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인이 대머리가 되지 않도록
최광희 목사
거룩한방파제 특별기도위원장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한 남자에게 두 명의 애인이 있었다. 한 명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의 여인이었고 또 한 명은 젊은 여인이었다. 이 남자는 어쩌다 보니 두 애인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나이 많은 여인과도 만나며 젊은 여인과도 만남을 이어갔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이 남자에게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늙은 애인은 자기와 나이 차이가 적어 보인다고 좋아하며 조금이라도 남자의 나이가 더 들어 보이게 하려고 검은 머리카락을 한 올씩 뽑아냈다. 하지만 젊은 애인은 흰 머리가 웬 말이냐면서 남자의 흰 머리카락을 제거했다. 그렇게 남자는 늙은 애인과 젊은 애인에게 번갈아 머리카락을 뽑히다가 결국 대머리가 되고 말았다.
위의 우화를 속담으로 표현하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공이란 배에서 묵묵히 일하는 선원이 아니라 배가 언제 출항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주장하는 선장이다. 배에서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보면 그 배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대신에 엉뚱한 곳을 표류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애인이 대머리가 되거나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각자의 애정 표현에 절제가 필요하다.
지난 7월 1일에 서울시의회 앞에서 한국교회가 똘똘 뭉쳐서 “거룩한 방파제”라는 이름으로 통합국민대회를 열었다. 국민대회는 2015년에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동성애 퀴어 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처음 시작했다. 그래서 국민대회의 정식 명칭은 [동성애퀴어축제 반대국민대회]이다. 그렇게 이어오던 국민대회가 올해는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외에도 포괄적차별금지법 반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반대, 학생인권조례 반대, 성혁명교과서 반대까지 모두 5가지를 반대하는 통합국민대회로 치렀다.
감사하게도 이번 대회는 성황리에 끝났고 수도 서울에 거룩한 방파제를 세웠다. 2015년에 대한문광장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시작했던 국민대회가 작년부터는 이처럼 폭발적인 대형 집회가 되었다. 몰려든 인파는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청역까지 5개 차로를 가득 채우고 인도에도 이동이 곤란할 정도로 많이 몰려다녀서 경찰관들이 통제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거리에서 열리는 대형 집회는 정확한 인원수 파악이 불가능하다 보니 ‘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같은 표현이 쓰이고 있다. 이럴 때 참고가 되는 것은 작년에 찍힌 사진이다. 2022년에는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하고 길 건너편 차도에서 국민대회를 했기에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 한 컷에 전체 모습이 다 담겼다. 그 사진은 대충 봐도 국민대회가 퀴어축제보다 10배 이상 모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진과 비교해볼 때 이번 통합국민대회는 작년보다 최소 1.5배는 많이 모였음을 알 수 있다. 퀴어축제 반대가 주목적인 통합국민대회의 성격으로 볼 때 이렇게 많이 모인 것만으로도 대회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과 한국교회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는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자 통합국민대회 “거룩한 방파제”를 사랑하는 분들 가운데 발전적 아이디어를 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나는 대회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한 이런저런 건의(建議)와 조언(助言)이고 또 하나는 Puriy에 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런 조언들이 자칫하면 우리 애인을 대머리로 만들 수도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통합국민대회는 거대한 규모에 비해 집행부 인원은 매우 적고 대부분 단회적인 자원봉사들로 운영된다. 집행부의 스태프들이 밤잠을 반납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너무나 안쓰럽고 더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그러므로 국민대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언(助言)해주는 사람보다는 조력(助力)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좋은 의견도 고양이 꼬리에 방울을 달자는 주장이 될 수 있다. 고양이 꼬리에 방울을 달면 소리가 날 때 미리 숨을 수 있고 쥐가 고양이에 희생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좋은 방안이지만 문제는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는 말이다.
또 한 가지 기억할 사실은 연합 사업을 위해서는 Purity와 함께 Unity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에는 많은 교회와 교단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신앙 컬러가 있다. 그러므로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교회/단체가 아니라면 모두의 협조를 받아야 초대형 행사를 치를 수 있다. 그러므로 혹 자기와 신앙 컬러가 다른 교회가 동참하는 것을 보았을 때 넓은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어떤 신앙 컬러가 성경적으로 더 맞는가를 가리는 것보다 성 혁명 세력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공동의 적을 물리친 후에 얼마든지 우리 교단, 우리 교회의 컬러에 맞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통합국민대회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총론에서 같으면 각론에서의 차이를 품고 가는 마음이다. 그것이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살 수 있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