤보니,
"병값 안받을테니깐 싹 갖고가쇼`~ 저기 아궁이 불떼는집 있지? 잔디밭. 그 집이니깐 알아서 갖고가쇼." 하십니다.
시골에살면 공병처리 문제도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도 어렵고, 공병 받는곳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어르신들 오셔서 된장, 식용유, 콩나물까지 삽니다.
사람이 모이는곳은 역시 크던 작던 활력이 돕니다.
13시 30분,
어르신 남편분께서 조용히 나오십니다.
"막걸리 두병만 주쇼. 나 이제 치아 치료했으니깐 괜찮아. 2병정도는." 하십니다.
이 치료 때문에 못먹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갑갑하셨을지, 싶으면서도 이걸 드시러 막 오시는 모습이 살짝 웃기기도 했습니다.
정말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어르신 드리고 회관 가는데, 한 어르신께서 도로 중앙에 서계셨습니다.
차가 오는 방향을 보고 우산을 쓰고 가만히 계셨습니다. 차가 가까이가도 피하지도 않고 계속 계시길래 무슨일가 싶었는데,
"아니, 점빵차 놓칠까봐. 기다리고 있었어~" 하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로 한 가운데서 기다리고 계시는건 너무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의 사모님은 어디계시는지 여쭤봤더니 아파서 못나왔다고 하십니다. 사모님이 사오라는 고등어, 콩나물 사가야한다며, 빨리 달라고 하십니다. 일단 회관으로 들어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들 뜨끈뜨끈하게 전기장판 켜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콩나물 하나씩 사시면서 댓병도 사고, 물엿도 사고, 막걸리도 사고, 술도사고, 간만에 어르신들이 이것저것 많이사십니다.
한 어르신은 술 외상값을 모두 갚기도 하시며, 또 어르신은 고추장 재료를 집에 갖다놔달라하시기도 합니다. 한창 물건 이야기하다가 어르신들께서 팥죽먹고 가라며 팥죽을 내어주셨는데, 팥칼국수였습니다.
마침 몸이 좋지 않아 아침, 점심을 안먹었는데 어르신들께서 주신 팥칼국수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설탕 한숟갈하고, 솔무침도 같이 먹으니 정말 최고였지요.
어르신들은 제가 먹는 모습을 한참 쳐다보셨습니다. 먹는 모습이 이쁘다며 잘먹는다고, 한 그릇 더먹으라고 하는데 오후에 졸릴까봐 딱 주신만큼만 감사하게 먹겠다고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고맙다며, 잘먹는다고 이뻐해주시네요. 어르신들 덕분에 오후 장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14시 10분,
제일 끝쪽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 어르신께서 나와계십니다.
"화장지 한 통 줄라우? 나 저 회관에 있다가 소리듣고 나왔단게. 돈은 아직 갖고 나왔어. 여서 쪼매만 기다리시게."
어르신 마당으로 차끌고 들어갔습니다. 어르신 천천히 일보고 나오시라고, 급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어르신께서 고맙다며 조심히 가라고 하십니다.
회관에 있다 오셨다는 말씀에 들리니 어르신들이 5분정도 계셨습니다. 그중에 낯선 남자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모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셨는데, 남자어르신께서
"여기 같이 먹을거 몇개좀 갖고와보게" 하십니다.
어르신들 좋아하실만한 참쌀선과, 보리과자, 종합제리 3개 들고갔습니다.
어르신들은 보리과자, 종합제리 2개를 고르셨습니다. 고르자마자 바로 뜯어서 드시는 어르신들. 맛난다며 좋아하십니다.
그러시곤 저를 보시며,
"젊은 청년이 묘량에 와서 산다는게 얼마나 귀한 일이여. 참 고맙네. 이거 한 움큼씩 챙겨가." 하십니다.
그저와서 여기서 제 밥벌이하면서 작은 일하나 하고 있는데, 와서 산다는 일을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들으니 뭔가 새로웠습니다. 지금의 살이도 여유롭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삶에서 지역분들이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이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며 오후 장터 다시 출발했습니다.
14시 30분,
회관에 모여서 밤까먹고 계시는 어르신들.
"이리와서 밤 좀 까먹게." 하십니다.
"커피도 한 잔 해야지?" 자연스럽게 주시는 어르신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이렇게 꾸준하게 봬니 이젠 제법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어르신들과 뭔가 한 번 꾸준하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한 어르신께서 두부를 산다고 하시니, 양 옆에 계신 어르신들도 두부 2모씩 산다고 하십니다.
한 어르신이 두부 값을 모두 줄테니, 난중에 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들도 알겠다고 하시며 한 어르신이 두부 5모를 계산하셨습니다.
늘 먹을것과 쉼을 나눠주시는 어르신들께 감사합니다.
14시 45분,
오늘부터 이곳에선 건강체조를 진행합니다.
묘량의 최고 유영희 강사님을 모시고 하는 날. 마을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안오셨는데 이따 가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점빵차를 보자마자 물건부터 사러가야겠다고 움찔하시는 어르신들, 기다리고 있을테니 다 끝나고 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밖에 잠시 있으니 아랫집 젊은 삼춘이 수퍼타이를 외상 해달라고 하십니다. 우리 반찬 받는 삼촌이었고, 신분이 확신했습니다. 2천원 외상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윗집 이모님 나오셔서 어르신들 프로그램 하시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어르신들 많이 나오셨어요?" 라는 말씀에 한 번 확인하시고는
"우리 어르신들 드실거.. 음.. 후레쉬베리랑 번들과자.. 이렇게 주세요." 하십니다.
어르신들 간식도 챙겨주시는 우리 이모님 고맙습니다.
프로그램 하시는 동안 맥주 어르신 댁에도 들려서 미리 주문해주신 카스 1박스, 양반김, 식용유, 계란 한 판 놓고 옵니다.
그리곤 아랫집에 들려봅니다. 어르신과 아드님이 계십니다.
어르신께서 손 꼭잡아주십니다. 어찌 안오셨는지 여쭤보니, 몸이 좋지 않아서 못갔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계란, 밀가루, 멸치다시다, 명태 갖다달라고 하시며 커피 한 잔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시간은 벌써 3시 15분, 장등을 지났어야 할 시간이라 너무 늦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떠나기 직전, 우리 프로그램이 끝난 어르신들 장터와서 급하게 물건 사십니다.
동태 할머니는 동태3마리, 간식 이모님은 붕어빵, 초코파이.. 다들 급하게 사고 급하게 떠나십니다.
15시 30분,
매주 두부 한 모받아가시는 삼촌, 이번달은 두부를 결제 하지 않았지만, 정기성이 있기에 오늘도 두부 한 모 두고 갑니다.
꾸준함은 곧 신뢰입니다.
15시 40분,
역시나 회관에 없습니다. 너무 늦었네요.
금방 지나가니 삼거리에서 어르신들 교차합니다.
윗집 어르신은 락스 한통 달라하시고, 아랫집 남자어르신은 오랜만에 나오셔서 코다리, 두부, 계란, 콩나물 등 사십니다.
외상장부에 이름이 적혀있어서 외상 있으신거 아시냐고 여쭤보니,
"내가 술먹고 했나? 그랬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물어보고 알려줘요." 하십니다.
늘 식재료를 사실 때마다 쿨 하게 결제하고, 시원하게 사주시는 아버님이셨습니다.
아버님집 건너편 어르신은 집에 술한박스랑 미원 갖다놔달라고 하십니다.
아들이 또 오나봅니다.
어르신이 술을 사는 일은 전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사람이 오는 일이니깐요.
사람이 오는것만큼 집에 좋은 기운을 갖다주는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의 집이 늘 사람기운으로 가득한 그런 집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16시 20분,
장터를 마치고 정리하려던 찰나 전화가 옵니다.
"여기 마을 왔다갔어? 택배비 줘야하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지난번 어르신께서 택배를 부탁하셨었습니다.
"아이고.. 이놈의 택배는 불러도 안와. 지비가 좀 해줄텨?"
저희는 CJ택배와 연계하여 택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택배를 저희가 송장뽑아서 진행하였는데, 그 비용을 주신다는 어르신이었습니다.
언제 또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바로 가겠다고 했는데 다른데 들렸다 가다보니 어르신 댁에 가는일이 또 늦어졌습니다.
집에서 기다린다고 했다가 회관서 기다린다고했다가...
서로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회관서 만나서 어르신께 택배비를 받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미안하며, 회관에 올린 국이 타지 않게 살펴봐야해서 집에도 다시 갔다왔면서, 미안하다고 계속 그러셨습니다.
어르신께서 홀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시며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르신 손 한 번 잡아드리고, 제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다음에 또 필요하시면 말씀해달라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종일 비맞으면서 돌아다녔더니 몸이 으슬으슬해졌습니다.
점점 해는 빨리 떨어지고, 기온은 더 급하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슬슬 겨울을 준비해야될때가 오는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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