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도 미영(가명·30·여·정신장애 3급) 씨는 칭얼대는 아들(4)을 업고 길거리로 나서곤 합니다.
미영 씨 모자가 사는 곳은
해운대구 한 여관방. 아들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지만 옆방에서 싫어할까 봐 아들의 입을 막습니다. 끼니는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습니다.
사기 당해 빚더미… 라면으로 끼니
"아들과 편히 쉴 공간 있었으면"미영 씨는 몇 달 전부터 여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6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 중 30만 원이 한 달 방값으로 들어갑니다.
여관은 장난감 하나 없고 맘껏 노래도 부를 수도 없는 곳입니다. 그래도 추운 길거리를 전전하지 않는 것만으로 미영 씨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활과 자신의 병이 어린 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미영 씨는 요즘 구청 도움으로 부모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비록 현실이 힘겹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합니다. 자신과 아들에게도 따뜻한 미래가 열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입니다.
미영 씨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습니다.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는 세 번이나 재혼을 했지요. 그 탓에 미영 씨는 큰아버지 집에 맡겨졌습니다.
하지만 그 생활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춘기쯤부터 큰아버지로부터 모진 폭력과 성폭행을 당하는 악몽의 시간들이 시작된 것입니다.
5번의
유산과 폭력 후유증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요. 결국 미영 씨는 생명의 위협을 견디다 못해 큰아버지 집을 뛰쳐나오게 되었습니다.
모진 삶에도 햇빛이 비친 걸까요.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던 미영 씨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간의 시련에 대한 보상인 듯 남편과
보금자리도 꾸미고 아들도 낳게 되었지요.
폭력 후유증으로 인해 악몽에 시달리고
건강이 좋지 못했지만 미영 씨는 남편,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그녀 곁에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떠난 것이지요. 후유증 탓에 미영 씨가 정신장애를 앓고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두 살 되던 해의 일입니다.
그 후의 삶은 또 다른 악몽이었지요.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게 됐고, 어린 아들과 노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굶는 것은 다반사. 심지어 다른 노숙자들이 아들을 구걸에 이용하려 협박까지 했습니다.
자신의 배고픔은 참을 수 있었지만 어린 아들의 배고픔과 추위에는 견딜 수가 없었지요.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은 들었습니다.
미영 씨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얼마전부터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몸 구석구석에서 찢기는 고통이 계속 되었답니다.
병원에 갔더니 머리에 혹이 생겼으니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답니다.
"혹시 큰 병에 걸려 어린 아들을 두고 죽게 되진 않을까?", "만약
수술비를 내고 나면 다시 어린 아들과 거리 생활을 하게 되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결국 병원을 뛰쳐나와버렸습니다.
이 세상에는 미영 씨와 아들이 편히 살 공간이 없는 걸까요. 미영 씨가 뛰쳐나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은 이 세상에 없을까요. 미영 씨 모자가 힘든 세상을 버텨나갈 수 있게 부디 힘을 보태주세요.
△김선희 해운대구청 주민복지과 서비스연계팀 051-749-5696.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사랑의열매 051-441-9423~4.
△지난 5일 자 수잔 씨 이야기 52명의 후원자 207만 2천 원.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15분에 방송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달 19일자 영애 씨 이야기
지난달 19일자 영애 씨 사연에는 58명의 후원자께서 193만 9천 원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또 한 후원자는 동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따뜻한 말씀과 함께 후원금 50만 원을 건네주셨습니다. 이 분은 앞으로 틈틈이 후원을 하시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딸 한나 씨는 최근 작은 하숙집 하나를 구했습니다. 건네주신 후원금은 한나 씨의 하숙비와 생활비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딸 걱정에 늘 어둡기만 하던 영애 씨의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한나 씨도 후원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더 성실하게 생활할 것을 다짐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