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기행
-공원국 지음/(주)위즈덤하우스 2021년판/290page
자연과 공생하는 인류 문명을 위한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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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고 지금껏 구가해온 지배적 문명의 시각에 먼저 의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구의 온난화에 따른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가. 결국 오만한 인류로 인해 이 지구상의 생명체는 공멸로 가고 마는가.
라는 생명체적 시각에서 인류의 문명을 통찰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조심스럽게 던져보고 있다. 동서양의 유목민족의 문명을 화두로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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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내용은 정주문명과 유목문명을 주요 부분에서 비교하는 형식을 아우른다. 지금 세계사의 큰 줄기는 정주문명의 산물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서구세계 국가와 그 체제를 따르는 또 많은 나라들이 주창하는 ‘자유와 정의’의 개념 논리를 따라 가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저자는 책 중간 중간에서 주장하고 있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인류의 희망이 좌절되고 사그라지면 ‘디스토피아’적인 세상, 인류가 인류를 노예로 만들고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던 ‘자유’의 개념이 억압되며 거대한 국가적 질서아래 ‘정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며 5천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유목민족의 문명을 그 본질과 의미를 역사, 종교, 문화, 예술을 아우르며 심층적으로 접근, 분석하고 있다.
그 일부분으로 문명초기에 형성되었던 여성신을 가부장적 정주문명으로 변환되며 철저히 사장(死藏)시킨 사례부터 종교의 개념을 자연으로 확장시겨 시작과 끝이 순환고리적으로 연결되는 의미심장한 사료와 이론들을 접미시켜 설명하는 부분은 무척 흥미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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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정주문명을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유목문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는 고지식함을 주창하지도 않는다. 한때 전 세계를 잔혹한 살육으로 파괴를 자행했던 몽골의 칭기즈칸이나 중앙아시아의 티무르 제국에 대해서는 있어서는 안 될 비윤리적 산물이었음을 강렬하게 밝혀내면서 한편으로 정주문명에서 탄생한 인간의 인간 노예화와 계급 발생, 거대한 사유재산의 확립을 공고히 하며 국가가 폭력의 총체적 체제로 자리잡으면서 국가의 안과 밖의 모든 인민을 희생양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불합리한 역사들을 들춰낸다.
유목문명은 거대한 사유재산을 초원에서 확립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들은 한 가구당 양의 보유가 100마리 이내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야생의 기후와 환경으로부터 자신들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 수밖에 거둘 수가 없기 때문이고, 그나마 이웃과 협력하여 공평하게 나누는 철저한 협력체제 아래 남녀 모두 자신의 역할에 남녀가 구분됨이 없어 남녀평등도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체제였다고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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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족의 이동이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찬란하다. 그 한 가지 사례로 동서양을 연결하는 ‘비단길(실크로드)’을 꼽을 수 있다. 비단길이 생기기 전만 해도 양 극단의 세계는 상대 세계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다. 교류가 되지 않으니 한때 서양의 과학이 지구가 편평하며 그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고,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어리석었던 논리와 흡사하다고 하겠다.
유목민들의 이동은 생존 여건상 이동이 필수적인 조건이었지만 그들을 야만시한 정주문명의 침략으로 고유럽인 동에서 발흥한 유목민은 흑해와 카스피해를 지나 서아시아로, 중국의 변방 초원에서 발흥한 유목민은 알타이 산맥과 고비사막을 지나 중앙아시아로 역학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역사에 나타나는 수많은 민족의 대이동은 어떤 지역에서의 정치물리적 힘의 향배 결과로 나타났던 현상인 것인데 그 대부분은 정주문명의 지배적 논리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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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현대적 문명의 산물인 인터넷과 온갖 과학의 혜택은 ‘말과 인간’의 공생 관계, 순수한 유목적 문화의 산물임을 주장하며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인류와 자연, 인류와 인류간의 공생과 지금 위기에 처한 인류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유목민의 문명에서 이끌어내는 지혜를 갖기를 저자는 전편 곳곳에서 간절히 주장하고 있다.
(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