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디자인社 '산돌' 석금호 대표]
복고풍 '격동고딕체' 개발로 인기… 전국 초·중·고에 폰트 무료 개방
"아이들 더 다양한 서체 접하길"
국내 1호 글씨체(폰트) 회사 '산돌'의 석금호(61) 대표는 2~3년 전에 복고(復古)풍 서체가 유행하지 않을까 예감했다. 그는 "갑자기 옛날식 LP 음반을 만드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것을 보며 60~70년대의 감성을 담은 서체를 개발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달래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60~70년대 벽보나 포스터 글자에서 따온 '격동고딕'체가 2014년 탄생했다. 요즘 KT 올레의 '기가시대'나 영화 '검사외전' 홍보 포스터 등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체다. 옛날 골목 간판 분위기가 물씬한 모바일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서체도 이 회사가 협업했다.
그렇게 해서 60~70년대 벽보나 포스터 글자에서 따온 '격동고딕'체가 2014년 탄생했다. 요즘 KT 올레의 '기가시대'나 영화 '검사외전' 홍보 포스터 등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체다. 옛날 골목 간판 분위기가 물씬한 모바일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서체도 이 회사가 협업했다.
석 대표는 1984년 '서체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스물아홉 살 때였다. 홍대 시각디자인과를 나와 '리더스다이제스트'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회사에서 일본 조판기를 수입하면서 폰트까지 사오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한글로 일본 회사가 돈을 버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직접 나섰죠." 기개는 가상했지만 무모한 도전이었다. 회사를 만든 후 3년간 혼자 사무실에서 '하루 세 끼 라면'으로 때우는 생활이 이어졌다. 지금은 연 매출 35억~4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회사 창립기념일에 직원들을 모아 '라면 맛있게 끓이기 대회'를 열곤 한다.
80년대 말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때쯤 PC(개인용 컴퓨터) 시대가 열리면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LG전자 전신(前身)인 금성사용 도스(DOS) 워드프로세서의 한글 서체를 개발하면서 하나둘 일감이 들어왔다.
80년대 말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때쯤 PC(개인용 컴퓨터) 시대가 열리면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LG전자 전신(前身)인 금성사용 도스(DOS) 워드프로세서의 한글 서체를 개발하면서 하나둘 일감이 들어왔다.
산돌의 디자이너들은 요즘 고(古)문헌을 뒤지고 다닌다. 조선시대 방각본 소설 '유충렬전(劉忠烈傳)' 등에 나오는 글자를 모아 획의 크기나 각도 등을 분석해 우리 자모로 조합이 가능한 1만1172개의 글자를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산돌구름' 서비스도 시작했다. 월정액을 내면 인터넷에서 450여 종의 서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서비스다. 물론 돈만 벌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는 폰트를 무료로 개방했다. 석 대표는 "선생님들은 얼마든지 우리 서버에서 폰트를 다운받아 쓸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서체를 다양하게 접하고 자란 아이 중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서체가 엄연한 창작물로서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불만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의 저작권은 인정되지만 '작품'으로서 창작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는 "아무 서체나 마구 갖다 쓰는 가게 간판들부터 예뻐졌으면 좋겠다"며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해주면 한글 서체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했다.
서체가 엄연한 창작물로서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불만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의 저작권은 인정되지만 '작품'으로서 창작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는 "아무 서체나 마구 갖다 쓰는 가게 간판들부터 예뻐졌으면 좋겠다"며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해주면 한글 서체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했다.